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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장항도선장’에서 여객선을 다시 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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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서천↔군산 유일한 교통수단...육상교통 편리해지며 추억 속으로
장항읍 주민, “배 끊기면 강제 결석·외박, 잡상인 입담에 물건 사고 후회”
장항도선장→공원, 매표서→식당으로 바뀌어 옛 모습 찾기 어려워 아쉬움



[sbn뉴스=서산] 남석우 기자 = 지난달 27일, 서천군과 군산시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동백대교가 착공 10년 만에 개통됐다.

이번 동백대교 개통으로 장항읍과 군산시 간 왕래가 한층 수월해졌는데 1990년, 금강하굿둑이 개통되기 전만 해도 서천에서 군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장항도선장에서 배를 타는 게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그 후 장항도선장은 서천 군산 간 육상교통이 더욱 편리해 지면서 결국 2009년 11월 1일, 무기한 운항 중단에 들어가며 사실상 여객선 운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bn서해신문에서 장항도선장을 찾아 장항읍과 군산 간에 여객선이 활발히 왕래하던 시절, 그 향수 어린 추억의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옛 장항도선장이 있던 곳에 들어섰다.

공원으로 조성된 도선장 모습에 이제는 옛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도선장 안쪽 부둣가로 쭉 들어갔다.

그곳 공터에 마침 배를 손보고 있던 어민 몇 분이 있어, “이곳이 예전에 여객선 타던 곳”인지 물었다.
 
어민 중 한 분이 “맞다”라며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는 이곳에 썰물에는 내려가고 밀물에는 떠서 승객들이 타고내리는데 이용되던 뜰 다리라는 게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객선이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는데 “나도 예전에는 배를 타고 군산으로 통학했는데 그때는 앞칸은 여학생 칸이고 뒤 칸은 남학생 칸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라며 “그렇게 나름 나눠타기는 했어도 한창 열기 왕성한 젊은 학생들이다 보니 배에서 연애편지가 오가기도 했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기도 했는데 지금처럼 남녀가 서로 자유롭게 연애하던 시절이 아니다 보니 짝사랑에 설레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때 곁에서 듣던 다른 어민 한 분이 나서며 “그때는 출·퇴근, 등·하교 시간에는 배에 사람이 가득 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 같았다”라며 “버스처럼 잡을 손잡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의탁해가며 배를 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항읍에서 배를 타면 군산까지 10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잡상인들이 손톱 깎기, 양말, 손전등, 공구 세트 같은 1000원, 2000원짜리 물건부터 손목에 차면, 놀랜다는 스위스 명품을 꼭 닮은 시계까지 다양한 물건을 가져와 팔았다”라며 “상인이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이 물건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이라고 운을 떼며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청산유수로 속사포처럼 상품설명을 쏟아내기도 했는데 그래서였는지 많은 사람이 얼떨결에 물건을 사고 집에 와서 후회하는 일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이다 보니까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날씨가 너무 궂은 날은 배가 출항을 못 해 본의 아니게 결석을 하기도 했는데 배 타러 왔다가 출항 못 한다고 하면 여학생들은 대부분 집에 돌아갔지만, 남학생들은 인근 쌀 창고 등에서 모여 놀다 가기 일쑤였다”라며 “더군다나 군산에서 배가 끊길 때는 집에 올 수가 없어 친구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거나 그렇게도 못할 때는 학교에서 하루를 지내기도 했고 꼭 와야 할 때는 택시를 타고 강경으로 돌아서 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장항도선장에서 식당을 하는 한 주민은 “도선장에서 배가 다닐 적만 해도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은 배도 안 다니고 사람도 없어서 예전만큼 장사가 될 수는 없다”라며 “그래도 동백대교가 개통되고서는 군산사람들이 장항읍으로 많이들 넘어와서 요즘 부쩍 손님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도선장공원 관리가 조금 미흡하다”라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공원 화장실 같은 경우에 수도가 꼭지가 없이 센서로 작동하는데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젊은 층보다는 조금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다 보니 열에 아홉은 ‘여기 화장실은 수돗물도 안 나온다’라고 불평을 하는데 수도꼭지 위에다 사용방법이라도 표시해 놓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화장실 안내 표지판도 입구 쪽에서 보이는 곳이 아니고 반대편에 있어서 화장실이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며 “화장실 어디냐고 묻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사비를 들여 표지판을 만들어다가 붙이기도 했다”라며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시기에 군청과 장항읍에서 조금 더 배려와 관심을 보여 방문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sbn서해신문 기자는 부둣가에 서서 상상 속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출렁이는 뜰다리를 건너 배에 올라 뱃머리에 서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볼을 스쳤다. 

사람이 반가운 듯한 갈매기는 눈을 마주치려는 듯, 눈높이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객실로 눈을 돌리니 소리높여 물건 파는 상인,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삼삼오오 모여 연신 깔깔대는 여고생들, 커다란 짐보따리를 곁에 놓은 할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그렇게 잠깐의 여행을 마치고 나니 ‘언젠가는 다시 이곳에서 배를 타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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