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델몬트 유리병에는 홍덕리 할머니가 우려낸 보리차가 담겨 있었다. 오늘의 델몬트 유리병에는 분위기 좋은 동네 카페의 생수가 담겨 있다. 오렌지 주스를 사면 그에 딸려 오던 델몬트 유리병이었지만, 지금은 제 가치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어제의 것은 촌스럽고, 내일의 것은 세련되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가 찾아낸 것은 ‘뉴트로’이다. 복고풍을 새롭게 만들어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델몬트 유리병의 가치는, 유리병이라는 물질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향수, 즉 레트로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닐까? 과거의 어떤 것에는 희한한 힘이 있다.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당연한 이치에 ‘영원성’이라는 효용을 부여하고, 그로부터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종종 더 나아가서는, 그로부터 어떠한 ‘고유성’을 발견하기까지 한다. ‘캐딜락 엘도라도’나 ‘폭스바겐 카르만 기아’에서, 수동 타자기나 축음기에서 향수를 느낀다. 그 향수는 ‘레트로’의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한 것은, 유행을 만드는 이들과 유행을 타는 이들은 민트색 ‘포드 썬더버드’의 시대에 살지도 못했고, 감히 그 시대를 구경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데에 비해
2024-08-22 강소산 칼럼위원(서천중학교 국어교사)충남 서천군의회 한경석 의원이 지난 8일 모 지역신문에 ‘변화 없는 원구성, 서천군의회를 생각한다’제하로 특별 기고한 기고문이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한경석 군의원은 특별기고문에서 “이번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노출된 ‘담합은 의회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주민들의 신뢰를 떨어트릴 것이다”, “나눠먹기식 담합, 담합에 의한 자리 지키기”라고 주장하며 ‘담합’이라는 단어를 6차례나 사용하면서 담합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지역신문은 지난 13일 자 “군의회, 한경석 의원 담합 주장에 징계 절차 착수 전망”제하의 기사에서 ‘군의회는 지난 13일 오후 3시부터 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한경석 의원의 기고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이강선 의원은 “한경석 의원의 주장은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징계 절차를 추진할 입장을 밝혔다. 군의회 제9대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한 잡음은 김경제 의장이 소속된 정당인 국민의힘 당원 800여 명의 연서로 국민의힘 충남도당에 제출된 ‘김경제 출당 요청’ 소문과도 연관이 있다. 이 소문에 의하면, 김경제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 의장까지 독차지하기 위하여 야당인 더불
2024-08-18 김정태 칼럼위원(서천주민자치참여연대 상임대표)‘맨살 드러낸 하늘 아래 / 닭 볏 꼿꼿이 세운 맨드라미 / 해종일 오가는 사람들 얼굴 쫒아 댄다 매끈한 강물 끓어올라 / 녹조 낀 물 벽에 타들어가는 어족의 신음 소리 / 한 번도 일어설 줄 모르던 山 / 벼랑 끝에 휘몰아쳐 부서지는 신록의 몸통 팔팔한 날 / 죽은 나무 상여 메고 / 골고다의 산 오르는 / 무심코 지나온 천형 죄 우리의 발자국!’ 필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기후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최근 충청도와 전라도에 물 폭탄이 내려 군민들이 시름에 빠진 일이 있다. 토사에 묻힌 집들과 침수된 가옥들 곳곳이 물난리로 길이 끊이고 신음하는 가축들을 보면서 아비규환 같은 7월을 보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기후 변화 위기에 이번 일은 아주 미비한 일일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인류는 생존에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단순히 1도가 올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모든 생태변화가 바뀌는 게 문제이다. 예를 들어 천연기념물 한 종이 사라지면 먹이 사슬 관계가 파멸되고 상태 시스템 붕괴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인류에게 영양을 주게 된다. 기후변화가 주고 있는 메시지는 참으로 참담하며 상상할 수 없는 큰 재앙을
2024-08-08 김도영 칼럼위원(서천시인협회 회원/신문예 신춘문예 등단)지난 주말 가구를 옮기다가 큰 변을 당할 뻔했습니다. 방 하나를 창고로 만들기 위해 이방 저방에 있는 책장을 옮겼습니다. 작업 도중, 상단 절반에 책이 꽉 찬 어느 책장의 위치를 변경하기 위해 밀었습니다. 다른 식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책장을 낑낑대고 밀다가 갑자기 책장의 무게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상단에만 책이 들어 있고 아래는 비어 있어 무게중심이 내부에서 외부로 이동하면서 저를 덮친 것입니다. 그 바람에 제 온몸에는 멍이 들었습니다. 팔뚝은 책장에 쓸려 껍질이 벗겨졌고 엉덩이 부분은 큰 멍이 나 있었습니다. 오른쪽 발등도 찧었는지 아픕니다. 이 일을 겪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이제 무엇을 혼자 힘써서 할 나이는 아닌가 보다 하는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크게 느낀 것은 <무게중심>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고가 난 원인은 책장의 무게중심이 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힘을 가하자 무게중심이 책장 안에서 밖으로 이동하면서 넘어져 저를 덮친 것입니다. 저는 <무게중심>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삶에도 무게중심이 있습니다. 삶의 무게중심이 안에 있는 사람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반
