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발생한 화재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던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또다시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다. 잿더미 위에서 눈물로 버티며 부활의 희망을 품어온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상인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기형적인 ‘반쪽짜리 재건축 도면’이다. 수백억 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사업이 철저한 밀실 행정과 부실한 관리·감독 속에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설계 변경 논란을 넘어 지자체의 행정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인들의 호구지책과 직결된 점포 면적의 무자비한 축소다. 당초 약속되었던 1점포당 5평의 공간은 단독 응찰 업체의 자의적인 재단에 의해 3평(약 9.9㎡) 남짓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3평이라는 옹색한 공간은 수산물 상인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활어 수조와 냉장 설비조차 들이기 벅찬 비좁은 면적이다. 농산물이나 건어물 상인들 역시 매대를 설치하고 나면 물건을 보관할 창고는커녕 손님 한 명 제대로 서 있을 동선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화재 이후 열악한 임시 시장에서 묵묵히 견뎌온 상인들에게 이른바 ‘닭장 점포’를 내미는 것은
2026-08-28 권교용 발행인(서해신문 대표이사)
‘방학’은 한자로 ‘放學’이라 씁니다. 놓을 방(放)에 배울 학(學). 배움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영어로는 Vacation, 프랑스어로는 Vacances. 두 단어 모두 라틴어 vacare(비우다)에서 태어났습니다. 방학은 하루를 잠시 비워 두고, 다시 채워 가는 시간인 셈입니다. 하지만 집은 방학이 되어서야 비로소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학교의 시간이 비워진 자리에는 남편의 발소리와 아이의 말소리가 들어섭니다. 아침은 조금 늦어지고, 점심은 더 부지런해지고, 저녁은 한층 소란스러워집니다. 방학의 집은 온종일 사부작 움직임들로 차오릅니다. 그리고 한바탕 비가 쏟아지면, 방학의 집은 더욱 가득 차버립니다. 비 오는 날의 낮고 눅눅한 공기는 소리를 멀리 보내지 못합니다. 남편의 발소리와 아이의 말소리, 사부작 움직임들은 공연장의 메아리처럼 천장과 벽 사이를 오래 맴돕니다. 빗소리까지 더해지면 방학의 집은 작은 공연장처럼 빈틈없이 울립니다. 오키나와의 아쿠아리움, 마카오의 서커스, 베트남의 수중극장,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제 기억 속 공연장들은 하나같이 넓었고, 높았고, 오래 울렸습니다. 목소리 하나가 공연장을 몇 번이나 돌아올 만큼 울림이 길었습니다. 신기
2026-08-28 강소산 칼럼위원(서천중학교 국어교사/시인)
최근 공무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성행하고 있고 정교해진 방법으로 전국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기 수법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으며, 아래 5가지가 가장 대표적이다. 1. 공공기관(소방서, 각 시·군청 위생과, 농업진흥과) 사칭 후 조례 변경으로, 새 기준에 맞는 물품이 필요하다며 납품 권유, 물건 구매 유도 2. 화재 및 수해 등 재난 복구상황에 사용될 물품 빙자 계약 유도 3. 나라장터에 등재하지 않아도 되는 2,000만 원 미만의 수의계약 유도 4. 반값 정도의 거래단가로 유혹한 뒤 타 생산업체 대리구매 유도 5. 위조 공문·명함 사용 최근 현장에서 상담 요청한 피해사례가 떠올라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00 시청 김00 주무관이라며 A 씨에게 접근 후, 나라장터에 등재하지 않고 수의계약 할 수 있는 2,000만 원 이하의 금액으로 편성된 의자, 소화기 등의 다품목 견적서 작성을 긴급히 요구한 뒤 지정된 B업체 납품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통화를 유도한다. B 업체 담당자는 2배가량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저렴한 단가로 피해자의 환심을 산 뒤 재고 여유가 있는 C 생산업체 측에 대리구매를 요구, 1시간 이내 구매확약서 및 시청사업자 등
2026-08-20 충남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 경사 조필호
한반도의 서쪽 바다, 서해는 유구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삶을 지탱해 온 생명의 젖줄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천혜의 보고(寶庫)다.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광활한 연안과 금강을 비롯한 생명력 넘치는 하구 생태계는 그 자체로 인류가 보존해야 할 거대한 자연유산이다. 그러나 그 웅장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서해만의 독자적이고 특수한 해양 환경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할 국가 차원의 전담 연구 거점은 그동안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뼈아픈 현실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0일 충남 서천군에 닻을 올린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서해연구소 시범사업단’의 출범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만큼 역사적이고 환영할 만한 쾌거다. 우리가 서해연구소의 출범에 이토록 비상한 기대를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오늘날 서해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해양 쓰레기 문제 등으로 인해 전례 없는 생태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해수면 상승과 연안 침식은 이미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당장 어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으며, 연안 하구의 환경 변화는 해양 생물 다양성을 급격히 훼손하고 있다. 이제 바다를 지키고 활용하는 일
2026-08-13 권교용 발행인(서해신문 대표이사)
