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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대신 ‘응원’을, 경쟁 대신 ‘연대’를… 서천 송석초가 쏘아 올린 ‘100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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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스스로 일궈낸 100일간 눈부신 성장, 교정 가득 울려 퍼진 “우린 참 잘해왔어”
단순한 행사를 넘어선 철학의 실천… 따뜻한 교육공동체가 그려내는 서천 교육의 희망가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예로부터 우리 문화에서 ‘100일’은 온갖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비로소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음을 축하하는 생명의 잔치였다.

 

어른들에게는 찰나처럼 지나가는 석 달 남짓한 시간이지만, 처음 학교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디딘 아이들과 새로운 학년의 무게를 짊어진 학생들에게 지난 100일은 매일 매일이 거대한 도전이자 경이로운 성장의 연속이었을 터.

 

지난 10일, 충남 서천군 송석초등학교(교장 김미애) 교정에는 정량적인 평가나 차가운 성적표 대신, 서로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축하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잔치가 열렸다.

 

‘우리 만난 지 100일 기념 교육 공동체 잔치’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단순한 학교 이벤트를 넘어 경쟁에 내몰린 현대 교육에 묵직한 울림과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잔치를 관통하는 핵심 슬로건은 ‘우리 스스로 참 잘해왔다’이다. 이는 교육의 주체를 교사나 학부모가 아닌 ‘학생 자신’으로 온전히 되돌려 놓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치원 원아들과 1학년 신입생들에게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공동체에 적응한 용기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또한, 2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재학생들에게는 지난 100일 동안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개척해 낸 ‘주도성’에 찬사를 보냈다.

 

타인의 잣대에 맞춰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한 뼘 더 자라난 오늘의 나를 스스로 대견해하고 축하하는 이 과정은 아이들의 내면에 무너지지 않는 자존감이라는 강력한 성를 쌓아 올렸다.

 

이날 송석초는 화려한 무대나 웅장한 연설 대신,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교감으로 공간을 채웠다.

 

행사의 백미는 단연 ‘축하 메시지 전달식’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와 엽서가 아이들 사이를 오갈 때마다, 교실에는 몽글몽글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정성스레 준비한 작은 기념품을 나누고, 입안 가득 달콤하게 퍼지는 마카롱 케이크를 함께 베어 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성취감과 행복이 스며있었다.

 

잔치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전교생이 하나 되어 부른 ‘넌 할 수 있어’ 합창이었다.

 

각기 다른 높낮이의 맑은 목소리들이 허공에서 아름답게 포개어지며 빚어낸 하모니는, 그 어떤 세계적인 명창의 공연보다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은 지난 100일의 땀방울을 씻어내고,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배움의 여정을 헤쳐 나갈 든든한 용기라는 이름의 백신을 서로에게 투여하고 있었다.

 

송석초의 이번 100일 잔치는 ‘교육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진짜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지식의 주입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실패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서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임을 송석초는 몸소 증명해 냈다.

 

행사를 지켜본 병설유치원 김현주 교사는 “의젓하게 100일을 이겨낸 신입생과 각자의 자리에서 주체적으로 멋지게 자라나는 재학생 모두가 가슴 벅차도록 대견하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스스로를 굳건히 믿고 서로를 보듬으며 행복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으로 꽉 찬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꽃이 피어나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따스한 햇살과 단비가 있다면 결국 모두가 자신만의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뜨린다.

 

서로의 성장을 온 마음을 다해 지지해 주는 송석초등학교의 100일. 이 따뜻한 연대의 경험은 훗날 아이들이 거친 세상의 파도를 넘을 때 꺼내어 쓸 수 있는, 작지만 가장 강력한 기적의 씨앗이 될 것이다.

프로필 사진
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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