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도영의 시로 읽는 세상] 낡아가는 것들
“고물 삽니다. 컴퓨터. 고장 난 자전거 고물삽니다” 아침 햇빛을 헤집으며 골목길을 깨운다. 아침 잠이 있는 나로선 여간 곤혹이 아닐 수 없다.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잠은 달아나고 나른한 몸을 세워 일어선다. 날마다 아침이건만 아침은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맑다. 우리는 어떠한가? 농촌 어르신들의 삶을 부축하고 길을 꺼내 안전하게 걷도록 하게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종종 한가로운 봄날의 농촌 들녘을 걷는다. 걷다보면 들판에 방치된 채 낡아가는 것들을 만난다. 녹슨 경운기. 농자재. 하물며 망가진 트랙터까지… 하루를 더할수록 낡아가는 습성은 인간의 본성처럼 우리 생활 속에 내재해 있다. 한가로운 농촌의 시간이 그렇고 문 밖을 나서면 느려지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그렇다. 속을 보일 수 없는 느린 삶의 농촌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조금 늦으면 어떠한가. 조금 낡으면 어떠한가. 그래도 우리는 조금 늦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빨리 빨리”를 생활 속 으뜸으로 여기고 철칙인 양 여기고 있다. 고물수거 트럭이 지나간 골목길은 어느 새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흐른다. 개 짖는 소리조차 없는 동네가 낡아가고 있다. 낡아 녹슨 골목길을 기름칠이라도 하
- 김도영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회원/시인)
- 2026-05-19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