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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외로운 노년을 어루만지는 감성 백신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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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초면 신흥2리에서 닻 올린 ‘찾아가는 재능나눔 봉사단’… 13개 읍·면 향한 따뜻한 대장정 시작
단순한 미용봉사 넘어선 완벽한 정서적 교감… “거칠던 손도, 메말랐던 마음도 다시 봄날 맞았다”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평생 흙을 만지고 자식을 거두며 훈장처럼 굵게 마디진 어르신들의 손. 그 거칠고 투박한 주름 위로 누군가의 따뜻한 체온이 닿는 순간, 고즈넉했던 시골 마을회관에는 마법처럼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초고령화 시대, 지방 사회의 가장 큰 적은 빈곤이 아니라 ‘고립’과 ‘외로움’이다.

 

이러한 시대적 결핍을 정확히 꿰뚫어 본 충남 서천군 자원봉사센터(센터장 백옥순)가 물리적 지원을 넘어선 ‘정서적 스킨십’으로 지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시초면 신흥2리 마을회관에서 첫 포문을 연 ‘찾아가는 재능나눔 봉사단’의 활동은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잃어버린 공동체의 온기를 복원하는 가장 아름답고 설득력 있는 ‘치유의 현장’이었다.

 

이날 신흥2리 마을회관을 찾은 이들은 서천군 자원봉사센터 소속의 ‘손 마사지 봉사회’였다.

 

이들이 준비한 것은 대단한 물질적 보상이 아니었다. 최고급 에센스가 담긴 마스크팩과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부드러운 손 마사지, 그리고 어르신들의 지나온 삶을 경청하는 따뜻한 눈빛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실로 폭발적이었다. 팩을 얹고 누워 누군가의 부드러운 마사지를 받는 찰나의 시간 동안, 어르신들은 고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온전히 존중받는 VIP가 되었다.

 

봉사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오랜만에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다. 뻣뻣했던 손도, 적적했던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졌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짧고도 강렬한 감탄사는 이번 봉사활동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대변한다.

 

봉사자들의 손길은 그저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년의 쓸쓸함이라는 두꺼운 빙하를 녹여내는 가장 강력한 ‘감성 백신’으로 작용했다.

 

이번 행사가 더욱 빛난 지점은 일방적인 ‘베풂’이 아닌 쌍방향의 ‘교감’에 방점을 찍었다는 데 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고 정성스러운 대화를 이어 나갔다. 묵혀두었던 옛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그 사이사이로 다정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어르신들은 모처럼 찾아온 젊은 활력에 생기를 되찾았고, 봉사자들 역시 어르신들의 연륜이 묻어나는 미소 속에서 재능나눔이 주는 숭고한 기쁨을 만끽했다.

 

수혜자와 제공자라는 차가운 수직적 관계가 허물어지고, 오직 서로를 보듬는 이웃사촌만이 남은 따뜻한 연대의 순간이었다.

 

시초면 신흥2리에서 쏘아 올린 이 감동적인 릴레이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자원봉사센터는 이번 1회차 활동을 시작으로, 서천군 내 13개 읍·면 지역을 순차적으로 직접 찾아가는 대장정을 기획하고 있다.

 

이는 교통이 불편하거나 거동이 힘들어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마을 깊숙한 곳까지 재능기부의 손길을 뻗치겠다는 자원봉사센터의 결연한 의지이자, 촘촘한 복지 그물망을 완성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이다.

 

백옥숙 센터장은 “작은 손길이지만 어르신들께 기쁨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재능나눔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가는 삭막한 시대. 하지만 기계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바로 사람의 체온이 담긴 ‘위로’다.

 

자원봉사센터의 ‘찾아가는 재능나눔 봉사단’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원초적인 가치를 가장 세련되고 다정한 방식으로 복원해 내고 있다.

 

시초면에서 시작된 이 작지만 뜨거운 온기가 서천의 13개 읍·면 구석구석을 훈훈하게 데울 때, 서천군은 전국에서 가장 다정하고 결속력 강한 ‘따뜻한 공동체’의 표본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거친 주름을 어루만지며 빚어낸 이 마법 같은 시간이 앞으로 서천의 노년을 얼마나 찬란하게 물들일지 가슴 벅찬 기대가 모인다.

프로필 사진
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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