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내포] 권주영 기자 = 숨 막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들녘, 한쪽에서는 황금빛 벼가 쏟아져 내리고 바로 옆 찰랑이는 무논에서는 푸른 모가 줄지어 심어진다.
인간의 땀방울을 대신해 첨단 인공지능(AI) 로봇들이 굉음을 내며 일사불란하게 대지를 누빈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대한민국 AI 수도’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충청남도가 폭염을 뚫고 연출해 낸, 경이롭고도 가슴 벅찬 농업 혁명의 현장이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지난달 31일 당진시 신평면 일원에서 박수현 도지사와 벼 재배 농가, 유관 기관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AI 자율주행 농기계 활용 빠르미향 벼 수확·이앙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햅쌀 기부를 시작으로 충남이 낳은 기적의 볍씨 ‘빠르미’의 눈부신 성과 보고, 그리고 대한민국 농업의 판도를 바꿀 AI 농기계 군단(軍團)의 시연이 쉼 없이 이어지며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번 시연의 핵심 주인공인 ‘빠르미’는 충남도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국내 최단기간 재배 벼 품종이다.
지난 5월 6일 첫 모내기를 한 지 불과 86일 만에 알알이 영근 벼를 수확하는 기적 같은 생명력을 과시했다.
재배 기간이 80일 안팎에 불과한 이 마법의 볍씨는 한국 농업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노지 이기작(빠르미+빠르미)은 물론, 옥수수나 배추와 연계한 노지 이모작, 하우스 삼모작, 심지어 한 번 모내기로 두 번 수확하는 ‘움벼 재배’까지 가능케 한다.
짧은 생육 기간 덕에 물 사용량은 53%, 비료는 10%, 농약은 무려 50%나 절감된다.
이는 곧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 배출을 32%나 극적으로 줄여, 전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7월 내 수확을 통한 햅쌀 시장 선점, 획기적인 인건비 절감, 농번기 노동력 분산 등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는 ‘스마트 효자 품종’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날 당진의 들녘은 첨단 로봇 기술이 빚어내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였다. 국내 최고 수준의 농기계 및 드론 업체와 협력해 선보인 시연은 ‘농업 AI 대전환’의 미래를 현실로 소환했다.
가장 먼저 하늘을 가른 것은 ‘조류 퇴치 드론’이었다.
무인 스테이션을 박차고 날아오른 드론이 사전 입력된 경로를 따라 논 구석구석을 누비며 조류가 기피하는 주파수를 쏘아대자, 불청객 참새 떼가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이어 등장한 ‘3단계 자율주행 콤바인’은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다.
작업자가 단 한 바퀴 농경지 외곽을 돌며 구역을 설정하자, 콤바인은 스스로 벼를 베고 곡물을 배출하는 전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운전 피로도를 기존의 20%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춘 것은 물론, 수확량 모니터링을 통한 ‘정밀농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
수확이 끝난 땅은 곧바로 ‘온디바이스(On-device) AI 트랙터’의 무대가 되었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에 경로를 스스로 생성하고 거침없이 땅을 갈아엎었다. 그 옆으로 미리 물을 대어놓은 논에서는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가 투입됐다.
혼자서도 운전과 모판 운반이 가능한 이 첨단 기기 뒤로는 비료를 흩뿌리는 드론과 모판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는 ‘무인 로봇 운반차’가 꼬리를 물며,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자동화 공정을 완성했다.
뙤약볕 속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이는 AI 기기들을 지켜보던 박수현 지사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긍지가 넘쳐흘렀다.
생명과 기술이 찬란하게 교차한 서해안의 들녘. 폭염조차 꺾지 못한 충남의 거침없는 AI 농업 혁명이 지금, 대한민국 1차 산업의 낡은 역사를 눈부시게 다시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