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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팬덤, 자발적 참여냐? 대립과 혐오의 불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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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이 ‘가결 같은 부결’로 끝난 이후, 거대 야당에서 벌어지는 정치팬덤 행태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소위 ‘개딸(개혁의 딸)’로 표현되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소동에 정치권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당내에서도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팬덤정치에 대한 폐단의 목소리가 높다.

 

팬덤의 뜻은 영어로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를 뜻하는 ’덤(-dom)'의 합성어이다.

 

팬덤의 뜻은 쉽게 말하면 특정한 인물이나 브랜드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깊이 빠져드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팬덤문화는 연예인 팬클럽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팬덤은 사회학적으로 소수 매니아들이 즐기는 일종의 ‘은밀한 유희’의 셩격이 강하며, 상대를 알고, 좋아하며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 팬덤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최근 인터넷, SNS 등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정보의 공유와 확산이 빨라지면서 팬덤의 집단이거대화되고, 강성으로 변질되면서 대립과 갈등을 넘어 혐오의 수준에까지 이르러 사회적 문제로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전 연예인을 대상으로 했던 ‘팬클럽’ 형태의 팬덤문화가 정치인을 대상으로 확산하면서 팬덤정치라는 신종어를 만들어 냈으며, 우리나라 팬덤정치의 시초는 ‘노사모’가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열풍을 몰고 왔던 노사모의 ‘노란풍선’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열렬히 따르는 지지자들의 모임이라는 성격에 그쳤다.

 

그러나 노사모 이후 박사모, 문빠를 거쳐 개딸에까지 이르면서 ‘팬덤속의 팬덤’이라는 극단적 강성지지자들이 정치세력화했다.

 

노사모의 뒤를 이은 박사모, 문빠 같은 정치팬덤은 자발적 정치 참여를 넘어 대규모 정당 가입을 통하여 당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정당의 정책 노선이 이들 강성 팬덤들에 좌지우지했고,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자아내면서 심각한 정치문제가 일어난 것도 이때부터이다.

 

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당내 세력에 대한 ‘문자폭탄’ 공격이 적극성을 띠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 댓글이 이어졌고, 일부이지만 팬덤을 이용하려는 듯한 정치인들의 부추김 현상마저 일어났다.

 

팬덤정치는 정치의 양극화를 부추겼고, 자발적 정치 참여를 넘어 ‘갈라치기’라는 부정적 측면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이재명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후 무더기 이탈표 색출 소동 등 거센 후폭풍을 나타내고 있는 ‘개딸’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개딸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젠더 갈라치기에 대한 반발로 2030세대 여성들이 지난해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를 지지한 게 시작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대거 입당한 이들은 당내에서 정치 현안에 강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기 팬덤은 정치인과 정당이 설립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팬덤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부추김 속에 극한 대립과 갈등은 물론 자기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와 상대 비난 등으로 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팬덤정치가 자신이 흠모하는 정치인에 대한 절대적 지지 속에 그를 ‘오류 없는 절대자’로 신격화하며, 지지 대상자가 큰 잘못을 저질러도 너무도 쉽게 내로남불로 덮어 버리거나 반대파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퍼붓는 공격으로 치닫고 있다.

 

팬덤 정치에는 양면성이 있다.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을 촉진하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맹신화로 흐를 위험성도 크다.

 

팬덤이 인터넷상 도배성 댓글이나 퍼나르기를 통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정당의 정치 현안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정당정치 권력을 무력화시키고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테러에 가까운 응징을 가함으로써 정당의 순기능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여기에 확고한 지지층 없이 선거판의 바람과 열기에 편승하여 당선된 일부 초선 정치인들이 이들 팬덤속에 끼어들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불안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팬덤은 비록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 모두에 존재한다. 달콤한 효과에 취해 정치적으로 팬덤을 활용하고 부정적 측면을 외면하다가는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팬덤은 일종의 군중이다. 군중은 자기 동력을 갖고 있다. 일단 불이 붙으면 통제가 안 된다. 그들을 세뇌해 써먹는 이들은 결국 그 군중에 잡아먹히게 된다.

 

2021년 1월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은 팬덤 정치에서 비롯된 참사다. 강성 지지층의 맹목적 추종과 이를 이용한 정치 지도자가 어떻게 국가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리는지 잘 보여줬다. 지난 1월 브라질에서 일어난 대통령궁 등의 점거 사태도 이 사건의 판박이다.

 

‘남미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대통령궁·대법원에 난입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최악의 폭력시위를 벌였다.

 

우리라고 이런 폭력 사태를 빚지 말라는 법이 없다. 팬덤정치의 순수성과 긍정적 측면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팬덤정치가 강성화되면서 나타나는 혐오와 분열 조장은 경계해야 한다.

 

더더욱 팬덤정치의 내부에 숨어 극렬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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