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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의 시로 읽는 세상] 낡아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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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삽니다. 컴퓨터. 고장 난 자전거 고물삽니다”

 

아침 햇빛을 헤집으며 골목길을 깨운다. 아침 잠이 있는 나로선 여간 곤혹이 아닐 수 없다.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잠은 달아나고 나른한 몸을 세워 일어선다. 날마다 아침이건만 아침은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맑다. 우리는 어떠한가?

 

농촌 어르신들의 삶을 부축하고 길을 꺼내 안전하게 걷도록 하게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종종 한가로운 봄날의 농촌 들녘을 걷는다.

 

걷다보면 들판에 방치된 채 낡아가는 것들을 만난다. 녹슨 경운기. 농자재. 하물며 망가진 트랙터까지…

 

하루를 더할수록 낡아가는 습성은 인간의 본성처럼 우리 생활 속에 내재해 있다.

 

한가로운 농촌의 시간이 그렇고 문 밖을 나서면 느려지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그렇다. 속을 보일 수 없는 느린 삶의 농촌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조금 늦으면 어떠한가. 조금 낡으면 어떠한가. 그래도 우리는 조금 늦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빨리 빨리”를 생활 속 으뜸으로 여기고 철칙인 양 여기고 있다.

 

고물수거 트럭이 지나간 골목길은 어느 새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흐른다. 개 짖는 소리조차 없는 동네가 낡아가고 있다.

 

낡아 녹슨 골목길을 기름칠이라도 하려는 듯 멀리서 스피커 소리가 들린다. 어떤 후보의 연설일까. 마이크를 흘러나와 동네를 휘젓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엔 어떤 후보가 무슨 공약을 가지고 우리 서천을 이끌지 궁금해진다. 선거 홍보 전단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알 수는 없으나 자못 궁금해진다.

 

방안을 나와 텃밭을 돌아보고 마당에 들어서니 그 동안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다.

 

아, 그래 시간이 있으니 생각난 차에 정리를 해볼까? 모처럼 출근이 늦는 날이라 소매를 걷어붙이고 신발이며 어머니 생신에 다녀간 일가친척들의 흔적들을 지운다. 선물세트 상자며 포장지가 분리되지 않은 채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잠깐의 시간이 어느 새 마당을 환하게 해 놓았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리되지 않는다면 날과 날을 더할수록 우리네 삶은 복잡하고 지저분해질 것이다. 돌아보니 기분마저 개운하다

 

출근길을 나서는데 어머니가 차 조심하라며 타이르신다. “네, 알았어요” 짧은 대답을 대문앞에 내려두고 운전대를 돌린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잠깐이나마 낡은 나를 돌아본다. 어느덧 구십을 바라보시는 어머니 앞에 나의 낡은 생은 들키고 싶지 않아 늦은 밤이면 얼굴에 팩을 붙이고 염색하고… 어찌하겠는가.

 

신(神)은 우리 앞에 날들이 흐를 때마다 지난 날들 만큼의 낡음과 늙음, 그리고 느려지는 몸을 허락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나는 차창을 조금 내려 봄빛 가득한 꽃향내를 맡는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 사용한 만큼 고장 나고 수리해야하는 이치는 고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봄볕처럼 맑고 상큼한 날들을 기대하며 서천을 향한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낡아가길 바라는지 돌아본다.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하며 올곧은 생각들을 해야 할 일이다.

 

이치나 경우에 맞지 않는 욕심으로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이 우리를 더 낡고 늙어 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가진 것이 있다고 없는 자를 가진 것으로 현혹함도 우리들의 마음을 낡아가게 하는 일이다.

 

긍정의 마음보다 사람을 늙거나 낡아가게 하는 것을 늦추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진 것이 있다면 나누면 될 일이고 늙을수록 낡아갈수록 사람다운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물로 처리되는 산업 자본의 산물들. 재생의 처리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듯이 사람도 아프면 병원에서 수리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픈 것은 몸보다 마음일 것이다. 한번 병든 마음은 가진 것이 많다고 젊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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