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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한산을 울린 ‘초록빛과 은빛의 앙상블’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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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름 오케스트라’, 어버이날 행사서 트로트~캉캉까지 감동 무대 선사
‘마을이 곧 학교’, 인구소멸 시대 교육이 나아갈 가장 눈부신 해답 제시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음악은 때론 수백 마디의 말보다 강렬하게 세대의 벽을 허문다.

 

주름진 어르신들의 눈가에 맺힌 이슬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악기를 쥔 아이들의 상기된 뺨이 마주한 순간, 충남 서천군 한산면은 거대한 감동의 공명통이 되었다.

 

지난 8일, 제54회 서천군 어버이날 기념행사 및 실버문화축제가 열린 현장은 단순한 경로잔치를 넘어선 ‘마을 교육 공동체’의 찬란한 결실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한산초등학교와 한산중학교가 함께 빚어낸 ‘아우름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단절되어 가는 농촌 사회에 세대 간의 화합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화음(和音)을 쏘아 올렸다.

 

‘아우름’이라는 이름에는 이번 기획의 핵심적인 철학이 담겨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교육공동체 전체가 악기를 매개로 하나가 된 이 오케스트라는 단순한 방과 후 활동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세대와 연령을 불문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며 멜로디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사회화 교육이자, 지역사회에 따뜻한 혈기를 불어넣는 문화적 동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마을 전체를 무대로 삼은 이들의 행보는, 농촌 학교가 지역의 문화 거점으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롤모델이다.

 

이날 무대의 백미는 단연 파격적이고도 세심한 선곡에 있었다.

 

아이들은 클래식의 틀에 갇히지 않고, 경쾌하고 웅장한 프랑스 무곡 ‘캉캉(Cancan)’으로 축제의 포문을 열어젖히며 장내의 활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뒤이어 어르신들의 굽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 ‘트로트 메들리’가 연주되자, 객석에서는 환한 미소와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소 서툰 손놀림일지언정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아이들의 연주는 그 어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의 공연보다 깊은 울림을 자아냈다.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 앵콜곡 ‘어머님 은혜’가 울려 퍼질 때, 은빛 머리의 어르신들과 초록빛 청춘의 아이들은 음악이라는 언어로 완전한 교감을 이루어냈다.

 

무대에서 내려온 김시온 학생(한산초 6학년 학생회장)의 “저희가 그동안 열심히 배운 오케스트라 연주로 할머니, 할아버지께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드린 것 같아 가슴이 벅차고 뿌듯했다”라는 소감은 ‘나눔’을 통해 아이들이 얼마나 훌쩍 성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효능감이야말로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초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지역 소멸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산초·중학교의 이번 공연은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태종 교장은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내면의 감성을 키우고, 그 소중한 재능을 지역사회와 나누며 성장하는 모습이 더없이 대견하다”라며 “서천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행복한 고장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마을 교육의 중심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그의 포부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학교가 앞장서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구심점이 되고, 아이들이 마을의 어르신들과 교류하며 자라나는 생태계. 이것이 바로 한산초·중학교가 서천의 본보기 학교로서 묵묵히 증명해 내고 있는 ‘미래형 향토 교육’의 진수다.

 

어버이날, 한산의 하늘에 울려 퍼진 웅장한 선율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머물렀다.

 

그것은 악기 소리가 아닌, 서로를 보듬는 세대의 심장 박동 소리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이 화려하고도 따뜻한 앙상블이, 앞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어떤 눈부신 기적을 연주해 나갈지 기대되는 이유다.

프로필 사진
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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