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천오백 년의 시간을 품은 충남 서천의 맑은 바람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문화 지형도를 흔들었다.
‘제36회 한산모시문화제’가 단순한 향토 축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 세련미로 재해석하며 명실상부한 전국구 ‘프리미엄 문화 콘텐츠’로 비상(飛上)했다.
서천군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서천지속협)가 축제를 찾은 외지 관람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축제의 질적 도약을 명확한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응답자의 92%가 ‘성공적인 축제였으며, 향후 재방문하고 싶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는 한산모시가 지닌 본연의 미학이 오늘날의 대중들에게 얼마나 강렬하고 매혹적으로 다가갔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대목은 축제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이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이다.
여성 관람객의 비율이 무려 79%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참여도를 보였다.
이는 한산모시 특유의 섬세한 결과 단아한 매력이 미적 기준이 까다로운 여성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음을 시사한다.
연령대별로는 문화와 여가 소비를 주도하는 40대(24%)와 50대(23%)가 전체의 47%를 차지하며 축제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해냈다.
뒤이어 60대(23%), 30대(17%), 70대(12%)가 고르게 분포하며, 한산모시문화제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문화 발전소로 안착했음을 보여준다.
지역축제의 영원한 숙제는 ‘지리적 한계의 극복’이다.
한산모시문화제는 이번 제36회 행사를 통해 그 장벽을 가뿐히 넘어섰다.
인접 지역인 전북(34%)과 대전·충남(24%)의 탄탄한 지지를 기반으로 삼되, 인천·경기(25%)와 서울(7%) 등 수도권 유입률이 총 32%에 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남과 호남 등 기타 지역을 합산하면 순수 외지 관광객 비율은 약 70%에 육박한다.
이는 이 축제가 더 이상 서천만의 지역 행사가 아닌, 대한민국 전역에서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찾아오는 ‘전국구 문화 순례지’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강력한 지표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만족도 분석에서 90~100점 사이의 최상위 점수를 준 응답자가 52%로 과반을 차지했고, 80점 이상을 합산하면 75%에 달했다.
이러한 역대급 호평의 기저에는 주최 측의 정교한 ‘콘텐츠 기획력’이 숨어 있다.
설문 결과, 축제 준비 과정(2,216점)이나 편의시설(2,656점) 등 하드웨어적 요소보다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운영된 축제 시행 과정(3,595점)에 대한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관람객들은 수동적인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 마련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깊이 몰입하며 살아 숨 쉬는 모시의 가치를 오감으로 체험한 것이다.
축제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곧장 지역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졌다. 외지 관람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7만 9,410원으로 집계됐다.
우선 식비(45.7%, 3만 6,310원)는 서천의 다채로운 미식이 관람객의 지갑을 가장 크게 열었고 교통비(19.0%, 1만 5,100원)가 차지했다.
지역 특산품(13.2%, 1만 450원) 및 기념품 (8.6%, 6,850원)은 모시 관련 상품 등 서천의 특산물이 훌륭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는 축제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의 과제도 명확히 제시했다.
당일치기 관광객의 비율이 높아 숙박비 지출이 7.3%(5,800원)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서천이 개척해야 할 막대한 잠재 시장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조사를 주도한 서천지속협 홍성민 국장은 “여성층과 4050세대의 탄탄한 지지를 데이터로 확인했다”라며, “수도권 등 원거리 방문객을 체류형 관광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숙박 연계 프로그램과 야간 콘텐츠를 보완해 내년 제37회 축제를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제36회 한산모시문화제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고고한 가치에 대중성이라는 매력적인 날개를 달았다.
낮에는 모시의 찬란한 윤기를 감상하고, 밤에는 서천의 자연 속에서 머무르며 지역 경제에 더 큰 파급을 일으킬 ‘체류형 한산모시 르네상스’. 내년에 펼쳐질 제37회 축제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