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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견뎌낸 상인들에 돌아온 건 ‘3평 닭장’… 희망 짓밟은 서천특화시장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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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찰 업체, 당초 면적 20% ‘싹둑’… 상인 점포는 5평에서 3평으로 쪼그라들어
생존권 외면한 채 뒷짐 진 군청… “공공이익 내팽개친 깜깜이 행정” 군민 분노 폭발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지난 2024년 1월, 매서운 겨울바람보다 더 시리게 상인들의 가슴을 도려냈던 칠흑 같은 화마.

 

평생을 바쳐 일군 삶의 터전이 속절없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참혹한 현장 위에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은 서로의 거칠어진 손을 맞잡고 부활의 희망을 노래했다.

 

하지만 눈물로 버텨온 인고의 시간 끝에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번듯한 새 시장’이 아닌,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어처구니없는 ‘반쪽짜리 도면’이었다.

 

시장 상인 등에 따르면 수백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웅장한 청사진 이면에서 상인들의 피눈물을 외면한 서천군의 묵인과 부실 행정이 낱낱이 드러나며 지역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매대 하나 놓으면 끝인데 장사는 어떻게 하나”… 벼랑 끝에 내몰린 상인들

 

이번 설계 변경 논란의 가장 뼈아픈 희생양은 다름 아닌 화재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시장 상인들이다.

 

당초 약속되었던 1점포당 5평의 공간은 단독 응찰 업체의 자의적인 ‘칼질’에 의해 3평(약 9.9㎡)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3평은 그저 숫자상의 축소가 아니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에게는 필수적인 활어 수조와 냉장 설비조차 제대로 들여놓기 벅찬 옹색한 면적이다.

 

농산물이나 건어물을 파는 상인들 역시 매대를 설치하고 나면 손님 한 명 제대로 서 있을 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화재 이후 임시 시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온 상인들에게, 3평짜리 ‘닭장 점포’는 희망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가혹한 처사다.

 

물건을 보관할 창고 역할은커녕, 최소한의 영업 동선조차 나오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 앞에서 상인들은 “이대로라면 차라리 장사를 접으라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라며 처절한 절규를 토해내고 있다.

 

◇사라진 558평, 치솟는 건축비… 상식의 궤도를 이탈한 재건축

 

지역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당초 서천군의 요청으로 충남개발공사가 발주한 특화시장 재건축 사업은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 연면적 1만 650㎡에 달하는 초대형 복원 프로젝트였다.

 

투입되는 추정 예산만 330억 5,800만 원. 이는 서천군의 랜드마크를 되살리겠다는 군민과의 엄숙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재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A업체는 당초 공고된 연면적에서 무려 1,840㎡(약 558평)를 증발시킨 8,809㎡ 규모의 턱없이 부족한 기본설계서를 내밀었다.

 

전체 면적의 약 20%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입찰안내서상 ‘기능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경우 ±1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이 무색하게, 허용치를 두 배나 초과한 묻지마식 축소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면적이 대폭 줄었음에도 33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총사업비는 고스란히 유지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평당 건축비만 비정상적으로 치솟게 되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특정 업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짙은 의혹마저 일고 있다.

 

◇‘깜깜이 행정’의 전형… 공공의 이익 팽개친 서천군의 직무유기

 

비극의 배후에는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마저 방기한 서천군의 뼈아픈 실책이 자리하고 있다.

 

경쟁조차 없는 단독입찰 상황에서, 상인들의 생명줄과 직결된 설계 면적이 이토록 어처구니없이 난도질당했음에도 서천군은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설계의 기형적인 축소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치했다면 이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직무 유기’를 넘어선 기만이며,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면 수백억 대 국책사업을 관리할 최소한의 능력조차 없음을 자인한 ‘무능’의 극치다.

 

빗발치는 의혹 제기에도 서천군은 투명한 해명과 책임 있는 사과 대신 “조만간 설명 자리를 만들겠다”라는 공허한 변명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상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진정한 재건축으로 돌아가야

 

서천지역 한 시민단체와 상인들은 “수백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중차대한 사업이 ‘단독입찰’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 아래 밀실에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입을 모아 촉구했다.

 

서천특화시장은 서천 경제를 지탱해 온 든든한 심장이자, 상인들이 평생을 바친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무너진 잿더미 위에서 다시 세워야 할 것은 상인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반쪽짜리 건물이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온전하고 풍요로운 희망의 터전이어야 한다.

 

서천군과 발주처는 맹목적인 속도전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설계 변경의 적정성을 낱낱이 공개해 상인들의 피눈물을 닦아줄 진정성 있는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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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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