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손님들이 다양한 상품을 요구해서 숨겨놓고 바나나를 팔아요”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충남 서천지역 내 농협 하나로마트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수입산 농산물 판매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받지는 않으나 농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지역의 농산물만을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 공간에서 다양한 상품을 접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이 대립하며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실제로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국내산 귤과 포도가 나지 않는 요즘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등 수입산 과일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에 주민 A씨는 “농협 하나로마트들이 외국산 과일들을 들여오고 영수증에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는 과일류로 표기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런 행태가 지역 농가들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농협 하나로마트는 소비자들이 생산자가 직접 출하한 신선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취지로 농식품부의 국고 보조사업 지원을 받아 개설된 매장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함에도 직거래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 및 농가소득 증대보다는 농축협조합의 영리 목적사업에만 눈이 어두워 수입 농산물은 물론, 수익이 높은 제품만 판매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반면 A농협 측은 농민들의 정서를 고려했을 때 수입 농산물을 팔지 않는 것이 맞지만 바나나, 오렌지 등을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뜻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농협 관계자 B씨는 “고객들이 바나나와 같은 국내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물품을 마트에서 찾는다”라며 “농협 하나로마트가 공공성의 문제로 물건을 들여놓는데 어려움이 따르면,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 마트만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안에 농협중앙회는 전국 20개 조합당 국내산 바나나를 하루에 2상자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전국적으로 농협에서 운영하는 마트는 2000여 개에 달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국내산 바나나 한 상자의 가격은 싸봐야 5만 원 수준이라 수입산 최고가격 2만7000원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어 B씨는 “수입 농산물은 구색갖추기 차원에서 갖다 놓는 것이지 팔고 싶지도 않다”라며 “고객의 민원제기와 매출감소를 감수하더라도 팔지 않아야 하나 딜레마에 빠졌다”라고 전했다.
절박한 심정에 그는, 농민회에 계절상 국내에서 조달되기 어려운 수입산 과일류를 판매하고 판매대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제발 구색만 갖추게 해달라고 농민회에 수입산 농산물 판매대금 전액을 농민회 이름으로 군에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라며 “소비자들의 민원 증가와 불만이 매출감소로 이어지는데, 경제사업이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결국 그 피해는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