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홍영택 기자 = 매서운 바닷바람을 뚫고 가장 춥고 척박한 계절에 피어나는 붉은 꽃망울. 마량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생명의 경이로움을 증명하는 서천의 살아있는 역사다.
동백나무 분포의 ‘북방 한계선’이라는 식물분포학적 가치는 물론, 수백 년간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문화적 영속성까지 품고 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이 붉은 생명력도 세월의 무게와 전 지구적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최근 숲의 터줏대감인 고목들의 수세가 눈에 띄게 약화하고, 식재 밀도가 과밀해지며 숲이 스스로 숨 쉴 공간을 잃어가는 생육환경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서천군이 칼을 빼 들었다.
자연이 준 위대한 유산을 그저 바라보며 감상하는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첨단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적극적인 ‘생명 연장’에 돌입한 것이다.
군은 지난 8일 군청 대외협력실에서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관리방안 수립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숲을 살리기 위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이번 용역은 단순한 조경 정비나 가지치기 수준의 단기 처방이 아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이 겪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미래 환경 변화까지 예측해 숲의 체질 자체를 개선하는 ‘종합 건강검진’이자 ‘맞춤형 처방전’을 써 내려가는 작업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접근’이다.
군은 이번 용역을 통해 동백나무 개체별 생육 상태를 하나하나 해부하듯 살핀다.
나무가 뿌리내린 토양의 상태, 물이 빠지는 배수 환경, 햇빛이 드는 광(光) 환경 등 생육에 관여하는 모든 자연환경 요소를 수치화하고 분석할 계획이다.
여기에 수목 밀도로 인한 영양분 경쟁 상태, 병해충과 고사 위험 같은 치명적 위해 요인까지 입체적으로 진단한다.
과거의 자연유산 관리가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면, 이번 서천군의 행보는 선제 대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방 한계선이라는 생태적 지위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현시점에서, 숲의 자생력을 높이고 기후 적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군은 진단 결과를 토대로 동백나무숲의 생육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관람객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주변 정비 방안도 함께 도출한다.
더불어 일회성 치료에 그치지 않도록 ‘단계별 실행계획’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해 실효성 있는 중장기 보존관리 마스터플랜을 완성할 방침이다.
유재영 서천군수 권한대행은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서천을 대표하는 소중한 자연유산이자, 우리가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절대적 자산”이라며,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다각적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과학적 진단에 기반한 흔들림 없는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500년을 묵묵히 버텨온 숲이 보내온 무언의 구조요청에 서천군은 가장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응답했다.
과학의 메스로 위기를 진단하고, 혜안으로 미래를 그리는 서천군의 이번 프로젝트가 마량리의 붉은 꽃망울을 영원히 타오르게 할 ‘생명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