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서천 문단(文壇)] 비린내의 집
특화시장 모퉁이 칠순 노모가 바지락을 까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닳은 칼끝이 파고드는 어김없는 저 집중은 살아오는 동안 길을 찾는 방법이었을 것이네 칼끝이 비집고 들어서자 쏟아지는 비린내 서해 바다의 물살이 출렁거리네 밀려든 파도를 견디느라 손 끝 지문은 지워지고 수북하게 쌓인 껍질보다 높이 흩날리는 비린내 노모는 기우는 햇살을 끌어당기다가 한 올 놓치네 저 햇살을 따라가면 내 이름의 출처가 달려 나올까 구부정한 몸으로 햇살을 찾다 두리번거린 노모의 비린내는 서성거리는 나를 묶고 나는 비린내에 주춤거린 발자국으로 엉키네 툭, 떨어지다 허물어지는 저 껍질더미사이 쌓이는 비린내에 주저앉은 바닥은 더 깊어지고 저녁 불빛을 따라 노모가 저린 무릎을 세울 때까지 툭툭, 비린내는 또 쌓이네 저무는 노모의 생이 쌓아올린 비린내의 집 나, 그 빈집에 드네
- 박복영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 회원)
- 2026-02-26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