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시렸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구멍 난 바닥에 제각기 몸을 뉘고 꿈꾸던 시간이 마르지 않게 서로의 여윈 발목을 끝없이 적셔주었다. 쳇다리를 지나 물받이 자배기 속으로 떨어지는 물소리는 자주 꿈의 언저리를 적셨고 젖을수록 강해지는 꿈들은 조금씩 겨울의 빗장을 풀며 자랐다. 아무도 함부로 뿌리 내리지 않았다 어깨에 어깨를 기대면서도 서로의 아픔과 기억을 더듬어 거리를 두고 서로가 일어서야 할 공간을 위해 몸을 움츠렸다. 뒤돌아보지 말고 오직 한 줄기로만 살아 오를 것 바닥을 알 수 없는 어둠의 깊이 제각기 허공을 향해 쏘아 올리던 작은 주먹 같은 별들 어둡고 무거웠던 하늘을 밀어 올리고 검은 보자기 속 헤아리던 시간과 마주하였을 때 우리는 겨울 아침을 녹이는 국 한 그릇, 어울려 위안이 되는 나물 한 접시가 되었다. 오래도록 꿈꾸던 자들의 열망을 모아 소박한 밥상을 다독이는 샛노란 희망이 되었다.
살아도 살아도 잊혀지 않는 게 있더라 흘러가는 구름 속 청춘의 눈물 씻던 하늘과 서쪽 바다, 쪽빛 노을의 일렁이는 고요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푸르름 떠나지 않는 동산이 그러하고 호숫가에 아름아름 피어나는 안갯속 굴곡진 삶의 자유가 그러하다 살아도 살아도 그리운 것이 있더라 먼 산 밤마다 울어오는 소쩍새며 풀벌레며 애 닮던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없어 뒤척이던 밤이 그러하고 해 질 녘 얼기설기 삼대 울타리처럼 산마루에 걸터앉자 사라진 뭇별의 이야기를 노래하던 동무들이 그러하다 눈처럼 시린 달밤이면 초가지붕에 하얀 박꽃들의 웃음소리가 그러하고 쑥 향기 가득한 한 여름밤 강냉이의 가지런한 청초함이 그러하다 살아도 살아도 길이 되는 길 내 고향 ‘서천’ 길이더라
엄마 분 냄새가 노을에 스민다 아침에 잠자고 저녁에 눈뜨는 꽃 빨강 분홍 노랑 하양 방울 무늬 핀다 다양한 꽃들이 피는 것은 자식들 예쁘게 봐 달라고 한 가지에 모여 피는 이유는 세상을 널리 보라고 흔들며 인사하는 뜻은 웃는 얼굴이 성공한다고 세상에 분꽃 없어도 하늘에 엄마 꽃 핀다
마산 신장을 새 장터라 부를 때 봉선 저수지도 물을 가득 삼키고 그 곁을 지켰다 그곳에서 찰박거리며 밤새 고기를 잡아다 뷩바위 아래 쏟아 놓은 어린 도깨비도 인파를 따라 새 장터에 같이 놀았다 엄마가 보름 걸려 짜준 모시를 팔러 가신 아버지 늦은 밤까지 주막에서 술을 먹는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 빈손으로 집으로 가고 아버지만 남았다는 그 새 장터 아직도 나는 그 뷩바위 아래 사는 어머니 모시 판 돈 후려 먹은 그 어린 도깨비를 만나고 싶다
중앙은 항상 고요했다 무거웠고 깊었다 가장자리는 항상 번잡했다 가벼웠고 얕았다 중앙은 항상 먼저 채워지고 먼저 녹았다 나머지가 가장자리의 몫 큰 고기들은 중앙으로 몰려들었고 크고자 하는 고기들도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이 때때로 첨벙 튀어올라 파문을 만드는 것은 가장자리의 플랑크톤을 약탈하려는 교묘한 술책 중앙을 키운 것도 먹여 살리는 것도 가장자리다 중앙은 망각의 장소다 치어들은 커서 중앙으로 향했고 중앙에 도착해서는 가장자리를 잊었다 그러고도 뻔뻔한 중앙은 때때로 가장자리를 찾아와 입 안 가득 먹이를 훔쳐 돌아갔다 가장자리는 중앙을 미워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먼저 마르고 먼저 얼지만 가장 늦게 녹고 가장 늦게 채워지지만 비 온 다음 날처럼 연못이 벙벙해지면 중앙으로 떠난 치어를 생각하며 철벙철벙 뒤척일 뿐이다 갈대를 부여잡고 그리움을 숨기려 스멀스멀 안개를 피울 뿐이다
