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을 귀가 빠졌다는 것으로 상징화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표현이다. 과문한 탓에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표현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선조들은 출생의 타이밍을 귀가 빠져나온 시점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출산 과정에서 귀가 빠져나올 무렵은 태아의 신체 대부분이 아직은 모체 안에 있을 때이므로, 따지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를 두고 정확한 기준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요즈음의 법률적 해석에 따르면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는 시점을 출생의 시기로 보는 것이 통설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왜 옛사람들은 귀빠짐을 출생으로 간주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급한 성격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옛 분들은 우리보다 훨씬 여유롭고 너그러운 사고체계를 가졌기에 귀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탄생을 인정한 것이 아닐까? 바깥세상의 온갖 소리가 아기에게 전달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에, 그 생명을 인격체로 대해주는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귀빠진 날’이라는 발상에 함축되어 있다. 옛사람의 인본적 사고(思考)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귀가 빠지기 훨씬 이전, 그러니까 모체가 수태할 때부터 우리 민족은 나이를 먹는다. 그리하여 태어나자마자 1살로 인정된다. 이처럼 기막히게 근사한 관점은 생명의 존엄함을 웅변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거기에는 임신중절 따위의 파괴적인 인명 경시 발상은 발붙일 곳조차 없다. 서양식 나이 계산법과 비교하여 합리적이지 않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식과 문화의 차이일 뿐이라고 믿으며 나는 이를 자랑스레 생각한다. 우리는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태아의 귀가 빠져나오는 순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되고, 하나의 운명이 부여되며 하나의 영혼이 결합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출산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분신과 첫 만남을 한다. 기대와 기쁨과 탄식이 교차한다. 생명의 위대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고통은 기쁨을 증폭시킨다. 9달의 수태 기간과 출산에 따르는 고통이 없다면 새 생명의 탄생은 일상적인 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오랜 준비와 마지막 피날레가 있기에 ‘귀빠진 날’의 새 생명은 축복의 대상이 된다. 최근 며늘아기가 둘째 아이를 낳았다. 가족의 탄생은 내 삶의 영역이 확대됨을 뜻한다. 아기는 세상의 일부를 갖게 되고 그것은 나와 연결된다.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가 하나 더 늘어나며 나는 가만있어도 부자가 되었다. 제 언니와 판박이인 아기의 태명은 출생 전부터 ‘티끌이’로 지어졌다. 태어나보니 이름과는 달리 덩치는 제법 있다. 아직 너무 어려서 울기만 하지만 제법 목을 가누려고 한다. 귀가 빠졌을 때의 아픔과 충격은 벌써 다 잊은 듯하다. 귀빠짐을 축하하기 위해 삼신할머니는 잊지 않고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찍어 주셨다. 최근에는 이러한 귀빠짐의 형태에도 변화의 물결이 나타나고 있다. 역술가가 점지해 주는 사주를 받아서 지정된 일시에 제왕절개를 시행하여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특정시간대에 수술예약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자녀에게 좋은 사주를 맞춤하여 인생에 축복을 주려는 부모 심정을 어찌 탓하련만, 인간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신의 영역에 속하던 출생의 신비를 인간의 손재주로 훼손시키는 것 같아서 찜찜하기만 하다. 아마도 출생일시로 운명을 판단하게 된 근거는, 인간의 출생이 자연의 섭리나 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를 통해 그 섭리나 의지를 추론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출생일시가 인간의 손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다면 거기에 신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한정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그 출생일시에서 운명의 그림자를 읽어낼 수는 없게 된다. 의학의 발달로 많은 어머니와 태아가 제왕절개술의 혜택을 받아 건강한 출산을 하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불필요한 제왕절개를 남발하여 자연의 섭리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게 느껴진다. 