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남 서천군수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유승광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전체 선거인 수 43,308명 가운데 16,258표를 획득하며 서천 군정의 새로운 지휘봉을 잡게 된 유승광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아울러 11,978표를 얻으며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경쟁을 펼친 국민의힘 김기웅 후보와 584표를 획득하며 고군분투한 개혁신당 조중연 후보에게도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유승광 당선인은 2만 9천여 명의 투표자 중 과반의 지지를 얻어내며 승리의 기쁨을 안았지만, 선거의 열기가 가라앉은 지금 새롭게 출범할 서천군정이 축배를 들기에 앞서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무거운 지표가 있다. 바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13,736명의 ‘기권표’와, 13개 읍·면별로 극명하게 쪼개진 ‘분열된 민심’이다. 당선인은 자신이 거머쥔 1만 6천 표의 환호성 뒤에 가려진 이 차가운 숫자들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무엇보다 서천 정치권 전체가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대목은 전체 유권자의 30%를 훌쩍 넘는 1만 3천여 명의 군민이 투표장에 아예 발걸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선거인 수 43,308명 중 기권자 수는 무려 13,736명에
이번 봄, 열여섯의 아이들과 계절을 읽었습니다. 문학 작품 속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몇 번이고 펼쳐 보았는데, 아이들 사이를 지나온 문장들은 처음 읽는 것처럼 낯설고도 선명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글쓴이가 누구든, 또 어느 계절을 묘사하든 문학 작품은 끝내 사랑으로 번져갔습니다. 저는 그 점이 참 좋았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모아보고 또 그간의 배움을 돌이켜보아도, 문학은 여실히도 매번 사랑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늘 문학의 화두였습니다. 이야기의 발단이자 절정이며, 끝내지 못할 결말이었습니다. 문학이 지금까지도 맥을 이어오는 것은, 사랑이 아직 멸종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제아무리 사랑이 메마른 시대라고 해도, 저마다의 가슴에는 사랑에 대한 갈망과 환상이 내재해 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납니다. 사랑의 주체와 대상이 달라질 때마다 문장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또 사랑은 양면적이라, 어느 때는 슬픔류(類)를 또 어느 때는 기쁨류(類)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 그렇기에 문학은 끝도 없이 새로운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5월은 문학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중차대한 축제이자,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엄중한 심판대다. 충남 서천의 미래를 결정지을 군수 선거가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유승광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제자 폭행 의혹’은 지역 사회를 넘어 교육계와 정치권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고등학교 교단에 섰던 유 후보가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제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충격적인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정작 후보 본인은 철저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의 알 권리를 짓밟는 처사이자, 공직 후보자로서의 기본적 도리를 저버린 행태다. 화려한 공약 이면에 감춰진 후보의 참모습을 직시해야 할 때다. 언론의 심층 취재를 통해 드러난 제보자들의 증언은 참담함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과거 시대적 분위기나 낡은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포장하기에는 그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히 지각이나 잘못을 꾸짖기 위해 매를 들었던 수준이 아니었다. 증언에 따르면, 손으로 제자의 뺨과 주먹으로 몸통 이곳저곳을 때리고, 바닥에 쓰러진 학생을 발로 차며 무참히 짓밟는 통제 불능의 가해를 가했다고 한다. 이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서천군수 선거가 거센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복지 향상을 위한 건설적인 정책 대결이 펼쳐져야 할 선거판이, 특정 후보의 어두운 과거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유승광 서천군수 후보의 과거 교사 시절 폭력 및 인권 유린 의혹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는 단순히 선거철에 흔히 등장하는 네거티브 공방을 넘어, 5만 서천군민의 삶과 직결된 선출직 공직자의 핵심 자질인 ‘인성과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이고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보자 A씨(48)의 피 끓는 증언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묵인해 왔던 낡은 폭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유 후보는 과거 교사로 재직하며 저항조차 할 수 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 그리고 가혹한 차별을 일삼았다고 한다. 혹자는 과거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불가피한 훈육의 일환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지만,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유 후보의 행위는 교육적 목적의 훈육이라는 변명 뒤에 숨을 수 없는 가혹한 인권 유린이다. 특히 분노를 자아내는 대목은
