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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너머 ‘세상’을 읽다… 서천 성인문해교실, 봄 소풍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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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 들, 태안 국제 원예치유 박람회서 ‘치유와 배움’의 수학여행

 

[sbn뉴스-서천] 권주희 기자 = 글을 모른다는 것은 단순한 일상의 불편함이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했고, 가슴 한구석에 남은 깊은 응어리였다.

 

하지만, 그 묵은 상처가 마침내 활짝 핀 꽃망울처럼 치유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충남 서천군 성인문해교실의 늦깎이 학생 150여 명이 좁은 교실 문을 나서 활자 대신 형형색색의 생명력을 읽어내기 위해 아주 특별한 여정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서천 성인문해교실 학습자들이 태안에서 열린 ‘국제 원예치유 박람회’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단순한 소풍을 넘어, 흑백의 교재 속에서만 존재하던 배움이 살아 숨 쉬는 대자연의 현장으로 확장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수학여행의 목적지가 ‘원예치유 박람회’였다는 점은 문해교육이 지향하는 바와 완벽한 궤를 같이한다.

 

박람회장을 가득 채운 계절 꽃과 푸른 식물들은 혹독한 계절을 이겨내고 기어이 피어난 생명들이다.

 

늦은 나이에 굳은 손으로 연필을 쥐고 세상의 언어를 다시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삶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참가자들은 다채로운 정원 전시를 관람하고 원예치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며, 식물이 전하는 경이로운 생명력과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삐뚤빼뚤 써 내려가던 글씨가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문장이 되듯, 흙과 씨앗이 만나 피워낸 자연의 예술은 학습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선사했다.

 

성인문해교육의 본질은 단지 간판을 읽고 은행 업무를 보는 실용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세상과 다시 소통하는 ‘존엄의 회복’이다. 이번 수학여행은 그 회복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학습자들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 억눌렸던 배움에 대한 갈증이 해소된 듯한 환한 미소가 번졌다.

 

교실 안에서 텍스트로만 접하던 단어들이 눈앞에서 입체적인 풍경으로 펼쳐질 때, 이들의 지적 호기심과 삶의 활력은 극대화되었다.

 

식물과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그간의 고단했던 삶을 위로받고, 교실 밖 현장에서 살아있는 지식을 체득한 것이다.

 

이러한 눈부신 변화의 이면에는 서천군의 세심한 행정적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군은 지역 내 비문해 및 저학력 성인을 위한 기초 문해교육을 넘어, 이처럼 다채로운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학습자들의 사회 참여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익열 서천군청 자치행정과장은 “성인문해교육은 단순한 글자 교육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학습자들이 배움의 기쁨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전했다.

 

서천군 성인문해교실의 이번 태안 수학여행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연필을 쥔 손끝에서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이제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글자를 알아가는 기쁨을 넘어, 세상을 읽고 온전히 누릴 줄 알게 된 늦깎이 학생들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늦게라도 기어이 자신의 색깔을 피워내는 꽃이다. 서천군의 성인문해교실은 지금, 그 어느 곳보다 찬란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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