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100일.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석 달 남짓의 시간이지만, 생애 처음으로 학교라는 거대한 사회에 발을 내디딘 여덟 살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낯선 우주를 온전히 자신의 세계로 편입시키는 눈물겹고도 찬란한 투쟁의 기록이다.
지난 9일, 충남 서천군 서면에 있는 서도초등학교(교장 김대섭) 교정에서는 이 위대한 성장을 축하하는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경계를 허물고 선후배가 하나 되어 빚어낸 ‘입학 100일 잔치’는 오늘날 우리 공교육이 회복해야 할 진정한 연대와 이음의 가치를 눈부시게 증명해 보였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아기가 무사히 100일을 넘기면 백설기를 나누며 생명의 강인함을 경축했다.
서도초는 이 숭고한 전통의 가치를 1학년 통합교과인 ‘우리나라’ 단원과 절묘하게 직조해 냈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떡을 나누어 먹는 데 그치지 않았다.
티 없이 맑게 자라라는 ‘백설기’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숫자 ‘100’이 품고 있는 완전함과 성취의 뜻을 스스로 묻고 답했다.
교육과정이 교과서라는 활자의 틀을 깨고 나와, 아이들의 삶 속에서 생생하게 박동하는 살아있는 철학으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이번 행사의 가장 경이로운 장면은 유치원생과 1학년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진 ‘전통놀이 체험’에서 연출되었다.
흔히 학교급이 달라지면 물리적, 정서적 단절을 겪기 마련이지만, 서도초의 ‘유·초 이음교육’은 이 견고한 단절의 벽을 유쾌하게 허물어뜨렸다.
‘동백팀’과 ‘소나무팀’으로 섞여 투호놀이와 비사치기, 팽이돌리기에 나선 아이들의 모습은 한 편의 감동적인 무언극과 같았다.
불과 100일 전, 엄마 손을 잡고 울먹이던 1학년 아이들은 어느새 의젓한 ‘형님’이 되어 있었다.
이들은 서툰 유치원 동생들의 손을 이끌고 팽이채를 쥐여주며 놀이의 규칙을 다정하게 일러주었다.
동생을 향한 배려는 먼저 시범을 보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전달했고 형님으로서의 책임감은 동생들을 이끌며 스스로 학교의 주인이자 선배임을 자각했다.
공동체 의식 함양은 승패를 떠나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땀 흘리는 기쁨을 공유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그 어떤 훌륭한 인성 교과서로도 대체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최고급 형태의 실천적 배움이다.
잔치의 대미는 1학년 아이들이 자신들의 성장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음식을 전교생에게 나누어 주는 시간이었다.
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아이들이 베풂의 주체로 나선 이 행위는, 성장의 기쁨이 개인의 영달에 머물지 않고 타인과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깊은 가르침을 내포하고 있다.
김대섭 교장은 “1학년 학생들이 학교생활 100일 동안 건강하게 성장한 모습이 매우 대견하다”라며 “유치원과 1학년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어울리며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김 교장의 온화한 미소 속에는 서도초가 지향하는 교육의 본질이 담겨 있다.
지식의 일방적 주입이 아닌, 아이들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튼튼한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토양. 그것이 바로 서도초가 보여준 교육의 참모습이다.
서도초의 ‘입학 100일 잔치’는 한낱 작은 학교의 소박한 행사가 아니다. 성과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의 교육 현장을 향해, 아이들은 결국 ‘함께’일 때 가장 찬란하게 빛난다는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진심을 던지고 있다.
100일의 시간을 거름 삼아 싹을 틔운 서도초 아이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천 일, 만 일의 기적이 벌써부터 가슴 뛰게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