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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교용의 정론일침] 1만 3천 기권표의 경고, 새 서천군정, ‘대통합의 리더십’으로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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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남 서천군수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유승광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전체 선거인 수 43,308명 가운데 16,258표를 획득하며 서천 군정의 새로운 지휘봉을 잡게 된 유승광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아울러 11,978표를 얻으며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경쟁을 펼친 국민의힘 김기웅 후보와 584표를 획득하며 고군분투한 개혁신당 조중연 후보에게도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유승광 당선인은 2만 9천여 명의 투표자 중 과반의 지지를 얻어내며 승리의 기쁨을 안았지만, 선거의 열기가 가라앉은 지금 새롭게 출범할 서천군정이 축배를 들기에 앞서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무거운 지표가 있다.

 

바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13,736명의 ‘기권표’와, 13개 읍·면별로 극명하게 쪼개진 ‘분열된 민심’이다.

 

당선인은 자신이 거머쥔 1만 6천 표의 환호성 뒤에 가려진 이 차가운 숫자들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무엇보다 서천 정치권 전체가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대목은 전체 유권자의 30%를 훌쩍 넘는 1만 3천여 명의 군민이 투표장에 아예 발걸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선거인 수 43,308명 중 기권자 수는 무려 13,736명에 달했다.

 

지역 정치와 행정의 핵심축이자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서천읍과 장항읍에서만 각각 3,119명과 3,348명의 기권자가 발생했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여기에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기표를 포기하거나 잘못 투표한 752표의 무효표까지 더하면, 무려 1만 4천 명이 넘는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포기하거나 표심을 유보했다.

 

우리는 이 방대한 숫자를 단순히 유권자 개인의 정치적 무관심이나 바쁜 일상 탓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서천지역 정치권을 향한 군민들의 차가운 경고장이자, 정치적 피로감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준엄한 심판이다.

 

네거티브 공방과 진영 논리가 난무하는 선거 풍토,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도 군민의 팍팍한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정치권의 한계가 유권자들을 투표소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새 군정은 1만 6천여 표의 지지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침묵으로 불신을 표출한 1만 3천여 명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세울 것인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권표 못지않게 새 군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또 다른 뇌관은 지역별, 투표 방식별로 날카롭게 분열된 서천의 민심이다.

 

개표 결과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서천군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첨예하게 두 동강 나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군 전체로는 유 후보가 여유 있게 승리했지만, 장항읍에서는 전체 5,581명이 투표한 가운데 유승광 후보(2,675표)와 김기웅 후보(2,645표)의 표차가 불과 30표에 그쳤다.

 

문산면의 경우 727명의 투표수 중 유 후보 341표, 김 후보 339표로 단 2표 차이의 숨 막히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더불어 판교면에서는 김기웅 후보가 598표를 얻어 579표를 획득한 유승광 후보를 이기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투표 방식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심각했다.

 

장항읍의 관내 사전투표에서는 유승광 후보가 1,242표를 얻어 김기웅 후보(847표)를 크게 앞섰지만, 선거일투표(본투표)에서는 정반대로 김기웅 후보가 1,798표를 휩쓸며 유승광 후보(1,433표)를 압도했다.

 

마서면 역시 관내 사전투표(유승광 478표, 김기웅 236표)와 선거일투표(유승광 693표, 김기웅 789표)의 민심이 완전히 엇갈렸다.

 

이는 보수와 진보, 특정 진영에 따라 지지층이 완벽하게 결집하고 극단적으로 쪼개졌음을 방증한다.

 

좁은 지역 사회에서 선거로 인해 이웃 간, 계층 간 갈등의 골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뜻이다.

 

치열했던 선거전은 이제 모두 끝났다.

 

지금 서천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승자의 전리품 챙기기가 아니라, 분열과 대립의 낡은 상처를 꿰매는 ‘통합의 백신’이다.

 

유승광 당선인은 자신에게 표를 던진 16,258명만을 위한 ‘반쪽짜리 군수’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1만 2천여 명의 상대 후보 지지자들, 그리고 정치를 차갑게 외면한 1만 3천여 명의 기권자들 모두가 서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소중한 군민이다.

 

새롭게 닻을 올리는 ‘유승광 호’에는 승자의 넉넉한 아량과 포용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군정 인수 과정에서부터 상대 후보가 내걸었던 훌륭한 공약이 있다면 진영을 떠나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지역과 읍·면을 먼저 찾아가 그들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행보’를 보여주어야 한다.

 

서천의 존폐가 달린 인구 소멸 극복, 침체한 지역 경제 활성화, 농어촌 주거 및 의료 환경개선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는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통합의 리더십’은 거창한 구호나 화려한 수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무게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행정, 반대편의 비판마저도 군정의 훌륭한 자양분으로 삼는 열린 소통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유승광 당선인이 투표함 속에 남겨진 1만 3천여 명의 묵직한 경고를 가슴 깊이 새기고,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용광로처럼 녹여내는 진정한 ‘통합의 군수’로 서천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기를 4만 3천여 군민과 함께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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