머지않아 ‘귀빠진 날’이라는 상징은 사라지고 ‘통째로 빠진 날’ 또는 ‘엄마 배 짼 날’이라는 무식하고 살벌한 표현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왜 이렇게 메말라만 가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나의 ‘귀빠짐’이 자랑스럽다. 먼저 태어난 귀로 세상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나중 태어난 입으로 조금만 말하련다. ‘귀빠짐’으로 아픔을 드린 어머님께 감사드리며, 내 아이들에게도 ‘귀빠짐’의 순수한 가르침을 계승시키고 싶다. 귀빠진 날 만세!!!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군이 60세 이상 군민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을 본격 추진한다. 군은 환절기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시기를 맞아, 총사업비 6억 4,750만 원을 투입, 12월 1일부터는 60세 이상 군민까지 무료 접종 대상을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보건소에 따르면 이번 확대 조치는 인구 고령화로 대상포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발병 후 합병증으로 노년기 삶의 질이 크게 저하하고 있어 고령층의 면역력 강화와 건강한 노후 지원,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접종 비용의 부담으로 접종률이 저조한 실정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기웅 군수는 올해 초 군민과의 대회에서 한 주민이 건의한 무료 접종 확대를 두고 고심 끝에 결정, 이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 시행하게 된 것이란게 군의 설명이다. 현재 서천 지역의 60세 이상 접종 대상자는 총 2만5,324명으로 이 중 17,970명이 접종을 완료, 접종률 약 60%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접종자는 7,358명으로 약 40%로 나타났다. 예방접종은 서천군에 주소를 둔 60세 이상 군민 중 기존에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군민을 대상으로 하며 대상포진 1회 접종을 지원한다. 접종비는 군에서 일부를 지원하며 본인 부담금은 19,610원이다. 접종은 오는 11월 17일부터 보건소 및 관내 지정 위탁기관 7곳에서 가능하며 지정 위탁기관은 보건소 홈페이지에서 병원 명단 확인할 수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평생 1회만 접종하면 되며, 한 번 접종을 완료하면 추가접종은 필요하지 않다. 또한,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재활성화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통증과 수포, 신경통 및 감각 이상 등 다양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은 발병률이 높고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 김기웅 군수는 “그동안 우리 군은 60세 이상 취약계층(수급자·차상위계층)만 대상포진 접종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반 고령층의 접종 수요 충족에는 한계가 있어 지원하는 것으로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효과적인 예방접종 기회를 적극 활용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준비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제 몸을 뒤집는 강물은 완강했다 찰랑거렸거나 차갑거나 단단했던 밀어를 계곡 밑으로 흘러보낸 지난여름 숲은 초록빛 뿌리의 연서를 바람에 실려 보냈으나 강물은 마침표도 없이 깊어졌다 행과 연의 문장들이 물결을 일으켜 연서는 젤리처럼 부드러워졌고 누군가 던진 돌에 파문의 집을 짓기도 하는 하류의 강물은 짐긴 지퍼의 견고함을 기억하고 싶어 세상에 연서를 뚸워 보내는 것이다 흘러야하고 쓰여 져야 하는 시대의 무성한 물줄기의 물음을 강은 펼쳐 놓았으므로 어둠에 구멍을 뚫은 별들이 쏟아질 때 밤의 시간은 휴식으로 유폐됐을 것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익어갈 것이라고 온 몸으로 다독이는 아침은 윤슬로 수천(水川)의 귀를 열어 강물의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기억해야할 시대의 낮은 소리를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김기웅 서천군수 지난 10일 서천 연근해에서 조성된 김 양식 ‘황백화 현상’으로 비상 걸린 양식장을 방문, 해당 부서에 양식 어가들의 빠른 지원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 군수는 이날 선박을 이용해 서면 지역에 조성된 김 양식장 점검 자리에서 “물김 양식의 정상화를 위해 영양제 보급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해역별 생육 상황을 세밀히 모니터링해 고품질 김 생산을 차질이 없도록 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황백화 현상을 우려하는 김 양식 어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김 양식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당 부서에 어가들의 건의 사항을 검토해 해결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군은 