2024-07-28 조근호 칼럼위원(행복마루 대표 변호사)혜지와 만나기로 했다. 혜지는 키가 작은 나와 달리 키가 크다. 아니, 외형을 생각하면 크다는 말보다는 길쭉하다는 말에 더 가깝고, 내면을 생각하면 크다는 말보다는 넓다는 말에 더 가깝다. 더 잘 어울리는 친구이다. 웃음이 화사하고, 소리는 청아하고. 18년을 함께 하면서, 특히나 어른의 문턱을 넘고는 매번 만날 때마다 배울 점을 탐사하게 하는 친구이다. 추억이 유리 구슬이라도 되는 양 매만지고 닦아내기를 반복했다. 강아지가 무서워 친구의 집 소파 위에 둘이 같이 서 있었던 일, 꼭 읽어야 하는 책 소개하기 조별 과제를 위해 주말에 친구들과 모였던 일, 어리숙해서 후회되었던 일, 그럼에도 강단 있게 결정했던 일. 유리 구슬에는 어떠한 힘이 있어서 무더운 날씨조차도 만족스럽기만 했다. 오히려 담쟁이가 틈을 빼곡히 메워가는 초록의 여름을 빛내는 듯했고, 도리어 지상의 열기를 붉은 빛으로 뽐내고야 마는 능소화가 더욱 고개를 빳빳하게 들도록 하는 듯했다. 초록의 담쟁이와 주황의 능소화를 보라고 뜨겁나보다, 여길 정도였다. 추억을 야금야금 먹는 우리와 같이 햇살을 야금야금 먹는 하늘이었다. 두 볼은 채 삼키지 못한 햇살로 가득했다. 말갛던 볼은 분홍으로 물들었다. 저
2024-07-19 강소산 칼럼위원(서천중학교 국어교사)최근 서천군청 공직자로 추정되는 제보자가 충남도청 홈페이지에 익명 제보한 내용과 관련하여 언론이 여과 없이 제보내용을 보도하면서 서천군수 부인이 군청 여성 공직자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 서천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보령·서천 지역위원회가 지난 9일 충남도청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또다시 의혹을 부풀려 제기하고 있다. 소위 서천군수 부인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제보자의 A4용지 4~5장 분량의 익명 제보가 전부이다. 아직 실체나 정황 근거가 드러난 것이 없다. 만일 익명 제보자의 제보내용대로 군수 부인이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면 서천군수는 즉시 사퇴하고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제보내용이 허위이고 보도 내용이 가짜뉴스로 밝혀지면 피해자인 군수부인과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고 알려진 서천군청 여성 공무원이 본 그간의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현재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서천군수 부인과 선물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서천군청 여성 공직자는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여성 2명 모두 정신적인 충격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가방을
2024-07-11 김정태 칼럼위원(서천주민자치참여연대 상임대표)‘갈대가 / 비에 젖을 때 / 금강이 울고 있다는 것을 / 그때는 몰랐네. 갈대가 / 시린 발을 담그고 / 은실 머리를 흔들 때 / 별빛이 울고 있다는 것을 / 그때는 몰랐네 / 비로서 알 수 있으려나. 갈꽃의 사랑은 서로를 기대어 / 무수히, 무수히 흔들리며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며칠 전 필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신성리 갈대밭을 다녀왔다. 모내기가 한창인 서천의 들녘은 비단 포를 깔아 놓은 듯 파릇한 새싹 모가 초록 바다를 이뤄 넘실거렸다. 옛날 어머니들이 아주까리기름을 머리에 발라 가르마 타서 곱게 빗질한 그것처럼 서천 들녘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설렘을 동반하듯 우리는 설렘 가득 싣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농경 문화체험관과 특산품 판매장이 있었다. 매장은 서천 특산품과 갈대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쉼터인 카페가 있다는데 그날은 문이 닫혀 있었다. 한 바퀴 들러 보고 2층 전망대에 올라서자 잠잠히 여물고 있는 서천의 젖줄인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갈대밭을 바라보며 금강이 서천 사람들에게 미쳤을 역사와 시대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했다. 금강을 서천 사람들은 진강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있
2024-07-04 김도영 칼럼위원(서천시인협회 회원/신문예 신춘문예 등단)검사는 무채색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오래전 어느 장관께서 취임하고 검사들에게 끈이 있는 검정 구두만 신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검사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세상에 검정과 흰색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범죄자와 피해자로 세상을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빨간, 파란, 노란 등 아름다운 색깔이 많습니다. 한 사람을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구분 지을 수 없습니다. 그의 어느 부분은 검은색이지만 다른 부분은 빨간색도 노란색도 있을 것입니다. 검사들은, 아니 저는 오랫동안 그것을 몰랐습니다. 검사들은 보수적일까요? 진보적일까요? 검사는 검찰 조직을 운영할 때는 지극히 보수적인 집단입니다. 혁신이나 미래에 대해 어색해합니다. 그러나 수사할 때는 보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수는 국가와 사회의 잘못을 보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집단이다. 진보는 국가와 사회의 잘못을 보면 ‘축적된 이론’을 바탕으로 급진적으로 혁신하려는 집단입니다. 검사들은 타인의 잘못을 집요하게 찾아내 그 잘못을 단죄하는 집단이다. 단죄보다 급진적인 혁신은 없습니다. 처벌을 통해 사람이나 조직은 새롭게 거듭나게 된다. 검사들은 백지
2024-06-29 조근호 칼럼위원 (전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