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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문단(文壇)] 아버지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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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꽃 피면

갈기갈기 찢긴 그림자의 무게를

네모난 바퀴에 싣고

천 리 길 달리시어 이 몸이 살았습니다

 

마당 가득 메운

싸리꽃이 흰 쌀처럼 쏟아져도

아버지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던 날

초가지붕에 내린 서리를 모아

어린 새끼 추울까?

바람의 가시로 풀무질하시며

새벽을 깨우시던 그 기침 소리 마를 날이 없습니다

 

어쩌다

그 소리 잃어버린 채

가늠할 수 없는 세월에 묻혀 당신을 찾아가도

붉은 눈물 닦아 주시던 당신!

 

아득해진 하늘 아래

홀씨 되어 홑눈으로 험지를 더듬고 살아온 내가

핏빛 노을에 아버지를 묻고 오던 날

당신 닮은 발소리 나를 따라옵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당신이 바라시는 것이

오래 당신을 바라다보는 일이었다는 것을

어리석은 나는 왜 미처 몰랐을까요

당신은 큰 산이며 큰 바다였다는 것을

 

황혼에 물든 서녘 바람은 자꾸만 저만치 멀어지는데

빛과 어둠에 스미던 휘어진 살들의 통증은 오래도록 시린 발등을 덮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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