총 3,331ha 해역에 약 6만 책의 김 양식장을 설치해 본격 출하를 준비해왔으나, 1회조 채취 이전부터 마서면·비인면·서면 일대에서 황백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마서면 및 서면 지역 김 양식장은 지난 4일 김 포자 발아 상태가 불량하고 일부 포자는 탈락했으며 포자 발아 후 김 엽체 색택 변색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 소득원인 물김 양식장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황백화 현상’이 확인되며 어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황백화는 김의 색택이 누렇게 변하며 생산성과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으로, 양식해역의 질소 등 영양염 농도가 생육에 필요한 수준보다 낮을 때 주로 나타난다. 이는 올가을 지속된 고수온과 가을장마로 인해 영양염 결핍이 가중된 것이 원인으로 군은 지목하고 있다. 군이 바닷물 수질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일 해당 바닷물 용존무기질소 기준값(0.070mg/L 이상)이 비해 이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이에 군은 김 황백화 대응 관계자 대책 회의(수협, 어촌계 등 어업권자)를 열고 김 양식 어가들의 요구사항 적극적으로 수용(영양물질 추가지원)하는 등 해당 어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 김 군수는 “영양물질 사용 수요조사를 마친 후 황백화 피해 대응 지원계획 수립하라”라고 주문하면서 “충남도에 김 양식장 황백화 대응 지원 건의하고 예비비 배정 및 성립 전 예산 사용 승인을 위해 신속한 행정력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서천군은 지난 11일 황백화 현상이 있는 김 양식장을 중심으로 현장을 점검한 결과, 지난 4일 점검 때와 달리 김 포자의 생육 상태가 10% 이상 호전된 상태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때 이른 황백화 현상으로 울상이던 김 양식 어가들도 저마다 김 양식 발에서 발아 후 생육 상태가 호전되는 상황을 확인하면서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에 군은 해역별 황백화 심화 정도와 양식장 규모를 반영한 김 영양제 수요를 긴급 조사하고, 그 결과를 충남도에 건의해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적으로 가을은 참 버겁습니다. 따뜻함이 채 식기도 전에 차가워집니다. 차라리 쌀쌀함이라도 느낄 틈이 있으면 덜할 텐데, 그럴 새도 없이 추워져 버리는 모양새가 쌀쌀맞기까지 합니다. 찰나에 불과한 정오의 볕을 내어줄 뿐, 냉기와 맞부딪혀야 하는 가을이 버겁습니다. 그럼에도 가을이 싫지 않은 이유는, 그 버거움을 마땅히 견뎌낼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버림으로써 열매를 맺는 나무들의 고결함이, 바로 그 이유를 대신 증명해 보입니다. 조막만 한 노란 꽃잎 대신 소담하게 맺히는 감이라든가, 매끄러운 하얀 꽃잎 대신 화사하게 맺히는 사과라든가. 포슬한 노란 꽃줄기 대신 은은하게 맺히는 은행이라든가, 갸름한 하얀 꽃줄기 대신 그윽하게 맺히는 밤이라든가. 꽃을 잊고서 열매를 잇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있자면, 이 계절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장날에 늘어선 좌판 위는 이미 가을로 물들었습니다. 주홍색 감 한 알은 홍시이며, 선홍색 사과 한 알은 홍옥입니다. 엷은 봉투 안에는 연둣빛을 내는 수십 개의 은행알이, 노란 바구니 안에는 고동빛을 내는 수십 개의 밤송이가 가득합니다. 서늘함에 두껍게 옷을 껴입기 시작한 사람들 사이에서, 탐스럽게 일렁이는 가을빛에 샘이 납니다. 서늘한 가을이 사람들의 생기마저 앗아간 건 아닌지, 문득 심술을 부립니다. 좌판 뒤에 늘어진 나뭇자락들은 열매를 내어주고도, 겨우 가진 몇 개의 잎들마저 좌판 앞에 쏟아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잎들을 바라보며 가을에 물들어갑니다. 나무가 흩뿌린 빛깔들은 손차양에 한동안 가려지지 않다가, 이윽고 손차양 위로 내려앉습니다. 그 덕에 생기 잃은 얼굴은 붉게 물듭니다. 손 위의 빨간 잎 탓인지 숭고한 나무의 자세에 부끄러워진 탓인지는 알 턱이 없습니다. 결국 가을빛을 한데 모아 주방에 가지런히 놓아둡니다. 부엌 창으로 드는 석양조차, 그 빛 앞에서 산산이 무너지고 맙니다. 버들가지 채반 위에는 주홍빛 홍시가 나란히 자리합니다. 이 부드러운 홍시는 얼마간의 볕을 쪼일 것입니다. 몇 번이고 볕은 홍시를 두드리고, 매만지고 끝내 그 속으로 깊이 스며듭니다. 가을 정오의 태양은 모두 홍시 안에 든 채로, 조용히 물러갑니다. 한때 노랗고 여린 잎들을 지키던 네 장의 꽃받침은, 홍시가 익어가는 동안 서서히 말라갑니다. 마른 네 장의 꽃받침은 이제 말캉해진 홍시를 괴고 있습니다. 찬물에 베이킹소다를 풀어 사과를 닦습니다. 잗다랗고 하얀 꽃이 진 자리에, 이토록 커다랗고 붉은 폐과 하나가 열리기까지 몇 잎의 바람을 맞았을지, 울퉁불퉁하고 두터운 나무 기둥을 떠올립니다. 그 기둥이 이고 있던 것은 얇은 가지와 가벼운 이파리, 작은 꽃과 알찬 열매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짊어진 건 생의 무게였습니다. 사과를 얇게 썰어두고, 팬에 버터를 녹입니다. 고소한 향이 퍼질 무렵, 팬에 사과를 몽땅 올려둡니다. 은은하게 익혀가며 소금 한 꼬집과 메이플시럽, 시나몬 파우더를 넣습니다. 고루 섞어가다 보면, 창에 김이 서립니다. 둥그스름하고 뽀얀 은행알을 골라냅니다. 엷은 봉투를 열면 고릿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그 냄새를 2억 년의 시간이 빚은 향이라 생각해 봅니다. 