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0 (수)

  • 구름많음서산 24.6℃
  • 맑음대전 25.5℃
  • 맑음홍성(예) 25.1℃
  • 구름많음천안 24.3℃
  • 맑음보령 23.3℃
  • 맑음부여 25.4℃
  • 구름많음금산 26.0℃
기상청 제공

500년 붉은 절개, 시민의 온기로 영원을 피운다… 서천 마량리 ‘동백숲을 부탁해’

URL복사

눈으로만 보던 천연기념물, 내 손으로 직접 가꾼다… 관람객서 자연의 파수꾼으로 진화
나만의 ‘짝꿍 나무’를 맺고 후계목 입양까지… 시민의 일상으로 스며든 경이로운 생명력

 

[sbn뉴스-서천] 홍영택 기자 = 서해의 거센 해풍을 묵묵히 견디며 500년이라는 아득한 세월 동안 붉은 꽃망울을 터뜨려 온 충남 서천군 마량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69호).

 

오롯이 그 자리를 지켜온 이 숭고한 자연유산이 이제 시민들의 따스한 손길을 입고 더 찬란한 생명력을 호흡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감상과 보존의 대상을 넘어, 시민이 직접 숲의 파수꾼으로 나서는 경이로운 동행이 막을 올린 것이다.

 

서천군은 마량리 동백나무숲의 심오한 보전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기획된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 ‘동백숲을 부탁해’가 참가자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의 ‘2026 생생 국가유산사업’의 일환으로 야심 차게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그저 울타리 밖에서 숲을 스쳐 지나가던 과거의 수동적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대신 시민이 직접 흙의 숨결을 느끼고 잎사귀를 보듬으며 숲의 생태를 지키는 ‘체험형 자연유산 보전 활동’으로 그 패러다임을 완벽히 전환하며 천연기념물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치열한 사전 모집을 뚫고 선정된 21팀, 50여 명의 참가자는 지난 4월부터 장장 4회차에 걸친 붉고 푸른 여정에 올랐다.

 

이들은 단순한 방문객이 아닌, 숲의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주체로서 숲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달 12일 첫 만남에서는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짝꿍 나무’와 영적인 교감을 나누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들은 ‘동백나무 지킴이’를 자처하며 500년 묵은 고목의 개화 시기와 생육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들의 땀방울이 밴 꼼꼼한 기록은 향후 동백나무숲의 생태 변화를 가늠하는 귀중한 기초자료로 역사에 남게 된다.

 

이어 지난달 26일 진행된 2회차 활동에서는 숲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생태 모니터링은 물론, 영롱한 동백기름을 활용한 에센스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자연이 묵묵히 내어준 귀한 자원을 내 손으로 직접 다듬어 일상 속 향기로 승화시키는, 진정한 의미의 자연 향유가 이루어진 시간이었다.

 

이들의 열정은 오프라인 숲에만 머물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숏폼 영상, 브이로그, 세밀화 등 다채로운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 SNS에 숲의 아름다움을 수놓고 있다.

 

500년 동백숲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고 자연유산 보호의 당위성을 전파하는 ‘문화 홍보 대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가올 3회차 프로그램에서는 국립생태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천연기념물이 지닌 대체 불가한 가치와 과학적 생육 관리의 정수를 전문가에게 직접 전수받는다.

 

이어 후계목 양묘장을 벅찬 마음으로 견학하며, 생명의 대가 이어지는 경이로운 보전 과정을 두 눈에 담을 예정이다.

 

이 아름다운 동행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4회차에는 그간의 벅찬 소감과 성과를 나누는 감동의 장이 펼쳐진다.

 

모든 과정을 완주한 이들에게는 영예로운 ‘동백나무 지킴이 인증서’가 수여된다.

 

무엇보다 500년 숲의 핏줄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갓난생명인 ‘후계목’을 각자의 가정으로 입양해, 일상 속에서 보전의 위대한 의미를 영원히 꽃피우게 될 전망이다.

 

유환숭 문화체육과장은 “이번 사업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을 단순히 박제된 유산이 아닌, 우리와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자연유산으로 뼈저리게 체감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참가자들의 뜨거운 애정과 참여가 동백나무숲의 찬란하고 건강한 미래를 열어가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라고 전했다.

 

수백 년의 모진 풍파를 묵묵히 견뎌낸 서천의 붉은 꽃망울들. 이제 그 강인한 생명력은 시민들의 온기 어린 손끝에서 더 눈부신 천년의 내일을 꿈꾸고 있다.




포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