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희 기자 = 놀이는 아이들의 언어이자 세상을 온몸으로 배우는 첫 번째 창이다. 그러나 그 창이 남들보다 조금 늦게, 혹은 조심스럽게 열리는 아이들이 있다. 이른바 ‘발달 지연’을 겪고 있는 유아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급한 재촉이 아닌, 눈높이에 맞춘 안전한 울타리와 섬세한 자극이다.
최근,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역사회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천군 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임향이)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운영한 놀이·체육 프로그램 ‘함께 놀자’는, 단순한 복지 행사를 넘어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품고 길러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이정표가 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전문성의 융합’에 있다.
서천군 내 미래교육지원센터 ‘미래봄’과 복지관 강당에서 5~7세 유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일회성 레크리에이션이 아니었다.
운동, 작업, 언어, 인지, 심리 등 복지관 소속 재활서비스 전 영역의 전문인력 5명과 외부 전문 강사 1명이 투입되어, 그야말로 ‘치유의 마스터클래스’를 완성했다.
프로그램은 유아의 발달 특성을 치밀하게 분석해 총 5회기의 맞춤형 코스로 기획되었다.
1~2회기(나를 소개해요/감정을 배워요)는 낯선 환경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자아를 인식하는 과정을, 3~4회기(움직이는 우리 몸/몸으로 말해요)는 대·소근육 협응력과 공간 균형 감각을 깨우는 신체활동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5회기(함께해서 즐거워요)는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과 모방 능력을 극대화하는 통합 활동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유기적인 구성은 언어와 신체, 심리와 정서를 한 번에 아우르며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돕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아이들의 일상 속 ‘변화’다. 발달 지연 아동들은 종종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또래 간 상호작용을 최우선으로 설계된 이번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서로를 거울삼아 모방하고 소통하는 법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보호자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입증되었다.
한 보호자는 “아이에게 또래와 함께하는 경험이 늘 부족해 밤잠을 설칠 만큼 걱정이 많았다”라고 토로하면서도, “프로그램 이후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고, 집에서도 자기표현이 풍부해지며 자신감이 생긴 것이 보여 너무나 벅차다”라며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놀이 환경이 아이들의 잠재된 가능성을 어떻게 폭발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방증이다.
이번 ‘함께 놀자’ 프로그램의 성공 이면에는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든든한 지원과 충남어린이집연합회 서천군지회의 적극적인 연계가 있었다.
복지관 단독의 노력을 넘어, 재원 조달과 대상자 발굴, 공간 확보에 이르기까지 지역 내 유관기관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 결과다.
임향이 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지역 관계기관과 끈끈한 연대가 있었기에 더 많은 발달 지연 유아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며,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지역사회 내 발달 지연 아동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으로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라는 확고한 비전을 밝혔다.
발달 지연 아동의 시간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조용히 흐르고 있을 뿐이다. 이 느린 걸음에 박자를 맞춰주고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성숙한 복지 사회의 참모습으로 앞으로 더 많은 아이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