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권주희 기자 = 과거 산업화의 맥박이 뛰던 철길이 그 수명을 다하고 멈춰 섰을 때, 남겨진 것은 차가운 쇳덩이와 무성한 잡초뿐이었다.
오랜 시간 지역의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그 잿빛 유휴 공간이,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찬란한 ‘보랏빛 마법’의 진원지로 다시 태어났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이 쓰레기와 잡목으로 신음하던 폐철로 구간을 정비해 빚어낸 ‘버들마편초 꽃길’은 단순한 환경 미화를 넘어, 버려진 공간에 어떻게 생명과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시재생의 눈부신 모범 사례로 찬사받고 있다.
장항읍 내 자리한 해당 폐철로 구간은 그동안 인적마저 드물어 쓰레기 무단 투기와 잡초가 무성하게 방치된 지역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장항읍은 이 버려진 공간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일상에 지친 주민들에게 쉼표가 되어줄 ‘생활 속 정원’을 조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아래, 대대적인 기초 환경정비 작업의 첫 삽을 떴다.
수십 년 묵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엉켜있던 잡목을 걷어낸 약 230m의 척박한 대지 위에는 ‘버들마편초’라는 새로운 생명이 시범 식재되었다.
현재, 삭막했던 회색빛 철길 위로는 보랏빛 꽃망울들이 일제히 만개하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한때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흉물은 어느새 주민들의 여유로운 산책로이자, 방문객들의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역 최고의 '인생샷'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정원 조성 사업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식재된 식물의 절묘한 선택에 있다.
경관용 다년생 식물인 버들마편초는 개화 기간이 길어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품은 꽃말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쇠락한 폐철로 위에서 만개한 이 보랏빛 꽃들은 마치 그곳을 걷는 모든 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고 내일의 희망을 응원하는 듯하다.
물리적인 공간의 재생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정서적 치유까지 도모하는 장항읍의 세심한 행정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은 “방치됐던 철길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길로 바뀌니 온 마을의 분위기까지 한층 밝아진 기분”이라며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산책하며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 생겨 너무나 반갑다”라고 전했다.
장항읍의 시선은 이번 시범 식재 구간의 성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번 성과를 동력 삼아 폐철로 전체를 주민과 자연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거대한 ‘생활정원’으로 확장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시범 구간 운영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여 최적의 식재 및 관리 매뉴얼을 확립하고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장항읍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생태·경관 랜드마크로 격상할 방침이다.
폐철로 외 지역 내 다양한 방치 공간을 발굴하여 일상 속 정원 인프라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전종석 장항읍장은 “아무리 방치되고 버려진 공간일지라도,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비가 더해지면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훌륭한 지역 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폐철로를 비롯한 숨은 유휴 공간들을 꾸준히 닦고 다듬어, 주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꽃과 정원이 주는 생명력을 만끽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완성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끝을 알리던 낡은 철길이 이제는 희망을 싣고 달리는 아름다운 꽃길이 되었다. 장항읍이 심은 보랏빛 씨앗이 지역사회를 넘어 도시재생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어떤 눈부신 영감을 피워낼지, 그 향기로운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