예전과 같은 길이 아닐지도 몰라 오늘따라 하늘은 푸르지도 않은 거 같아 그렇지만 난 알고 있다 언제나 걷던 길이 아니란 걸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발걸음을 움직인다 발걸음을 따라 시간의 그림자들이 따라온다 내 귓가에 속삭여준다그날의 사연들을... 그날의 그 길은 외롭지 않았어 같이 마음을 기대고 의지할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 길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 너무도 뜨거웠던 눈빛 온 누리를 뒤덮던 메아리 우린 그날 그 길에서 함께 했어 너와 나의 의연함은 하늘은 감동 시켜 마침내 커다란 물결을 만들었어 나는 텅 빈 이 길에 나 혼자 서 있다 예전의 흙먼지가 날리던 길이 아니지만 그날의 함성을 기억한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이 길을 걷는다 예전과 같은 길이 아닐지라도 나는 걷는다
싸리꽃 피면 갈기갈기 찢긴 그림자의 무게를 네모난 바퀴에 싣고 천 리 길 달리시어 이 몸이 살았습니다 마당 가득 메운 싸리꽃이 흰 쌀처럼 쏟아져도 아버지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던 날 초가지붕에 내린 서리를 모아 어린 새끼 추울까? 바람의 가시로 풀무질하시며 새벽을 깨우시던 그 기침 소리 마를 날이 없습니다 어쩌다 그 소리 잃어버린 채 가늠할 수 없는 세월에 묻혀 당신을 찾아가도 붉은 눈물 닦아 주시던 당신! 아득해진 하늘 아래 홀씨 되어 홑눈으로 험지를 더듬고 살아온 내가 핏빛 노을에 아버지를 묻고 오던 날 당신 닮은 발소리 나를 따라옵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당신이 바라시는 것이 오래 당신을 바라다보는 일이었다는 것을 어리석은 나는 왜 미처 몰랐을까요 당신은 큰 산이며 큰 바다였다는 것을 황혼에 물든 서녘 바람은 자꾸만 저만치 멀어지는데 빛과 어둠에 스미던 휘어진 살들의 통증은 오래도록 시린 발등을 덮어줍니다
찻잔에 눈물을 따랐습니다 눈물에 달이 차니 늙은 아버지의 통증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금방 오실 줄 알았습니다 읍내에 잠시 마실 나가 생선 두어 마리 들고 오실 줄 알았습니다 생선의 대가리만 방향을 잃은 채 납작하게 길 위에 서성입니다 쉬 오실 뜰 안에는 맨드라미와 채송화 피고 또 씨를 맺고 계절 잃은 코스모스가 안방 창호지 문에 꽂힌 채 기다립니다 풀 먹은 날 선 무명 이불깃 달의 공전에 얇아지고 이가 시린 달만 사무치게 온몸을 휘감습니다 식어버린 찻물을 다시 부을 때쯤 가슴에 익은 인기척이 들립니다 바람도 알고 있는 따뜻한 목소리 꽃구름 등지고 걷는 아버지 닮은 나는 민둥산 같던 당신 닮은 집 한 채 지어 놓습니다.
우리 사는 곳 산에서만 같다면 가진 것이 많든지 적든지 노인이든지 젊은이든지 편견 없이 품어주고 나눠주는 산과 같다면 먼저 온 이에게 눈인사 건네고 나중 온 이에게 앉은 자리 내어주며 모두가 하나 되는 산 인심만 같다면 오가는 인사말엔 허세도 교만도 섞이지 않고 위선과 치장도 땀에 씻기어 그 정직하기가 산 바위만 같다면 얼음물 한 잔에도 호수 같은 인정을 나누며 땀 밴 등허리에 손바람 부쳐주는 그 넉넉하기가 산바람만 같다면 오가는 길 섶엔 정겨운 들꽃 재수 좋은날엔 귀여운 다람쥐와도 눈 맞춤 하고 그 천진스런 행복감이 산길에서만 같다면 그러면 참, 참 좋겠습니다.
봉서사 종무소 툇마루에 앉으면 극락전 마당 가득 펼쳐진 가을 햇볕의 잔치를 본다 잔디밭을 뛰노는 바람의 소리가 승무를 추는 여승의 발끝을 닮은 듯도 하고 바라춤을 추는 스님의 힘 있는 모습도 닮은듯하다 가을 햇살과 바람은 이래서 좋다 바라보는 눈길 속에 온갖 상상들이 나래를 펴고 그 상상 속에서 또 다른 기쁨을 느낀다 활짝 열린 극락전 문으로 수시로 드나드는 바람은 벌써 불심이 가득 한지 바람의 옷깃엔 기분 좋은 향내가 가득하다 봉서사 그곳엔 바람도 햇살도 승복을 입었다.
