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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꼼수인가, 합법적 절차인가… 서천 B어촌계장 연임 둘러싼 팽팽한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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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인 측 “어촌계장 연임을 위해 필수 관문인 ‘총회’ 패싱… 원천 무효인 불법 정관 변경”
어촌계장 측 “계원 급증으로 대의원회 갈음 조항 신설… 서천군 정식 승인 마친 합법 사안”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넉넉하고 풍요로운 갯벌을 품고 수십 년간 끈끈한 정을 나누며 동고동락해 온 서천지역 한 어촌. 사시사철 평화로운 파도 소리만 들려오던 이 고즈넉한 바닷가 마을이 때아닌 거센 풍랑의 한가운데 섰다.

 

마을 경제의 핏줄이자 주민들의 든든한 울타리인 한 어촌계를 이끄는 수장의 연임 문제를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밀실에서 획책된 꼼수 권력 연장’이라는 맹렬한 규탄과, ‘시대적 변화를 능동적으로 반영한 투명한 합법 절차’라는 단호한 항변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갈등의 뇌관은 지난 11일, 어촌계원 A씨가 감독기관인 서천군수산업협동조합(수협)에 전격적으로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폭발했다.

 

A씨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지난 2019년 10월 단행된 정관 변경의 ‘절차적 정당성’이다.

 

당초 ‘계장은 연임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던 굳건한 원칙이 돌연 ‘연임할 수 있다’로 뒤바뀌는 중차대한 과정에서, 어촌계의 최고 의결 기구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수 관문인 ‘총회’가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A씨 측은 ‘어촌계의 주권자인 계원 전체의 뜻을 묻는 총회를 건너뛰고, 소수의 대의원회 의결만으로 정관을 뜯어고친 것은 명백한 날치기 통과이자 원천 무효’라며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정관 변경’의 중차대한 과정에서 어촌계의 최고 의결 기구이자 필수 관문인 ‘총회’를 철저히 건너뛰고 대의원회의 의결만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러한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를 딛고 연임 가도를 달리고 있는 현 어촌계장 B씨의 자격 역시 즉각 박탈되어야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어수선한 시기를 틈타 마을의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고 권력을 부당하게 사유화했다는 매서운 질타가 갯벌을 뒤흔들고 있다.

 

반면, 쏟아지는 의혹의 화살 앞에 선 어촌계장 측은 ‘불법 꼼수’나 ‘밀실 야합’이라는 자극적인 꼬리표는 악의적인 억측에 불과하다며 전면적인 반박에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 선 ‘총회 생략’은 급변하는 어촌계의 척박한 현실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고민 끝에 나온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항변이다.

 

이들은 갈등의 씨앗이 된 정관 개정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조직 규모의 폭발적 증가’를 지목했다.

 

계원 수가 눈에 띄게 급증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수백 명의 전체 인원을 한자리에 소집해 원활한 총회를 여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 공백을 막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고자 ‘대의원회가 총회를 갈음할 수 있다’는 대체 조항을 정관에 새롭게 신설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이들은 ‘행정 관청의 인가’를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합법의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

 

어촌계 측은 ‘해당 정관은 누군가 권력을 탐해 임의로 조작한 것이 결코 아니며, 2019년 당시 서천군청의 깐깐한 행정 심사와 법적 검토를 거쳐 정식 승인을 모두 통과한 완벽한 합법적 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백한 법적 근거와 투명한 행정 절차에 따라 안착된 사안을 이제 와서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자 흠집 내기’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솥밥을 먹으며 그물망을 깁던 이웃사촌들이 하루아침에 두 진영으로 쪼개져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면서, 평온했던 어촌 마을에는 짙은 긴장감과 피로감이 교차하고 있다.

 

이제 모든 공은 감독기관인 수협으로 넘어갔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내부 소통 부재가 낳은 씁쓸한 해프닝으로 막을 내릴지, 아니면 마을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뼈아픈 행정 흠결로 결론 날지는 수협의 예리한 칼끝과 명확한 유권해석에 달려있다.

 

관할 관청의 ‘정식 승인’이라는 튼튼한 방패와 ‘민주적 절차의 훼손’이라는 날카로운 창이 맞붙은 어촌계. 진실의 저울이 과연 어느 쪽을 향해 기울어질지 군민을 넘어 지역사회의 팽팽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프로필 사진
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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