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밟고 선 바오밥 나무를 보았다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잎 대신 줄기로, 줄기 대신 텅 빈 몸으로 중심을 잡고 선 나무 겹겹이 쌓인 모래바람으로도 제 속을 채우지 못해 죽은 자의 의식을 꽉 물고 무덤처럼 능선을 잡고 있었다 모래바람으로 휘어지는 허공은 능선과 나무사이 산 자의 족적을 찍듯 넓힌 숨을 한 줄씩 띄우면 말 없는 말들은 걷는 자리마다 푸르게 쟁여지는 생 그늘은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모래바람으로 걷는 법을 아는 나무들 햇빛을 등뼈에 새긴 잎들은 칼날처럼 번득였고 어느덧 모래바람은 바오밥 나뭇가지에 죽은 자의 노래처럼 걸려있었다 맨발로 바오밥 나무의 그늘을 옮기는 허공은 한 음도 놓칠 수 없는 가지런한 모래바람의 리듬을 조율하며 먼 길을 걷는 중이었다
낯선 방을 독대하는 저물녘 창밖의 어둠을 끌어당겨 방 안의 고요는 팽팽해졌다 흔들림은 엉거주춤했으므로 저 이어진 복도는 세상으로 가는 길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이어진 길은 모두 애증의 덫 집착이거나 유혹이거나 오롯이 흔들려도 부대낀 허기로 남아 어둠을 견딜 때 허공에 펄럭이는 길은 다시 미로 같았으니 방 안에 갇히지 않으려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방문을 두드리는 별빛들이 수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