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구름에도 나이를 먹고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나이를 먹으며 뒹구르는 낙엽에도 나이를 먹는다 떡국 속에 나이들이 흩어지는데.... 대쪽같은 대나무 사잇길 사이로 우리 함께 손잡고 걸어가보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월의 무게여 함께 가는 이 길에 빛을 더하자 저만치 앞서가는 세월 붙잡고 바람처럼 흩어진 꿈을 모으고 우리 젊은 노래하며 다시 웃어보자 강물 같은 시간이여 내 곁에 머물러 우리 함께 손잡고 걸어가보자
2025-04-17 강정옥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서림문학 회원)코로나와 같이 유행하는 전염병은 사람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변화의 국면을 맞이한 지 오래다. 일주일에 한 번 대면 출석 수업하던 詩 분야의 평생교육 수강도 몇 해 전부터 줌이라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 데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시 장르의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이뤄지는 문단의 문학기행에서나 서로 만남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인지 비교적 많은 문인이 참여하곤 한다. 작년 하반기 문학기행의 총괄담당자로 지정된 남편이 기획하고 추진하게 되었으며 나는 곁에서 자문 담당을 하였다. 두 달간의 준비 끝에 작년 8월 31일에 계획된 문학 탐방이 진행되었다. 진행된 문학기행은 문인들의 생활권이 주로 수도권이어서 이 기회에 우리 서천지역을 적극 소개하고자 남편과 탐방계획을 마련하였는데 예기치 못한 수해로 인해 아쉬움을 지우지 못한 채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 및 김제 조정래아리랑문학관과 벽골제로 변경하여 진행되었다. 참가자 문인들을 태우고 서울 강남역에서 출발한 리무진 관광버스는 송림산림욕장에 도착하였고 우리 부부는 반갑게 맞이하였다. 줌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 부둥켜안거나 손을 맞잡는 느낌은 비할 바 없었다. 일행은 보
2025-04-14 양화춘 시인(한국문인협회 서림지부 회원)마량포구 검푸른 바다 시린 바람에 얼굴은 붉게 핀 동백꽃이다 심연속 바다 등대의 불 빛에 모여든 물고기 퍼득 거린다 방향을 잡은 어부들 허연 달속에 어영차 굵은 팔둑을 접어 올린다 여명의 포고에 북적 거리는 사람들 경매의 손짓이 빨라진다
2025-04-07 양화춘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서림지부 회원)한설 머금은 삭풍은 지칠 줄 모르고 온몸이 찢겨지고 상처 난 마음 진달래 피고 벚꽃 잎이 흰 눈 되어 바람에 날리는데 보고 싶었다고 변겨줄 수가 없다 바람에게 묻는다 나는 왜 계절이 가고 수없이 해가 바뀌어도 멈출 수는 없는 거냐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수는 없는 거냐고 얄궂은 바람은 한마디 말도 없이 솔보득이 가지사이 사이 사라진다 잔인한 미소 흘리며
2025-03-31 강헌구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회원)지고 피고 지는 것이 어디 나무뿐일까? 굽은 나무 아래 살려면 내 몸이 뒤틀려야 하는 것인데 어린 내게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굽은 나무는 그늘을 옮기는 바람을 봐야 하고 새의 그림자를 읽어야 한다고 넘치면 넘어지는 법이니 둥글게 구르며 살아가라고 하셨다 그늘의 공식을 잊고 살아서 였을까 나는 새의 날개를 꺾기도 했고 비 오는 날은 숲속의 어둡고 습한 방언을 듣기도 했고 나뭇 가지들의 삭히지 못한 이야기는 빗소리에 묻어 두곤 했다 잎은 빗소리를 달고 자랐고 질서가 바뀐 순간 서늘한 목이 잘려 우듬지를 넘어설 수 없으나 그래도 네 이름이 아름다운 건 유배당한 젊음에 햇살 들어 푸르기 때문이었다 멀어진 나무의 푸르름을 손 끝으로 만지면 쌓아 온 볕들이 하나씩 부러졌고 눈 부신 조각들은 다른 시간에 사는 것뿐 같은 공간에 서 있는 것이었다 물과 불이 그랬듯 곧는 나무와 굽은 나무의 공식은 낮아지고 작아져 모든 그늘을 용서하는 일이었다
2025-03-24 김도영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회원)앞숫구멍 뱃가죽을 가르고 포궁을 연다. 아기를 세상 밖으로 이끌기 위해 누군가의 손길이 내 가슴통을 옥죈다. 죽음의 사자가 다가선다. 녹색 가운을 걸친 이는 태연하게 숨을 내쉬라 한다. 손잡아 주는 이의 동공은 습하다. 뱃가죽이 열리고 포성이 들린다. 탯줄이 끊긴다.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따라 세계는 흐른다. 삶이 다가온다. 아기를 품에 쥐어 준다. 이내 날갯죽지 아래에 놓인 앞숫구멍이 뜨겁게 벌름거린다.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sbn서해신문 칼럼위원인 강소산 서천중학교 교사가 ‘월간 시사문단 제263호’에 실린 시로 신인상을 수상해 시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당선된 그의 작품 ‘앞숫구멍’은 생명의 탄생 순간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면서도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시는 단순한 출산 묘사에 그치지 않고, 생명의 시작과 그 과정에 내재한 고통과 신비로움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특히 이 시에서는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실존주의적 성격을 띤다.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표현 기법을 통하여 삶의 신비를 극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현대적 감각의 생명 시로 평가될 수 있다. 강 시인은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 독자에게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2025-03-19 권주영 기자화단에 해바라기씨를 심었더니 태양이 화단에 가득 차 있다 피는 것은 아픈 거라고 까만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해바라기 야위어 갈수록 흙담처럼 흘러내린 눈동자를 털어낸다 눈 감으면 사라지고 누군가 쌓아 놓은 것들은 아프지 않으면 영혼을 잃어버린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인디언들 씨앗은 힘이 세다고 씨앗 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초록, 노랑, 빨강 해마다 허락도 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가 보다 죽은 씨앗을 입김으로 불어 밑바닥 온기를 모아 햇볕에 던져 나는 힘센 화단에 소소한 밀알이 된다
2025-02-27 김한중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회원)처음엔 그냥 사랑이었다가 점차 뜨거운 사랑이었다가 차츰 짜증과 원망이 섞여 일상의 지루함에 지쳐가다가 친구인지 가족인지 이웃인지 동료인지 관계의 경계가 모호해 지다가 서로의 일에 매여 무관심해지다가 머리카락 희끗해지는 어느 날 잡자기 예잔함과 함께 가슴 아픈 연민이 밀려오고 가엾은 마음에 괜스레 눈물이 나고 미안함과 죄책감에 가슴이 져려오더니 이제는 한시도 눈 밖에 둘 수 없고 그저 곁에만 있어도 안식을 얻는 함께 있어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사람 잠결에 듣는 목소리에도 행복해지는 그대, 아내라는 이름의 사람
2025-02-20 조효정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