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수산물 유통의 심장부이자 서천 지역경제의 최후 보루인 서천특화시장이 다시 한번 벼랑 끝에 섰다.
지난겨울 상인들의 일터와 생계를 잿더미로 만든 대형 화재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 때문이다.
잿더미 위에서 임시시장을 꾸려가며 하루하루 피 말리는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상인들에게 해양수산부가 내린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3회 참여 제한’ 조치는 가혹한 족쇄를 넘어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추석 명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환급행사 과정에서 극소수 상인의 ‘부정 환급’ 일탈이 발생해 문제가 됐다.
관계 부처는 이에 대한 엄중한 징계 명목으로 시장 전체에 환급행사 참여 제한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행정 당국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원칙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옛말처럼, 소수의 잘못으로 인해 법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온 대다수 선량한 상인들까지 막대한 타격을 떠안는 뼈아픈 ‘연대책임’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며 상식적이지도 않다.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매회 수천 명의 인파를 시장으로 몰고 오던 서천군의 ‘흥행 보증수표’였고, 침체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였다.
하지만 징계성 제재 이후 시장을 향하던 발길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대형 화재로 온전한 영업 기반을 잃고 비좁은 천막에서 손님을 맞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상인들을 지탱해주던 유일한 동아줄마저 끊어지자 매출은 수직 낙하 중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벼랑 끝 상황은 상인들 사이에서 원망과 갈등마저 싹트게 하며 지역 공동체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화마가 물리적 일터를 앗아갔다면, 경직된 행정 규제는 상인들의 마지막 남은 재기의 희망마저 철저히 짓밟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서천군이 지역 상권의 명운을 걸고 해양수산부를 향해 규제 완화를 읍소하고 나선 것은 지극히 다급하고도 당연한 조치다.
최근 유재영 부군수가 해양수산부를 전격 방문해 환급행사 참여 제한 조치의 즉각적인 완화를 건의한 것은 아사 직전에 내몰린 상인들을 구출하기 위한 지자체의 절박함을 대변한다.
김기웅 군수 역시 화재 이후 임시시장을 운영하며 온전한 재건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쏟는 와중에 떨어진 제재를 개탄했다.
그러면서, 단 한 명의 선의의 피해자도 억울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끈질기게 협의해 제재 완화를 반드시 끌어내겠다고 천명했다.
이제 사태 해결의 공은 정부와 해양수산부로 넘어갔다.
행정의 본질은 기계적인 규제와 처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구휼에 있어야 한다.
획일적인 잣대만을 들이대기에는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마주한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
대형 화재라는 특수한 재난 상황과 상인들의 생존 위기를 참작하는 행정의 유연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징벌은 규칙을 어긴 소수에게만 묻되, 정직하게 일하는 절대다수 상인에게는 다시 일어설 생명줄을 내어주어야 마땅하다.
서천군은 현재 시장 재건축과 소비 촉진 정책을 쌍끌이로 추진 중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노력은 미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화마의 시련을 견디는 서천특화시장이 불합리한 규제의 사슬을 끊고 서해안 최고 상권의 명성을 되찾도록 정부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
화마 입은 상인들에게 두 번 울게 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