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갓 지은 밥 냄새 사이로
묵은 기침처럼 침묵이 흘렀지요
어머니는 조용히 나물을 무치고
나는 옆에서 국을 데우며
서로의 손등만 바라보아죠
하고픈 말은
어느새 젖가락 끝에 걸려버리고
웃음은 익은 나물처럼
간을 맞추다 사라졌습니다
아이의 한마디,
"할머니랑 엄마는 왜 말 안 해 ?"
그 순간,
깊게 쌓인 눈 위에
햇살이 스며들듯
오래된 울타리 하나가
스르르 무너졌습니다
가족이란
마음에 둘러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참 많은 계절을 견뎌야 한다는 걸
부모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서로 다르되 함께인 것,
그게 가족이라면
울타리란
언젠가 조용히
넘어설 수 있는 마음의 언덕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