수초에 걸려 신음하는 피아니시모 평원을 거닐 듯 바위 위에 미끌어지는 돌체 산허리 구비치는 장엄한 마에스토소 한 골짜기 흐르는 물도 어느 한 줄기 같은 꼴이 없구나 등 기대고 흘러온 굴곡에 따라 제 몸 던져 부서지는 깊이에 따라 계곡의 오선지에 서로 다른 음표 그어대지만 그들은 모두 한 바다로 가는 것을
[sbn뉴스-서해신문·서해방송]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 일본 국토교통성 사이토 테츠오 대신, 중국 문화여유부 장정 부부장 등 한·중·일 3국 대표는 9월 10일과 11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제10회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인적교류 4,000만 명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논의하고 3국 관광산업이 균형적이고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함께 협력하자고 약속했다. ◆ 5년 만에 열린 회의로 3국 관광 협력체제 복원, 실질 협력의 분기점 마련 2030년까지 3국 인적교류 4천만 명 목표, 역외 관광객 유치 협력도 강화 3국 관광장관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019년 8월 인천에서 열린 ‘제9회 한·중·일 관광장관회의’ 이후 5년 만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관광장관회의가 연기된 바 있다. 3국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 3국 관광 교류의 조속한 회복, ▴지속 가능한 관광의 중요성, ▴지역관광 활성화 등 관광 교류의 질적 향상 등 3가지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히 3국 관광장관은 2030년까지 3국 간 인적교류를 현
[sbn뉴스-서해신문·서해방송]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김낙중) 내포문화진흥센터는 9월 13일부터 10월 14일까지 ‘학교로 찾아가는 내포 무형유산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로 찾아가는 내포 무형유산 아카데미’는 내포지역의 학생들에게 내포의 무형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문화유산을 홍보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충청남도 지정 무형유산 중에서 한지를 가지고 물건을 만드는 ‘지승제조’, 댕댕이풀을 가지고 생활용품을 만드는 ‘댕댕이장’, 인형극을 하는 ‘서산 박첨지놀이’등 3종의 프로그램을 내포신도시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8월 19일부터 8월 30일까지 사전 체험 신청을 받았으며 홍성의 내포초등학교·홍남초등학교와 예산 보성초등학교 등 3개 학교가 선정됐다. 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 등 무형유산 전승자가 직접 교실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무형유산에 대한 설명과 한지로 목걸이 만들기, 댕댕이풀로 소형 체반 만들기, 박 바가지로 가면 만들기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낙중 원장은 “학생들이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내포 지역의 문화유산을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
[sbn뉴스-서해신문·서해방송] 충남도는 오는 27-28일 아산에서 열리는 전국 청년 축제 ‘2024 피크타임 페스티벌’을 보다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한 티켓 6000매가 9일만에 매진됐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도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무대 바로 앞 공간을 ‘0원 티켓’으로 제공했으며, 지난 4일 매진됐다. 이번에 매진된 티켓은 무대 앞 별도의 공간만 해당되며, 행사 기간 현장을 찾는 방문객들은 예매 없이 잔디밭 광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올해 피크타임 페스티벌은 도와 아산시가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축제의 장으로, 아산 신정호 일원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은 ‘찐’ 청년들이 누리고 싶은 최고의 시간(Peak time)을 선사하자는 취지에서 피크닉(Picnic)형 축제로 마련했다. 메인 프로그램인 토크콘서트 출연진은 주제에 맞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유튜브로 소통하며 갓생을 개척하고 있는 유명인들을 대거 초청한다. 축제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충남청년포털 또는 행사 공식 인스타그램 에서 확인할 수
[sbn뉴스-서해신문·서해방송] 충남도 내 여성농업인 위상 강화 및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구현을 다짐하는 ‘제42주년 충청남도생활개선회 한마음대회’가 서산종합운동장에서 9일 열렸다. 한국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가 주최·주관하고, 도와 서산시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함께 이룬 생활개선회 함께 여는 미래농업’을 주제로 개최됐다. 김태흠 지사와 생활개선회원,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표창 수여, 사랑의 쌀 전달식, 농작업 안전 실천 결의 다짐, 학습동아리 과제 경진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농업·농촌 발전에 이바지한 우수 여성농업인 45명에게 도지사 표창 등이 수여됐으며, 도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랑의 쌀 전달식을 통해 600㎏의 쌀을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는 나눔 행사도 펼쳤다. 또 이날 참석자들은 농업 현장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농작업 안전 관리 실천을 다짐했으며, 여성농업인 간 교류하고 화합·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농업·농촌의 변화는 여성의 의지와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