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의 유혹은 미끼다
대웅보전 먹기와는 층층의 스크럼을 짜고 묵언 수행 중인데
열어젖힌 문들의 꽃살문은 상형문자처럼 해독할 수 없다
바랜 단청의 순한 빛깔들이 볕살을 찾아 속살거리는 처마 아래
찾아든 무명새 한 마리 부처의 말씀을 듣고 있다
저 몸짓이 오층석탑에 내려앉는 볕살을 다독이듯 경건하여
두 손 모은 내 어깨마저 따듯해진다
건너온 개울 물소리 반듯하여 발걸음도 조심스러운데
세상의 소란 모두 부질없어 예까지 찾아 들었을까
磨谷寺. 석바위 정표 앞에 너와나 몸을 낮춘다
돌아갈 길은 아직 남아 멀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