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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의원들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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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의회 지방의원이 합동지방 의정연수에서 여성의원을 성추행해 고소장이 제출된 가운데 해당 의원이 여성 직원까지 성추행했다는 폭로와 함께 당시 동영상이 공개되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방의회 의정 연수인지 지역구를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 광란의 술 파티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술에 만취되어 비틀거리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도대체 테이블 위에 어지러이 나뒹군 술값은 누구 돈으로 지출되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부천시의회가 한국지방자치교육원에 위탁해 추진한 이번 연수에 사용된 예산만 3,400만 원으로 알려졌다.

 

2박 3일간 이어진 의원연수 일정표를 살펴보면, 연수 첫째 날 ‘행정사무감사의 효과적 실시 방법’이라는 3시간짜리 특강과 이튿날 오전 ‘정책지원관 및 결산 검사’라는 제목의 2시간 자리 특강 이외에는 대부분이 관광성 일정뿐이었다.

 

시의원들은 연수 기간 내내 ‘화합의 시간’이라며 저녁마다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고, 결국 음주 만취 상태에서 동료 여성의원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기초의원들의 연수 중 추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자 올해 들어 전국 기초의회가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국내외 연수를 떠났고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부산으로 2박 3일 연수를 떠난 인천시 서구의회 소속 남성 구의원이 술자리에서 여성 구의원에게 욕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북도의회 한 의원도 같은 달 동료의원들과 독일 등 유럽으로 연수를 갔다가 항공기 안에서 술에 취해 승무원 등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또 체코 프라하의 한 호텔 내 금연 객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60만 원의 변상금을 물었다는 주장도 나왔고 지방의원의 국내외 연수 과정에서 음주와 가무로 인한 추태는 한두 건이 아니다.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의회 직원들이 사실상 의원님들을 모시고 연수를 가는 상황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을 못 한다”라며 “의원들이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의원들이 국내외 연수를 갈 때 외부단체에서 일정과 예산을 검증받고 예산 사용처도 일부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전문가 단체는 “기초의원 연수가 정책 개발 등 목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금으로 관광하려는 의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연수 전에 일정표와 예산을 시민단체 등 외부 기관이 검토하고 다녀와서도 보고서를 검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연수 예산으로 저녁에 술값을 계산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세금인 예산은 기초의원들의 공익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는 여론이 사고가 날 때마다 팽배하지만, ‘반주’라는 말로 애써 피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에는 광주시 한 의원이 관내 어업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되었는가 하면 본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시 산하 기관과 수의계약을 맺었다가 국민권익위에 적발된 바도 있었다.

 

서천군의회도 예외는 아니다. A의원이 소유한 건물에 군 산하 단체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보조금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매월 일정액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가 한 시민단체를 통해 적발된 바 있다.

 

물론 자신 명의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면서 겸직 신고도 하지 않았는데도 군의회는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 윤리위원회에 제소도 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했다.

 

사정이 이렇듯 군 단위와 같이 전문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지방에서 자질을 갖춘 기초의원 후보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인력 수준에서 볼 때 적은 급여에 온갖 의혹에 시달려야 하고 공인이라는 신분으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적으로 받아야 하는 신분으로 선뜻 나서려는 사람도 없다.

 

지역에서 기초의원에 적임자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출마를 거절하고 있고, 이해충돌방지법 저촉으로 출마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질도 없는 일부 사람들이 명예욕이나 하물며 고정급 급여가 탐이 나서 지방의원에 출마하는 때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린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성년이 된 지방자치가 국민에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도 되었건만, 구조적인 모순과 기초의원 자질 부족으로 국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기초의회 무용론’이 거론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초의회가 본연의 소임을 수행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시급해 보인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초의원들의 마음가짐이라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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