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내포] 권주영 기자 = 현대인에게 자연은 오랫동안 관조의 대상에 머물렀다.
화려하게 만개한 꽃을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남기는 수동적인 행위가 그동안 우리가 자연을 소비해 온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24일 막을 내린 충남도 ‘2026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는 이러한 낡은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지난 4월 25일부터 30일간 태안에서 펼쳐진 이 거대한 축제는 꽃과 바다, 그리고 첨단 기술을 직조해 인류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하나의 거대한 ‘치유 플랫폼’을 완성해 냈다.
183만 1,068명이라는 기록적인 관람객 수는 단순한 흥행 지표가 아니다.
이는 팍팍하고 고립된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안식과 회복을 갈망하는 대중의 거대한 목소리이자, 태안이 제시한 ‘치유의 미학’이 완벽하게 적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박람회가 거둔 가장 독보적인 성취는 ‘원예치유’라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개념을 최신 기술과 결합해 실체적인 경험으로 구현해 냈다는 점이다. 박람회장은 멈춰있는 전시장이 아닌, 관람객과 호흡하며 반응하는 유기체와 같았다.
무엇보다 AI 기술을 접목해 관람객의 심리와 상태에 맞춘 정원 동선을 추천하는 시스템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22개의 테마로 조성된 야외 정원은 단순한 식물원의 역할을 넘어, 각기 다른 상처와 스트레스를 안고 찾아온 이들에게 맞춤형 위로를 건네는 ‘야외 병동’이자 ‘명상소’로 기능했다.
특별관을 수놓은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극대화했고, 치유농업관에서 진행된 생애주기별 치유농업 체험은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별로 필요한 정서적 처방을 제시했다.
자연을 매개로 한 기술의 융합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치유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전 세계에 생생히 입증한 것이다.
행사장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이 가진 천혜의 자원을 하나로 꿰어낸 공간 기획력은 이번 박람회의 백미였다. 태안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울창한 숲, 그리고 화훼 자원을 동시에 품고 있는 땅이다.
조직위원회는 안면도수목원의 짙은 녹음(산림치유)과 해양치유센터의 파도(해양치유), 그리고 박람회장의 꽃(원예치유)을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이는 관람객들이 행사장 안에 머물지 않고 태안이라는 지역 전체를 거대한 치유의 공간으로 누비게 만드는 ‘복합 치유관광 모델’의 완성이었다.
“태안의 자연과 바다가 어우러져 특별했다”라는 관람객들의 찬사는 지역 자원의 융합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시너지 효과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치유’라는 정서적 가치는 눈부신 경제적 지표로 치환되며 지역 경제를 견인했다.
박람회장 곳곳에는 지역 화훼농가와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땀 흘려 가꾼 자원을 선보였고, 이는 지역 상권과 숙박, 외식업의 폭발적인 활기로 이어졌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경제 효과 중 생산유발효과는 약 3,667억 원이 총소비지출액은 약 1,610억 원이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374억 원이 취업유발효과는 약 2,909명 등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글로벌 산업으로서의 확장성이다.
해외 36개국, 151개 국내외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수출상담회에서는 해외 바이어들과 약 90억 원 규모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되었다.
대한민국의 1차 산업인 화훼와 농업이 ‘치유 웰니스’라는 고부가가치 콘텐츠로 재탄생해 세계 시장을 호령할 수 있다는 강력한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다.
183만 명이라는 천문학적인 인파가 다녀갔음에도 ‘안전사고 제로(0)’를 기록한 것은 조직위의 치밀한 기획과 유관기관의 헌신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적이다.
분산 주차 시스템, 권역별 셔틀버스, 실시간 교통 안내 등 치밀하게 설계된 관람객 분산 정책은 초대형 국제행사의 운영 표준을 새롭게 정립했다.
홍종완 충청남도지사 권한대행 행정부지사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원예와 자연이 사람들의 삶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중요한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충남과 태안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 원예치유 도시’로 육성하겠다”라고 밝혔다.
30일간의 여정은 막을 내렸지만, 태안이 제시한 ‘치유의 패러다임’은 이제 막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2026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는 끝이 아닌, 인류의 웰니스를 책임질 새로운 녹색 실크로드의 찬란한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