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서천 문단(文壇)] 이렇게 가고 싶다
오늘 죽는다면 꼭 죽어야 한다면 청명하다 못해 시린 하늘가에 코스모스 기웃거리며 가을날을 여미게 할 때 슬퍼할 식솔도 모르게 저 세상으로 가고 싶다 썩어 없어질 육신 끌고 이 병원 저 병원 링거 꽂아놓고 연명하고 싶지 않다 그저 정갈한 작업복 입고 벌들이 돔부꽃을 거쳐 벌통 안으로 잠자리 들어갈 때 책상 위에 아내에게 편지 남기고 없는 듯 욕심 없이 살아 모은 푼돈 마지막 가는 길에 쓰고 남으면 내 사랑하는 제자들 전시회 한 번 열라고 도록값으로 지불하고 싶다 쓰던 벼루 붓 몇 자루 관에 넣고 하늘로 가서 맑은 날 아침 이슬 받아 벼루에 놓고 맑은 마음으로 먹을 갈고 넓은 하늘가 구름 위에 난 향기 가득한 그림 한 폭 그려 기러기 날아가다 찢어 놓은 구름가에 걸어두고 싶다
- 최명규 원장(서천문화원장/대한민국예술명인)
- 2025-05-10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