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9 (목)

  • 흐림서산 24.0℃
  • 천둥번개대전 22.8℃
  • 흐림홍성(예) 24.4℃
  • 흐림천안 24.2℃
  • 흐림보령 24.0℃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3.8℃
기상청 제공

[권교용의 정론일침] 서천지역 축제의 눈부신 도약, 이제는 ‘체류형 관광’으로 완성할 때다

URL복사

최근 서천군 전역을 뜨겁게 달군 두 개의 거대한 물결이 대한민국 지역축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11만 명의 구름 인파를 동원하며 전통의 현대적 부활을 알린 ‘제36회 한산모시문화제’와, 궂은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단 이틀 만에 3억여 원의 매출 신화를 쓴 ‘제3회 서천 블루베리 축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두 축제는 각각 ‘전통문화의 파격적 혁신’과 ‘농심(農心)이 빚어낸 압도적 품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향토 축제가 고질적인 지리적·콘텐츠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전국 단위의 프리미엄 축제로 비상할 수 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한산모시, 오래된 미래’라는 압도적인 통찰을 내건 올해 한산모시문화제는 전통을 소비하는 방식의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과거의 축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한산모시의 역사적 가치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모시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과 실용성에 집중했다.

 

가장 눈부신 성과는 역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신규 프로그램들이었다. 전통 직물인 모시는 화려한 조명 아래 세련된 하이엔드 복식으로 재탄생하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서천의 맑은 바람 소리를 백색소음으로 활용한 ‘모시 ASMR 요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치유를 선사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행사장 곳곳에 선제적으로 조성된 그늘 쉼터와 안개형 냉각수(클링포그)는 한낮의 열기를 식히며 관람객의 체류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주최 측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 대목이다.

 

이러한 기획력은 경이로운 통계로 직결되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가 재방문 의사를 밝혔으며, 여성 관람객의 비율이 무려 79%에 달했다.

 

또한 문화 소비의 중심인 4050세대가 47%를 차지하고, 인천·경기·서울 등 수도권 방문객 유입률이 32%를 돌파했다.

 

문화의 영역에서 한산모시가 눈부신 도약을 이뤘다면, 농업의 영역에서는 서천 블루베리가 놀라운 기적을 쏘아 올렸다.

 

축제 첫날부터 쏟아진 궂은비라는 치명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개막식 현장은 발 디딜 틈 없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블루베리 디저트를 만들며 웃음꽃을 피웠고, 그 열기는 곧장 폭발적인 구매로 이어졌다.

 

단 이틀 만에 기록한 농산물 현장 판매액 3억여 원.

 

축제 마지막 날 갓 수확한 최고급 블루베리와 서천 수박 등 주요 농산물이 조기 매진되는 ‘품절 대란’은 지역 단위 축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메가톤급 성과다.

 

동서천농협 이정복 조합장의 말처럼, 하늘이 내린 궂은비조차 서천 농민들이 땅에 흘린 진실한 땀방울과 그로 인해 맺어진 압도적인 품질을 가릴 수는 없었다.

 

유통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여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공선회를 중심으로 철저한 품질 관리를 고집한 농가들의 헌신이 소비자들의 확고한 신뢰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성과와 축배의 이면에는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축제의 폭발적 에너지가 지역 경제의 실질적 활력으로 온전히 이어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아직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천지속협의 조사에 따르면, 외지 관람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7만 9,410원으로 집계되었다. 소비 항목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면과 아쉬운 면이 뚜렷하게 교차한다.

 

숙박비 지출이 7%대에 머물렀다는 것은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이는 서천을 찾은 대다수의 방문객이 축제의 화려한 낮만 즐기고 밤에는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거나 귀가하는 ‘당일치기 관광’에 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로컬 축제의 궁극적인 목적이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면, 방문객을 서천의 밤까지 머물게 할 ‘체류형 관광 인프라’의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제36회 한산모시문화제와 제3회 서천 블루베리 축제는 서천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과 대체 불가한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낸 찬란한 무대였다.

 

1500년을 이어온 모시의 우아한 생명력과 농민들의 땀이 빚어낸 블루베리의 달콤함은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서천군은 이번 축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매력적인 야간 콘텐츠를 대폭 보완하고, 질 높은 숙박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스쳐 가는 서천’이 아닌 ‘머물고 싶은 서천’으로 진화해야 한다.

 

11만 명의 환호 속에 증명된 서천의 ‘오래된 미래’는 이미 우리의 눈부신 현실이 되었다.

 

전통의 미학과 농업의 저력에 체류형 르네상스라는 날개를 다는 순간, 서천은 대한민국 문화관광의 독보적인 메카로 영구히 비상할 것이다.

 

내년에 펼쳐질 서천의 더욱 위대한 도약이 벌써부터 가슴 뛰게 기다려지는 이유다.




포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