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의 바람결에 외롭게 흩어져 있던 영웅들의 이름이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기념비 아래 모였다.
지난달 20일, 서천군 마서면 당선리 일원에서는 단순한 공원 개장식을 넘어선, 지역 사회의 오랜 부채 의식을 씻어내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서천군 보훈공원’이 마침내 그 장엄한 위용을 드러내며 정식 개장한 것이다.
과거 지역 곳곳에 파편화되어 있던 추모의 공간을 하나로 결속시킨 이 거대한 성소(聖所)는, 단순한 조경 사업을 넘어 서천군이 국가유공자들을 대하는 예우의 품격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깊은 설득력을 지닌다.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과는 단연 ‘기억의 통합’이다.
그동안 서천군 내 현충 시설은 월남전 참전 기념탑, 무공수훈자전공비, 6·25 참전자 기념비 등으로 지역 곳곳에 분산되어 있어, 참배객들의 불편은 물론 추모의 의미마저 다소 희석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군은 이번 보훈 공원 조성을 통해 흩어져 있던 세 개의 주요 현충 시설을 공원 내로 완전히 이전시켰다.
9,617㎡의 너른 대지 위에 중심을 잡고 선 높이 16.2m의 충혼탑은 흩어진 호국의 혼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웅장한 횃불과도 같다.
그 주위로는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용사를 생동감 있게 구현한 호국 영웅상과 서천군 8개 보훈단체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도열해, 시공간을 초월한 연대감과 장엄함을 선사한다.
이 공간이 유독 묵직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조성 과정에 숨어있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일방적인 행정이 아니었다. 설계의 첫 단추를 끼울 때부터 이상무 서천군보훈단체협의회장을 비롯한 지역 보훈 단체장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참여했다.
자신들의 전우를 기리고 후손들에게 남길 공간을 당사자들이 직접 기획했다는 점은, 이 공원에 ‘관급 공사’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성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2022년 7월 첫 기획설계 용역에 착수한 이래, 서천군은 도비와 군비를 악착같이 확보하며 사업의 동력을 잃지 않았다.
총사업비 25억 1,8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2023년 말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5년 조형물 제작 및 주변 정비에 착수, 마침내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완공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보훈 가족들에게 가장 값진 선물을 안겼다.
군은 이 공간을 단순히 1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무거운 추모의 공간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파고라, 현대식 화장실, 넉넉한 주차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세심하게 배치하여 군민들이 일상 속에서 산책하고 휴식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다.
이는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이 박물관의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평온한 일상과 맞닿아 있음을 무언으로 웅변한다.
아이들이 공원을 뛰놀며 자연스럽게 호국 영웅상을 마주할 때, 보훈은 비로소 살아있는 교육이 된다.
이수미 군청 복지증진과장은 이번 준공식에서 “서천군 보훈 공원이 지역사회에 보훈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공간이자, 국가유공자와 유족에게는 자부심을, 군민에게는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는 교육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며 공원의 지향점을 명확히 밝혔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100여 명의 국가보훈대상자와 유족들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들의 오랜 염원은 마침내 단단한 대리석과 푸른 잔디가 되어 서천의 대지 위에 뿌리를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화려하고도 묵직한 공간에 발걸음을 채워 넣을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새롭게 비상하는 서천군 보훈 공원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보훈 문화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