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군의 문화예술계가 그야말로 거센 분노의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지역 예술인들의 피와 땀, 그리고 5만 군민의 10년 넘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서천문화예술회관 신축 사업’이 시공업체 발주계약이라는 최종 관문까지 통과하고도 벼랑 끝 백지화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서천 지역의 모든 문화예술인이 하나의 거대한 연대로 뭉쳤다.
이들은 새로 취임한 군수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사업 재검토 방침을 ‘문화 말살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서천의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3일, 참담함과 분노가 교차하는 공동성명서를 세상에 내던졌다. 성명서에 맺힌 사연은 기가 막힌다.
서천군민은 그동안 번듯한 전용 공연장이나 전시장 하나 갖추지 못한 채, ‘문화예술 낙후지역’이라는 뼈아픈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
지난 38년의 세월은 그야말로 열악함과 굴욕의 연속이었다.
예술인들은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막대한 사비를 털어 외부에서 음향과 조명 장비를 구걸하듯 조달해야만 했다.
한 뼘도 안 되는 비좁은 무대 위에 출연진들은 억지로 몸을 구겨 넣었고, 관객인 군민들은 턱없이 낮은 좌석에 앉아 목을 빼고 무대를 올려다보는 수모를 겪어왔다.
전시 환경은 더욱 참혹했다. 스포트라이트 조명은커녕, 반듯하고 새하얀 벽면조차 없는 척박한 공간에 피땀 어린 소중한 작품을 내걸어야만 했다.
예술인들은 “이곳이 진정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맞는가”라며 피를 토하듯 반문했다.
이들은 “땜질식 누더기 리모델링 같은 비겁한 우회적 대안은 즉각 쓰레기통에 버려라”라며, 오직 ‘원안대로의 신축’만이 유일한 정답임을 천명했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는 공사비를 감안할 때, 지금 이 신축 기회를 놓친다면 서천의 문화는 영원한 암흑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절박한 호소다.
서천문화예술회관 신축 사업은 결코 어느 날 뚝딱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군민의 땀방울 어린 지혜와 뜨거운 열정, 그리고 막대한 혈세가 겹겹이 투입되어 마침내 시공업체와의 발주계약이라는 기적 같은 결실에 도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군수가 이토록 험난하고 위대한 역사적 추진 과정을 철저히 짓밟은 채, 일방적인 재검토 방침을 밀어붙이면서 사업은 순식간에 난파선 신세가 되었다.
깊은 배신감과 절망의 늪에 빠진 문화예술인들은, 5만 군민을 향한 행정의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이번 폭거에 단호히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고 있다.
예술인들은 무리한 사업 중단으로 파생될 끔찍한 경제적 타격에 대해서도 현 군수를 향해 서슬 퍼런 경고의 칼날을 겨눴다.
사업 지연의 책임과 아예 엎어버리는 ‘중단’의 책임은 그 무게부터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만약 군수의 고집대로 사업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이미 쏟아부은 막대한 예산이 공중분해 되는 것은 물론, 시공사와의 계약 일방 해지에 따른 천문학적인 위약금 폭탄과 행정력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이들은 “이번 사태로 군민과 지역 사회에 막대한 경제적·행정적 손실이 입혀진다면, 그 모든 법적·재정적 배상 책임은 독단적 결정을 강행한 현 군수에게 명백히 있다”라고 무섭게 못 박았다.
아울러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있다면 이는 현 군수가 지연 책임자를 찾아 구상권을 청구할 문제”라며, 기필코 현 군수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일에 최선봉에 설 것임을 선언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천의 문화예술인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는 그날까지, 군민과 굳게 연대해 목숨을 걸고 대처할 것을 천명하며 ‘문예회관 신축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전격 발족시켰다.
추진위원회에는 서천 문화예술계를 든든하게 떠받쳐온 굵직한 거목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으며, 향후 지역 사회의 뜻있는 인사들이 계속 합류해 15인 이내의 강력한 투쟁 진용을 갖출 예정이다.
이들은 “서천군은 지금이라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잘못된 판단을 즉각 바로잡아, 문예회관 신축 사업을 원안대로 조속히 정상화하라”라고 거듭 강력히 촉구했다.
38년 동안 묵혀온 문화적 갈증을 단숨에 씻어내려는 서천군민의 뜨거운 열망. 과연 이 거대한 분노의 물결이 오만한 행정의 벽을 부수고 찬란한 문화의 전당을 쟁취해 낼 수 있을지, 서천군의 아슬아슬한 향후 행보에 온 지역 사회의 이목이 숨죽여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