인생(人生)이 그러하듯 목생(木生)도 전생을 놓고 보면 은은하거나 유순하기보다, 퀴퀴하고 텁텁했을 텝니다. 간혹 누르스름한 껍데기가 묻어 있는 은행알은 반질반질 닦아냅니다. 옥구슬을 굴리듯, 가제 수건으로 2억 년의 시간을 닦아내는 것입니다. 비슷한 모양의, 비슷한 크기의 은행을 골라 꼬치에 알알이 끼워줍니다. 그리고는 소금을 솔솔 뿌려가며 구워줍니다. 2억 년의 세월을 품은 은행알도 이렇게 쉬이 익어가는데, 고작 백 년 남짓한 인생쯤이야 그리 버거울 리 없습니다. 소금물에 담가둔 밤을 건져내 하염없이 밤껍질을 벗겨냅니다. 보늬만 남겨낸 밤, 몇 개는 영글어 단단하고, 또 몇 개는 야위어 주름졌습니다.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밤을 하루 꼬박 담가 떫은맛을 빼냅니다. 그리고 서너 차례 뜨거운 물에 삶았다가 차가운 물에 식히기를 반복하며, 남은 잔털과 굵은 심지를 제거합니다. 하나하나의 밤은 손끝에 꽤 오래 머뭅니다. 정성은 언제나 손끝보다 먼저, 시간의 곁을 맴돕니다. 물과 흑설탕, 럼주를 넣고 밤을 푹 졸입니다. 졸아드는 냄비 속에서 가을이 서서히 눌어붙습니다. 차갑고 서늘하며, 뾰족하고 메마른 것에 정성을 들이면, 따뜻하고 다정하며, 찬찬하고 노긋한 답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나는 가을에 묻습니다. 냄비는 끓어오르고, 집은 달큰히 물듭니다. 가을빛은 이제, 바람에도 바래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 부르며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11월 11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1997년부터 지정된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입니다. 이날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 식량 안보, 그리고 농업인의 노고를 기리고자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므로 11월 11일의 진정한 주인은 농업과 농업인입니다.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로 지정된 데에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흙(土)’자를 파자하면 ‘十一’이 되고, 또한 이 시기는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대지와 땀, 기다림과 감사가 응축된 날이 바로 ‘농업인의 날’입니다. 우리 고장 충청남도는 예로부터 곡창 지대가 넓게 분포한 지역입니다. 논산·부여·서천 금강 유역과 당진·아산의 서해안 평야, 그리고 최근 서산·홍성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스마트팜 산업까지, 충남은 전통농업과 미래농업이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을 지키는 기반이자 미래의 성장산업입니다. 세계는 지금 식량 위기와 기후 위기로 새로운 불확실성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국가들은 식량 가격 급등으로 경제와 사회 전반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농업인은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국가의 뿌리를 지키는 생명 관리자이자 보호자입니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농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은 생태·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이자, 토양을 다루는 기술자이며,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경영가입니다. 또한 농촌은 우리가 잃어버린 쉼, 희망, 자연,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주는 공간입니다. 고향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처럼, 농촌은 도시의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뿌리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농업이 생명을 지키는 근본 산업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가 서로 연결된 공동체임을 알려야 합니다. 이때 농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 산업입니다. • 스마트팜과 데이터농업 • 드론 기반 농업 기술 • AI·IoT 융합형 생태 농업 • 기후 대응형 지속가능 농업 이는 앞으로 청년들이 꿈꿀 새로운 진로이기도 합니다. 농업을 배운 학생은 기술과 자연, 사람과 공동체를 함께 이해하는 미래형 인재입니다. 무엇보다 농업의 과정에는 교육이 담겨 있습니다. 씨앗을 심고 생명을 돌보며 기다리고 수확하는 시간 속에서 학생들은 인내·책임·감사·연대를 배웁니다. 결국 풍요란 눈에 보이는 양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고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마음에서 오는 법입니다. 농업은 생명 교육이며, 자연 교육이자, 공동체 교육입니다. 