“고물 삽니다. 컴퓨터. 고장 난 자전거 고물삽니다” 아침 햇빛을 헤집으며 골목길을 깨운다. 아침 잠이 있는 나로선 여간 곤혹이 아닐 수 없다.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잠은 달아나고 나른한 몸을 세워 일어선다. 날마다 아침이건만 아침은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맑다. 우리는 어떠한가? 농촌 어르신들의 삶을 부축하고 길을 꺼내 안전하게 걷도록 하게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종종 한가로운 봄날의 농촌 들녘을 걷는다. 걷다보면 들판에 방치된 채 낡아가는 것들을 만난다. 녹슨 경운기. 농자재. 하물며 망가진 트랙터까지… 하루를 더할수록 낡아가는 습성은 인간의 본성처럼 우리 생활 속에 내재해 있다. 한가로운 농촌의 시간이 그렇고 문 밖을 나서면 느려지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그렇다. 속을 보일 수 없는 느린 삶의 농촌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조금 늦으면 어떠한가. 조금 낡으면 어떠한가. 그래도 우리는 조금 늦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빨리 빨리”를 생활 속 으뜸으로 여기고 철칙인 양 여기고 있다. 고물수거 트럭이 지나간 골목길은 어느 새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흐른다. 개 짖는 소리조차 없는 동네가 낡아가고 있다. 낡아 녹슨 골목길을 기름칠이라도 하
겹겹이 쌓인 예산의 장벽과 험난한 행정 절차에 발목 잡혀 있던 충남 서천군의 ‘(가칭)한국폴리텍대학 서천캠퍼스(해양수산캠퍼스)’ 건립 사업이 마침내 무거운 족쇄를 끊어내고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중간설계 적정성 검토를 거쳐 총사업비를 기존 347억여 원에서 무려 131억 원이나 대폭 증액된 479억 원으로 최종 승인한 것은, 단순한 행정적 절차의 타결을 넘어선 중대한 국가적 선언이다. 국비 314억 원, 도비 46억 원, 군비 119억 원이 투입되는 이 매머드급 예산 확정은 벼랑 끝에 선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가 백년대계인 해양 산업의 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사활을 건 굳은 결단이자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우리는 이번 예산 증액 과정에서 보여준 관계 기관들의 눈물겨운 사투와 끈질긴 집념에 각별히 주목해야만 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물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막대한 공사비 증액 요인 앞에서, 이 국책 사업은 자칫 좌초되거나 반쪽짜리로 전락할 뼈아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천군과 충청남도, 고용노동부 등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장장 16차례에 걸쳐 국회와 중앙부처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
마른 가지에 언제쯤 보드라운 바람결이 가닿을까, 내심 초조해하던 지난 3월이었습니다. 입춘을 지나서도, 경칩을 지나서도 찬 기운만이 무성하던 날들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싹눈은커녕, 몇 겹의 성에만 어릴 뿐이었습니다. 따뜻하게 데워낸 입김마저 성에에 얼어붙었고, 기대했던 4월의 밤은 깨질 듯 차가웠습니다. 4월의 언덕을 넘어가며 몇 차례 비가 내렸습니다. 몇 줄기 비의 행렬은, 봄 햇살의 눈물 아니면 땀방울이었을까요? 햇살은 그토록 봄이고 싶었나 봅니다. 찬 공기를 가르며 몇 번이나 울고, 또 얼마간의 땀을 흘렸습니다. 많이 울고, 오래 땀흘린 햇살은 겨우 봄을 피워내고야 말았습니다. 몇 차례의 비를 맞으니, 벚꽃이 휘날리고 흩날렸습니다. 햇살을 받은 벚꽃은 분홍이었다가도 하양이었습니다. 땅 위에 내려 앉은 꽃비는 금세 말랐습니다. 햇살이 봄을 열심히도 키워낸 것이었습니다. 가지는 점차 연두, 초록의 옷을 차려입었습니다. 네, 그토록 고대하던, 정말이지 봄입니다. 저는 곳곳에 민들레가 말갛게 얼굴을 보이는 이 계절이 좋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아스팔트 사이에도, 모래알 사이에도, 지붕 위의 흙에서도, 적벽돌 틈에서도 말갛게 웃어 보이는 노오란 뭉텅이들
충남 서천군이 2026년 한 해 동안 군정의 핵심 동력이 될 부서별 성과 목표를 확정하고,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감동행정’의 닻을 본격적으로 올렸다. 최근 김기웅 군수를 비롯한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2026년 부서장 직무성과계약 체결식’은 단순한 연례행사나 보여주기식 업무 보고회를 훌쩍 뛰어넘는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 이는 38개 부서, 91개 과제를 통해 간부 공무원들이 한 해의 성과를 군민 앞에 엄숙히 약속하고, 그 결과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는 ‘책임행정’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공급자 중심의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철저히 수요자인 군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고무적인 척도라 할 수 있다. 