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희 기자 =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당장 우리의 턱밑까지 차오른 생존의 위협 앞에서, 서천의 미래 세대가 도화지와 붓을 무기 삼아 기성세대를 향해 묵직한 경종을 울렸다. 단순히 예쁘고 순수한 동심의 발현이 아니다.
이것은 지구의 내일을 담보 잡힌 아이들이 써 내려간 ‘생존을 위한 녹색 청원서’이자, 더 이상 실천을 미룰 수 없다는 매서운 질책이다.
지난 4일, 충남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대표회장 신상애) 주최하고 서천문화관광재단이 후원한 ‘2026 서천군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카툰 및 포스터 공모전 시상식’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회의실을 가득 메운 수상 학생과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의 눈빛에서는 환경을 향한 절박함과 희망이 동시에 교차했다.
서천지속협 홍성민 사무국장의 사회로 막을 올린 이번 시상식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담론을 일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시상식의 꽃인 대상(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상)은 서천초등학교 6학년 우지윤 학생이 거머쥐었다.
우지윤 학생의 작품 ‘에너지 절약으로 미래와 약속해요’는 기후위기의 해법이 결코 첨단 기술이나 거창한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 작은 절약에 있음을 완성도 높은 시각 언어로 증명해 냈다.
아이의 투명한 시선이 벼려낸 메시지는 그 어떤 훌륭한 연설보다 강렬하게 참석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번 공모전이 특히 빛났던 이유는 무겁고 경직될 수 있는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카툰과 포스터 특유의 상상력으로 유쾌하면서도 예리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특히 특별상으로 마련된 유머·풍자 부문은 어른들의 이기심과 환경 파괴의 민낯을 아이들만의 재치로 꼬집어내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서천의 내일을 이끌어갈 영광의 수상자 명단은 아래와 같다.
▲최우수상 (2명) 강민주(시초초 5), 임채원(비인초 5) ▲우수상 (3명) 성정연(서천초 5), 김은혜(서천초 5), 서채은(장항중앙초 5) ▲장려상 (5명) 부유진(장항중앙초 6), 조서윤(장항중앙초 6), 김민지(장항중앙초 5), 임휘(서천초 5), 구민준(마동초 4) ▲특별상 (유머·풍자, 5명) 원지호(마동초 4), 이라희(장항중앙초 5), 유원(서천초 3), 전민정(장항중앙초 5), 박건율(송림초 5)
신상애 대표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상을 받은 우리 서천의 미래인 학생들이 보여준 독창적이고 순수한 아이디어들이 서천군 전체로 확산해, 말뿐이 아닌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곧, 화려한 시상식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외침을 정책과 일상의 혁신으로 화답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행사 말미, 참석자 전원이 하나 되어 외친 ‘지구를 살리는 탄소중립, 서천군이 앞장섭니다!’라는 구호는 단순한 세레모니를 넘어섰다.
그것은 지역 사회가 연대하여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겠다는 강력한 출사표였다.
아이들이 쏘아 올린 탄소중립의 신호탄은 이제 서천 군민 전체의 삶 속으로 향한다.
공모전의 영광을 안은 수상작들은 오는 7월 6일(월)부터 17일(금)까지 서천군청사 1층 로비에서 ‘2026 샛별특별전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대중과 호흡한다.
새롭게 단장된 군청사 로비는 단순한 행정 공간을 넘어, 군민들이 환경에 대해 고찰하고 행동을 결의하는 생태적 아고라(Agora)로 변모할 예정이다.
이 전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아이들이 혼신 다해 그려낸 맑고 푸른 미래를 지켜낼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가. 서천 군민들이 그 물음에 화답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발걸음을 군청으로 향하여, 도화지 위에서 피어난 생존의 청사진을 직접 목도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