광복절은 일본에서 해방되어 나라의 주권을 다시 찾은 날로 8월 15일을 기념하는 뜻깊은 국경일이다. 이는 해방과 자유라는 용어는 좋은 용어로 36년의 일제 통치 속박에서 자유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은 국권을 회복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을 아울러 광복으로 명명하며 기념하고 있다. 이날은 조선 문화를 회복하는 기쁜 날이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라는 정인보 작사, 유용하 작곡의 노래에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죄 많은 인간의 욕심은 자유가 오히려 죄가 되고 있다. 창조 질서를 훼손하고 자녀가 부모를 거역하고 학생이 선생의 지도받지 않고 수업 시간에도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자유, 학생이 임신할 자유, 인간이 짐승과 수간(獸姦)의 자유, 성전환의 자유 등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죄를 가중하는 것이다. 윤리와 도덕을 무질서하게 하는 악한 자유이다. 1. 일제 36년 동안 속박에서 해방과 자유를 주신 분에게 감사. 시136:10-11은 애굽의 장자를 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945년 8월 6일~9일에 제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므로 2
2026-08-13 정진모 칼럼위원(서천군 성시화 본부장/목사)
충남 서천의 청정한 바다는 거친 파도를 맨몸으로 견뎌온 어민들의 땀방울이 서린 생명의 터전이다. 그러나 이 신성한 바다 이면에서 벌어진 참혹한 비리 카르텔 의혹은 지역사회를 충격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폭로된 서천 S어촌계 A계장을 둘러싼 수십억 원대의 횡령과 리베이트 의혹은 어촌계라는 공적 공동체가 단 한 명의 무소불위 권력자를 위해 어떻게 ‘추악한 사금고’로 전락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시선은 이 썩어빠진 환부를 도려낼 서천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경찰은 지역사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그 어떤 외압이나 성역 없이 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토착 비리를 철저히 수사해야만 한다. 수사의 가장 시급한 핵심은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으로 등장한 ‘5년 치 입출금 비밀장부’의 실체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는 데 있다. 2021년과 2022년 단 2년 동안 특정인 명의 등을 통해 무려 4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었다는 제보는 단순한 횡령을 넘어 거대 범죄 조직의 ‘기업형 비자금 세탁’을 의심케 한다. 수의계약을 무기로 조개 1망당 2천 원씩의 리베이트를 챙기고, 보조사업 자부담금을 타인 명의나 현금으로 은
2026-08-10 권교용 발행인(서해신문 대표이사)
이 바닷마을이 내 마을이기만을 바라던 때를 건너왔습니다. 누군가는 떠날 채비만을 하는, 또 누군가는 잃을 궁리만을 하는 이 마을이, 나에게는 숲속 오두막의 다락방 같은 곳이었습니다. 혼자만 알고 싶을 만큼 아까운 곳이었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난 지금은, 내 마을이 우리 마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비가 편지를 물고 오듯, 이곳에서는 바다를 한입 가득 머금은 바람이 비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물고 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오일장은 계절을, 아니 제철을 한 아름 품고 찾아옵니다. 장의 모퉁이에만 닿아도 오늘의 계절이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바람에 바다의 눅눅함이 스미기 시작한 지금, 복숭아와 포도, 자두와 매실이 한창 제철입니다. 바다를 곁에 둔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잰걸음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헤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흘이 지났습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었습니다. 문득 실감한 시간의 흐름은 제 걸음마저 재촉했습니다. 장터 어귀에 이르기도 전에, 갓 튀겨낸 뻥튀기의 고소한 냄새와 한여름 열기에도 지지 않는 호떡 기름의 달큰한 냄새가 마중을 나오는 듯했습니다. 천막 아래에 즐비한 계절이 피워낸 것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같은 여름 햇살 아래에
2026-08-10 강소산 칼럼위원(서천중학교 국어교사/시인)
충남 서천군이 지난 8년 동안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서천문화예술회관’ 신축 공사가 착공 3개월 만에 전면 중단되면서 지역사회가 극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지방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라는 서천군의 입장과, 적법한 합의를 거친 숙원사업을 일방적으로 짓밟은 행정 폭거라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오는 8월 3일로 예고된 대규모 집회는 양측의 대립이 단순한 이견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천군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유승광 군수가 이끄는 서천군의 고충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현재 서천군은 40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만큼 재정 여건이 몹시 녹록지 않다.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들어가는 총사업비 474억 원 중, 도비와 기금을 제외한 355억 원을 고스란히 군비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지자체 입장에서 분명 뼈아픈 부담이다. 더욱이 한정된 예산에 맞춰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할 경우 이른바 ‘깡통 건물’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향후 음향, 조명, 무대 등 필수 시설을 제대로
2026-08-03 권교용 발행인(서해신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