이번 성과계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과제 선정 과정 전반에 걸쳐 ‘군민의 목소리’를 대폭 반영했다는 점이다. 과거 관행적인 행정은 부서 이기주의나 실적 위주의 하향식(Top-down) 목표 설정에 매몰되기 일쑤였고, 그로 인해 주민의 실제 삶과 유리된 헛바퀴 도는 정책이 양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천군은 지난 2월부터 부서별로 혁신적인 성과지표 발굴에 나서는 한편,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바닷바람과 뒤엉킨 비바람이 목곁을 후려친다. 빗방울은 차갑게 혹은 빠르게 이마를 훑고 지나가는 삼월의 초입. 춘장대를 찾았다. 모퉁이를 돌자 대로변 카페에선 클래식 음악이 을씨년스런 날씨와는 달리 경쾌한 음을 꺼내 두고 뛰어놀고 있다. 나는 아스팔트 고인물에 떨어져 파문 지듯 밀려나는 물결을 밟으며 풍차 뒤편 바다를 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 피서철을 차치하고서라도 겨울 바다라는 쓸쓸함과 적막감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찾는 것은 여행지에 들르거나 잠시 머물다가는 장소로 나름 춘장대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은 바닷가는 궂은 날씨와 함께 우산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는 몇 사람의 동작 뿐 음습하기까지 했다. 음악은 저리 활기찬데 이 냉랭한 마음은 무엇일까. 춘장대의 봄은 정녕 오고 있는 것일까. 발자국을 당기듯 모래알들이 발목을 잡는데 낡은 우산은 빗방울들을 우산 속으로 모으며 나를 바깥으로 눈을 돌리라 한다. 주변을 바라보면 서쪽으로 마량포구가 있고 동쪽으로는 금방이라도 출항의 뱃고동소리를 울릴 홍원항에 정박한 배들이 고삐를 묶고 휴식에 들고 있다. 매년 마량포구의 전국규모 행사는 여지없이 치러지고 올해
충남 서천군이 벼랑 끝에 섰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인구 5만 명 붕괴라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책임을 온전히 지역이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행 공직선거법의 기계적인 인구 기준에 따라, 현재 2명인 광역의원 정수가 1명으로 반토막 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서천군은 광역의원 선거구 유지를 위해 전 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서명운동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는 단순한 정치 권력의 밥그릇 지키기나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 유지가 결코 아니다. 지역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낭떠러지 앞에서, 최소한의 방어막이자 정치적 생명줄만은 끊지 말아 달라는 5만여 서천군민의 피맺힌 절규이자 생존권 투쟁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표의 등가성(1인 1표)’과 인구 비례의 원칙은 훼손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엄격한 잣대를 인구 절벽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 내몰린 농어촌 지역에까지 획일적으로 들이대는 것은 가혹한 탁상행정이자 다수의 횡포에 불과하다.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과 농업, 어업, 고령층 복지 등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지역 현안을 단 한 명의 도의원이 온전히 감당하라는 것은
서해안 수산물 유통의 심장부이자 서천 지역경제의 최후 보루인 서천특화시장이 다시 한번 벼랑 끝에 섰다. 지난겨울 상인들의 일터와 생계를 잿더미로 만든 대형 화재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 때문이다. 잿더미 위에서 임시시장을 꾸려가며 하루하루 피 말리는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상인들에게 해양수산부가 내린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3회 참여 제한’ 조치는 가혹한 족쇄를 넘어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추석 명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환급행사 과정에서 극소수 상인의 ‘부정 환급’ 일탈이 발생해 문제가 됐다. 관계 부처는 이에 대한 엄중한 징계 명목으로 시장 전체에 환급행사 참여 제한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행정 당국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원칙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옛말처럼, 소수의 잘못으로 인해 법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온 대다수 선량한 상인들까지 막대한 타격을 떠안는 뼈아픈 ‘연대책임’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며 상식적이지도 않다.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매회 수천 명의 인파를 시장으로 몰고 오던 서천군의 ‘흥행 보증수표’였고,
