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고랑에는 아랫집 할머니 쪼그려앉아 무성한 잡초 쁩기에 구슬땀 아랑곳없다 느티나무 아래 그늘 옆집 할어니 손짓이 애탄다 돗자리끼고 물주전자 손에 든 채 녹음이 더 짙어가라 재촉하는 풀벌레소리는 농부의 일손에도 힘내라 응원한다 파랗게 솟아나는 들녁 보리베고 늦은 모내기 하는 윗집 아저씨의 농심에 희망이 넘친다
목이 쉴라 저 새는 보금자리 찾아 날고 기다린 듯 내어주는 달빛에 아롱진 꽃나무 헐벗어 찾은 이를 꽃이불로 감싸주니 그 곳은 고향이고 내 삶의 쉼터다
번창기가 무색하다 왜가리 한 쌍 강가를 노니는 성당포구 강바람 속 뱃일 품삯꾼 막걸리 한 잔에 애환을 달랬고 광주리 행상 아낙은 치맛자락 흩날리며 오지길 오십리 뱃줄 매던 느티나무 언제 옮겨 놓았는가 앞뜰의 고목되어 야윈 삶을 버티고 유유히 흐르는 강 위에 봄기운을 띄우니 추억이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