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밟고 선 바오밥 나무를 보았다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잎 대신 줄기로, 줄기 대신 텅 빈 몸으로
중심을 잡고 선 나무
겹겹이 쌓인 모래바람으로도 제 속을 채우지 못해
죽은 자의 의식을 꽉 물고 무덤처럼 능선을 잡고 있었다
모래바람으로 휘어지는 허공은 능선과 나무사이
산 자의 족적을 찍듯 넓힌 숨을 한 줄씩 띄우면
말 없는 말들은 걷는 자리마다 푸르게 쟁여지는 생
그늘은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모래바람으로 걷는 법을 아는 나무들
햇빛을 등뼈에 새긴 잎들은 칼날처럼 번득였고
어느덧 모래바람은 바오밥 나뭇가지에
죽은 자의 노래처럼 걸려있었다
맨발로 바오밥 나무의 그늘을 옮기는 허공은
한 음도 놓칠 수 없는 가지런한 모래바람의 리듬을 조율하며
먼 길을 걷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