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서늘한 가을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9월, 굳게 닫혀 있던 천년 요새의 문이 달빛과 함께 열린다.
박물관 유리관 속에 박제되어 있던 차가운 유물들이 충남 서천군 한산면 일대에서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역사 판타지’로 부활한다.
서천문화관광재단은 오는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매일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한산읍성과 한산시장 일대에서 ‘2026 서천국가유산 야행’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야행은 단순한 문화재 야간 관람을 넘어,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산의 묵직한 역사에 파격적인 스토리텔링과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 그리고 체류형 콘텐츠를 입혀 대한민국 야간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성주가 나타났다!’… 발걸음 닿는 곳마다 살아나는 생생한 역사
올해 야행의 부제는 ‘한산의 성주, 요란한 잠행’이다.
관람객이 축제장에 들어서는 순간, 수백 년 전 조선시대로의 타임슬립이 시작된다.
그 화려한 서막은 ‘한산읍성 조선 행렬-군수를 맞이하다’ 퍼포먼스가 장식한다.
웅장한 취타대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렬은 관람객들을 단숨에 역사의 한복판으로 이끈다.
단순한 관람에서 벗어난 압도적인 체험 프로그램은 이번 야행의 가장 큰 무기다.
고즈넉한 지현리삼층석탑 모형에 소원을 비는 ‘한산수호탑에 말해봐’는 감성을 자극하고, 총과 화포, 국궁 등 옛 무기를 직접 다뤄보는 ‘한산읍성 지킴이’ 체험은 남녀노소 모두의 피를 끓게 하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행사장 곳곳을 누비는 ‘한산읍성 야행 유랑단’의 익살스러운 퍼포먼스와 전통 음악의 선율이 더해져 가을밤의 낭만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미래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기획도 돋보인다.
진지한 표정으로 붓을 드는 ‘한산읍성 과거시험’과 청소년들이 직접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설 프로그램은, 문화유산이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산의 밤, 미식과 캠핑으로 완성되다… 완벽한 ‘체류형 관광’의 완성
축제의 흥겨움은 한산시장으로 이어지며 폭발한다.
문화유산 향유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직결되는 ‘야행 장터’가 불을 밝힌다.
1500년 전통의 명주 ‘한산소곡주’를 비롯한 다채로운 지역 특산품 시장이 열리고, 서천의 맛을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우리고장 맛집 투어’가 방문객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역사의 숨결을 느낀 뒤 맛보는 달큰한 소곡주 한잔은 그 자체로 완벽한 미식 여행이다.
무엇보다 이번 야행의 방점은 ‘서천에서 별빛 캠프’에 찍힌다.
스쳐 지나가는 당일치기 행사가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지붕 삼아 한산의 맑은 공기 속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도록 숙박과 야행을 연계했다.
깊어가는 가을밤, 유서 깊은 성곽을 따라 걷고 별빛 아래서 잠드는 경험은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낭만적인 스몰 럭셔리를 선사할 것이다.
오는 11일,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1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화려한 일탈을 꿈꾼다면 서천 한산읍성으로 발걸음을 향해보자. 역사의 무게와 축제의 가벼움이 완벽하게 조화된 서천의 가을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