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과 뒤엉킨 비바람이 목곁을 후려친다. 빗방울은 차갑게 혹은 빠르게 이마를 훑고 지나가는 삼월의 초입. 춘장대를 찾았다.
모퉁이를 돌자 대로변 카페에선 클래식 음악이 을씨년스런 날씨와는 달리 경쾌한 음을 꺼내 두고 뛰어놀고 있다. 나는 아스팔트 고인물에 떨어져 파문 지듯 밀려나는 물결을 밟으며 풍차 뒤편 바다를 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 피서철을 차치하고서라도 겨울 바다라는 쓸쓸함과 적막감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찾는 것은 여행지에 들르거나 잠시 머물다가는 장소로 나름 춘장대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은 바닷가는 궂은 날씨와 함께 우산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는 몇 사람의 동작 뿐 음습하기까지 했다.
음악은 저리 활기찬데 이 냉랭한 마음은 무엇일까. 춘장대의 봄은 정녕 오고 있는 것일까.
발자국을 당기듯 모래알들이 발목을 잡는데 낡은 우산은 빗방울들을 우산 속으로 모으며 나를 바깥으로 눈을 돌리라 한다.
주변을 바라보면 서쪽으로 마량포구가 있고 동쪽으로는 금방이라도 출항의 뱃고동소리를 울릴 홍원항에 정박한 배들이 고삐를 묶고 휴식에 들고 있다.
매년 마량포구의 전국규모 행사는 여지없이 치러지고 올해도 여전히 절찬리에 상여중일 터인지라 년 중 싱싱한 비린내를 풀며 유혹하는 홍원항의 기대도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백사장 저쪽 끄트머리에선 몇몇 관계자분들이 봉사와 헌신으로 말끔히 정리되어 흰 파도뿐.
아쉽다. 좀 더 머무는 춘장대의 추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여행자들의 낭만과 사연으로 조용한 밀월여행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춘장대의 매력은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아름다운 추억일 것이다.
개인적 좁은 소견일지 모르나 마량포구와 홍원항의 인지도는 전국을 상회하고 있다. 아쉽다는 것은 마량포구나 홍원항으로 지나는 길목에 춘장대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인 입구에서 마량포구나 홍원항으로 가는 길로 내려서다보면 성당 아래 로터리에서 갈라진다.
행사 시에 마량포구나 홍원항의 가는 길에 행사 홍보를 위한 현수막도 중요하지만, 때맞춘 춘장대의 음악회라든지 함께하는 행사는 어떤지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여행지란 그런 곳이다. 많은 추억을 기대하거나 가져오기 위해 가는 것보다 도시에서의 힘든 생활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자 생활 터전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큰 기대 없이 왔다가 작지만 알차고 따듯한 추억 한 조각 가져갈 수 있다면 그 여행은 성공한 예라고 본다. 다시 생활 전선으로 돌아가서도 여행지에서의 추억은 오래도록 남아 그 사람을 위로할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내용도 형식만큼 중요하다. 여름바다의 청량한 바닷바람도 중요하지만 겨울 바다의 고즈넉함이 가져다주는 무게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잘 가꾸어진 놀이터도 중요하지만 놀이터에 알맞은 놀이기구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과 어른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기구가 서로 차이가 있으나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놀이기구처럼 가족 단위를 함께 포용할 수 있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면 좋겠다.
춘장대와 서천, 그리고 비인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함께하는 곳이기에 소견 역시 조심스럽다. 근처 다사항, 장포, 마량까지 김 양식장이 즐비하다.
김 양식에 독한 소독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갯벌과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조개는 기형이 보이기 시작하고 해루질에도 소라는 어쩌다 찾아볼 정도이고 바다에 쭈꾸미는 생산량이 대폭 줄어 축제에 치솟는 가격으로 행사장을 찾는 여행객들은 구경만 하거나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해마다 여행객의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각자도생보다는 공생의 길을 찾으려는 생각이니 더 안타깝다.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봄비다. 곧 움튼 싹이 돋아나고 사람들 또한 기지개를 켜고 잠에서 깨어 서천으로 달려올 때가 될 터인데….
비 그친 아스팔트에 신발에 묻은 모래알들을 털고 주차장으로 오는데 클래식 음악보다도 먼저 진한 아메리카노 커피 향이 나를 손짓한다. 그래 바쁠수록 쉬어가라 하지 않았던가.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어! 아는 사람이 앉아 있다. 이것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