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군의 조용한 농어촌 마을, 인구 소멸이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도 모교를 향한 선배들의 뜨거운 사랑은 결코 식지 않았다.
전교생이 단 21명으로 줄어들며 존립 위기에 놓인 모교를 지키기 위해, 반백 년 전 교정을 거닐던 백발의 졸업생들이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
비인중학교(교장 신영섭)는 제20회 동창회(회장 신영우)가 모교의 발전과 후배들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학교발전기금 1,100만 원을 자발적으로 조성해 기탁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 쇠락해 가는 지역 교육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동문들의 숭고한 의지가 담긴 아름다운 연대다.
1954년 문을 연 비인중학교는 한때 24학급 규모를 자랑하며 지역사회의 구심점이자 배움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던 명문 학교였다.
마을공동체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냈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닥쳐온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학령인구 급감의 파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한적해진 교정에는 이제 단 21명의 학생만이 남아 모교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처럼 위태로운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현실 속에서, 1975년 2월 졸업장을 품에 안고 교문을 나섰던 제20회 졸업생들이 모교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하나로 뭉쳤다.
이번 감동의 릴레이는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28일까지 약 한 달여 간 진행됐다.
당시 266명이었던 졸업생 중 연락이 닿은 203명을 중심으로 참여를 독려한 결과, 무려 120명의 동문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태며 화답했다.
전국 각지로 흩어져 각자의 굴곡진 삶을 살아내면서도 동문들의 결속력은 굳건했다.
특히, 투병 중인 한 동문이 병상에서도 후배들을 위한 모금에 뜻을 보탠 사실이 알려지며 진한 감동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들이 피땀 어린 정성으로 모은 1,100만 원의 기금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3일 입학식에서 후배들을 향한 든든한 응원과 함께 비인중학교에 공식 전달되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가 운용하게 될 이 발전기금은 교육시설 보수 및 확충, 최신 교육 기자재 구입, 그리고 학생 복지와 자치활동 지원 등 후배들의 실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으로 쓰일 예정이다.
신영우 제20회 동창회장은 “우리 20회 동기들에게 비인중학교는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 유일하게 내일을 꿈꾸게 해주었던 마음의 고향이다. 텅 빈 운동장에 21명의 후배만 남았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친 동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비록 백발이 성성한 노년이 되었지만, 우리 후배들만큼은 절대 기죽지 않고 서천의 너른 바다처럼 큰 꿈을 품고 자라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모았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탁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응원이자, 세상을 향해 나아갈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며,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우리 지역사회가 스스로 교육 기반을 지켜나가는 상징적인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선배들의 주름진 손에서 후배들의 작은 손으로 전해진 1,100만 원.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비인중학교의 영원한 존립을 염원하는 120개의 뜨거운 심장 박동이었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매서운 한파 속에서, 비인중학교 동문들이 쏘아 올린 작지만 강렬한 희망의 온기가 지역사회 전체로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