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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교용의 정론일침] 8년 숙원 서천문예회관 백지화, 일방행정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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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이 지난 8년 동안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서천문화예술회관’ 신축 공사가 착공 3개월 만에 전면 중단되면서 지역사회가 극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지방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라는 서천군의 입장과, 적법한 합의를 거친 숙원사업을 일방적으로 짓밟은 행정 폭거라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오는 8월 3일로 예고된 대규모 집회는 양측의 대립이 단순한 이견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천군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유승광 군수가 이끄는 서천군의 고충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현재 서천군은 40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만큼 재정 여건이 몹시 녹록지 않다.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들어가는 총사업비 474억 원 중, 도비와 기금을 제외한 355억 원을 고스란히 군비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지자체 입장에서 분명 뼈아픈 부담이다.

 

더욱이 한정된 예산에 맞춰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할 경우 이른바 ‘깡통 건물’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향후 음향, 조명, 무대 등 필수 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리모델링에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최종적으로 7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방행정 책임자로서 마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내실 있는 재정 운영’은 지자체의 생존이 걸린 필수불가결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의 생명인 ‘신뢰성과 연속성’을 철저히 간과한 군의 일방적 처사는 거센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서천문화예술회관 건립은 단기적인 졸속 행정이 결코 아니다.

 

지난 8년 동안 무려 7차례의 타당성 용역과 주민 공론화, 청문회 등 지난하고 엄격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거쳐 도출해 낸 지역사회의 소중한 합의 산물이다.

 

조달청 의뢰를 통한 발주와 시공사 선정까지 모두 마치고 공사의 첫 삽을 뜬 상태에서, 재정 상황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이를 백지화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과 행정의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다.

 

무엇보다 사업 취소로 인해 당장 허공에 날리게 될 매몰비용만 무려 52억 원에 달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355억 원의 재정을 아끼겠다며 빼든 칼이, 오히려 50억 원이 넘는 막대한 혈세 낭비와 시공사 측의 구상권 청구라는 무거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생겼다.

 

예술계 일각에서 ‘재정 악화’라는 표면적 이유 뒤에 전임 군수의 치적을 지우려는 정치적 셈법이나 특정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짙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처럼 매끄럽지 못한 졸속 행정 처리에서 비롯되었다.

 

진정으로 군 재정이 위기라면, 특정 문화 사업 하나를 단칼에 도려낼 것이 아니라 전 부서의 예산을 일괄 감축하는 등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먼저 호소했어야 마땅하다는 예술계의 항변은 꽤 설득력이 높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그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천군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군의 일방적인 사업 중단 통보나 예술계의 감정적인 실력 행사가 아니다.

 

원점에서 진정성 있게 쟁점을 다시 짚어보는 투명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천군은 막연한 ‘재정 위기론’으로 덮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재정 지표와 예상되는 매몰비용,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한 기존 ‘문예의 전당’ 리모델링 방안의 현실성과 경제성을 군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예술계 및 군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계 역시 무조건적인 원안 고수와 투쟁만이 능사는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서천군의 재정 위기가 명백한 현실이라면, 8년 전의 장밋빛 청사진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현재의 재정 상황에 부합하면서도 내실을 기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협점을 함께 고민하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신축 회관의 규모나 부대시설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예산을 절감하는 대안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지역의 영혼을 살찌우고 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이며, 건전하고 탄탄한 재정은 이를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하는 든든한 뼈대다.

 

서천군은 52억 원이라는 막대한 매몰비용과 씻을 수 없는 행정 불신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방통행을 고집할 명분이 있는지 깊이 재고해야 한다.

 

즉각 민관이 참여하는 ‘공론화 위원회’나 중재 기구를 구성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8년의 지난한 합의가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서천군의 그 어떤 주요 정책도 군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재정건전성 확보와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솔로몬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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