대한민국 전체를 옥죄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재난은 단연코 ‘지방소멸’이다. 저출산과 청년층의 끝없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맞물려 만들어낸 이 거대한 인구 절벽의 블랙홀 앞에서,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낡은 하드웨어 중심 처방은 지역의 몰락을 늦추지 못했다. 이러한 국가적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충남 서천군이 쏘아 올린 ‘교육·정주 패러다임 혁신’의 신호탄은 대한민국 지방 행정의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대한 반란이자 희망의 명백한 증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메마르고 통폐합의 칼날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농촌의 작은 시골 학교들에 무려 52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둥지를 트는 기적 같은 대이변이 일어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천군의 관내 면 단위 초등학교들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백척간두의 위기였다. 당장 2030년이 되면 기산초는 4명, 오성초는 8명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충격적이고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농촌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 시설을 넘어 마을의 구심점이자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후의 심장이다. 학교가 문을 닫는 순간, 젊은 층
일 년여 간의 휴직을 마무리하고, 학교로 돌아갑니다. 휴직 전에는 막연히 딸과 시간을 한껏 보내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휴직을 하고 보니 딸과 시간을 힘껏 보내야 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한껏’이라는 단어에는 여유가 묻어났는데, ‘힘껏’이라는 단어에는 고뇌가 들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며, 저는 생각보다 양가 감정에 취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령, 다른 집 자식들은 일찍 크는 것 같다는 말은 내뱉기는 쉬워 하지만, 그 말을 듣는 것은 고역으로 여기는 식입니다. 아이의 속도와 나의 속도를 자꾸만 헷갈리게 되는 날들이었습니다.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는지 가늠하느라 마음이 바빴습니다. 그러다 저의 어린 시절을 되짚었습니다. 기억의 꼭지들을 따라가다 다다른 설렘의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 중에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 있는 집이 주는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집은 취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아비투스처럼 집은 곧 한 사람의 정체성이 되기도 하니, 더욱이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휴직 기간, 제가 마련한 기틀은 엄마가 물려준 집에 대한 기억을 저만의 방식으로 딸에게 넘겨주는 일이었습니다.
1. 봄 만물이 다시 살아나는 따스한 봄날, 어린 가지 위에 자리 잡고 자라기 시작한 나뭇잎은 햇빛을 흡수해 스스로 필요한 양분으로 바꾼다. 하늘과 땅에 흩어진 무형의 기운을 모아 유형의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은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다. 이렇게 얻어진 에너지는 여러 먹이사슬과 생체 합성 작용을 거치면서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뭇잎 하나에도 우주의 신비가 숨 쉬고 있다. 사람들도 이런 자연의 모습을 흉내 내 본다. 옛날 도인들은 단전호흡 같은 수련법으로 기운을 받아들이고 축적하여 병 없이 오래 살았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주변에서 이런 수행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만약 단전호흡 등으로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단계를 넘어 도술의 지극한 경지에 이른다면, 인간도 광합성과 비슷한 것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가능하다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을 테니, 아마 옛날 신선들은 그랬을 법도 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서 벗어나고, 생로병사의 고통을 털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여 광합성 공장을 만들고 다양한 영양소를 값싸
이른 아침부터 ‘엘리제를 위하여’ 가 트럭의 후진을 돕고 있다. 바람은 냉담 중인데 길섶의 오동나무는 책장처럼 부스럭거린다. 마당으로 나와 바라보다 대문을 열고 다가가니 이삿짐을 싣는 중이다. 이 엄동설한에 이사라니! 누구나 살면서 정착을 꿈꾸지만 정작 지내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처를 떠나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넓은 집으로 가거나 계획한 바를 어느 정도 이룬 마음으로의 이사라면 오죽 편할까마는 오늘처럼 추운 날에 이삿짐을 꾸리고 싣는 것은 편치 않은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그동안 자유롭게 왕래하며 지내진 않았어도 이웃의 떠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짠하여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짐 싣는 인부들 몫까지 다섯, 여섯 커피, 잔을 세팅해놓고 커피를 분담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왠지 긴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바깥의 소란스러운 발걸음들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고 싶은지 기웃거릴 때 커피포트의 물이 끓기 시작한다. 서둘러 쟁반을 들고 나가 소리쳐 본다. 커피 들고 하세요! 한때 서울에 살면서 전세를 산 적이 있다. 내 집이 아니고 빌려 쓰는 처지가 되고 보니 이웃과 가깝게 지내기엔 왠지 서먹하여 상처를 입고 풀숲에 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