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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법권 악용, 정당 현수막 제도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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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옥외광고물법 전면 개정으로 공공목적 광고물도 법 제3조(허가·신고) 및 제4조(금지광고물)를 준수하도록 강제했다.

 

이에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권력을 빙자하여 무분별하게 내걸었던 정당 현수막들이 불법광고물화 되자, 지난해 5월 민주당이 발의하고 국민의힘이 동조하여 여·야 합의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했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내거는 현수막은 법 제3조와 제4를 적용·배제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정치권이 내건 명분은 정당의 정치활동 자유 보장이었다. 국회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입법권을 남용한 전형적인 입법권 악용사례이다.

 

국회가 입법권 남용으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면서 정당의 정치 목적 현수막들의 난립은 꼴불견 그 자체였다.

 

도시경관이나 시설물의 안전은 아랑곳없이 도시 곳곳이 정당 현수막으로 물결쳐 사회적 비난이 극에 달했다.

 

현수막이 운전자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고 행인이 현수막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는 한편, 정당들이 상대 정당을 극도로 비방하는 메시지를 내며 정치 혐오 문화를 키우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있던 지난 한 달간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노골적인 문구가 전국적으로 도배되는 등 민주당의 표현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독도가 일본 땅? 이게 국익입니까?’ 등 한·일 정상회담을 독도 포기로 연결 짓는 비약적 문구도 등장했다.

 

국회 관계자도 “여야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현수막 규제를 풀어 일어난 일로 정치권이나 국회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천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정 정치인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정당의 정책도 아닌 단순 상대 정당 비방의 목소리를 현수막에 담아 곳곳에 게시함으로써 군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당 현수막 문제로 언론 및 사회 각층으로부터 비난이 쇄도하자, 인제 와서 여·야는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활동 보장을 명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정했던 옥외광고물법을 재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치권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발 물러서는 형국이지만 정치권과 국회의 입법권 남용에 대한 국민의 반발은 이미 극에 달해 법률개정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유턴’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시경관을 해쳐 국민의 주거환경을 침해하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며, 공공시설물에 무분별하게 게시된 현수막으로 공공시설물이 훼손 위험에 처한다면 그것이 과연 ‘자유’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와 방종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정당이나 국회가 가지고 있는 입법권을 남용하며 방종을 자유라는 억지 논리로 무분별하게 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정치권에 대하여 국민이 외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제라도 여·야가 무분별한 정치 현수막의 난립으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령의 재개정을 통하여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간의 사례를 볼 때, 정치권이 과연 제대로 옥외광고물법령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 개선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이다.

 

이제는 정치권은 한발 물러나고, 옥외광고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도시경관 유지와 건전한 옥외광고 문화의 정착을 위한 공정한 법 개정이 이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적시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현수막 지정 게시대 등을 통하여 표현의 자유를 펼칠 공간은 얼마든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별로 정당의 정치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정치 목적 우선 현수막 게시대 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만 예외 규정을 두어 셀프 특혜를 부여받고자 한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악용하여 정치적 혐오와 상대 정당 비방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게시한 정치 현수막은 게시한 본인 스스로 조속히 철거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여·야가 옥외광고물법 개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법령을 악용한 사례는 법 개정 이전에 정치인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 제거해야 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의 자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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