충남의 학생들이 농업을 통해 생명 존중과 미래 준비의 가치를 배워가길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농업의 소중함과 생명의 가치를 우리 학생들에게 올곧이 전하며, 땅에서 배우는 교육이 충남의 미래를 밝히는 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남의 모든 농업인 여러분,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려오면 부지런한 아낙네들 바쁜 손을 움직이며 들썩인다 여리여리하니 작은 모종들 두 개, 세 개씩 나뉘어 고랑 밭에 심어지고, 하늘이 심술부릴세라 굽어진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밭고랑에 입맞춤을 한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바구니에 모종들은 얼굴을 내밀고 어서 나를 데려가라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넓은 밭이 조금씩 조금씩 초록의 물결로 들어차면 시원한 빗줄기 한 바가지 힘차게 뿌려 주기 기다리며 하늘 한 번, 땅 한번 병아리 고개짓이 남사당패 상모 돌리듯 한다 여린 잎들이 가득한 밭에는 고라니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뛰어다니고 고라니를 쫓는 강아지 소리 비 내리는 고랑 밭은 어느새 새싹들의 아우성에 나뒹굴며 아낙네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집중호우 때마다 하천 수위 상승, 하수관로 통수능 부족, 해수위 상승 등이 겹치며 생활권 침수가 반복되었던 충남 서천군 장항읍의 상습 침수가 해결된다. 서천군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년도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에 장항읍이 최종 선정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로써 장항읍 솔리천 배수구역 일원 약 2.73㎢에 총사업비 647억 원이 투입돼 상습 침수 문제가 본격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는 하수도 정비 사업 관련 군의 역대 최고 국비 확보의 성과로 평가된다. 군에 따르면 장항읍은 그동안 집중호우 때 하천 수위 상승, 하수관로 통수능 부족, 해수위 상승 등이 겹치며 생활권 침수가 반복돼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은 지난 8월 공모를 신청해 장항읍 상습 침수 현장 조사와 발표 심사를 거쳐 중점관리지역 지정을 끌어내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대상지는 현재 우수저류시설과 게이트 펌프장 3개소가 있으나, 이상기후로 강우강도가 커지면서 최근까지 침수가 상습적으로 발생해 추가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군은 하수관로 14.4km 교체·신설과 수문 일체형 빗물펌프장 1개소(처리용량 100㎥/min)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2026년 하수도 정비대책 수립용역과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재원은 국비 60%, 도비 12%, 군비 28%로 조달된다. 사업 완료 시 ‘50년 빈도(시간당 84㎜)’의 집중호우에도 침수 피해를 해소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와 주거 환경 개선, 일자리 창출 등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군은 설명했다. 특히 관로 정비와 펌프장 신설을 통해 자연유하가 어려운 해안방류 구간을 유역 분리·강제 배수 체계로 전환, 구조적으로 침수 원인을 차단할 방침이다. 김기웅 군수는 “장항읍 일원의 오랜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반이 마련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군민 안전과 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사업을 신속하고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천군은 이번 지정을 통해 2012년 이후 단계적으로 구축해 온 우수저류시설·게이트 펌프 등 기존 설비를 보완하고, 방재 성능 목표(시간당 84㎜)에 맞춘 관로 용량 확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강우에 대응력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충남 서천군 ‘종천 부또막 축제’가 타켓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면서 대박을 냈다. 부또막 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언규/사진)는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종천면 산천리 공영주차장에서 ‘제2회 종천 ‘부또막 축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신언규 위원장은 sbn서해신문과 축제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작년보다 4,000여 명이 더 많은 1만여 명의 관광객이 축제장을 방문해 가뜩이나 비좁은 행사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라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올해 축제가 대박을 낸 비결에 대해 신 위원장은 “서천군에서 개최한 파크골프 대회 참가자들과 충남도지사배 등산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주요 표적으로 삼은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진위 회의를 통해 ‘부또막 축제’라는 상품을 관광객들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축제 운영방식, 방문객들의 선호도 조사, 축제 운영에 따른 프로그램 개발, 지역 농산품의 상품화 계획 등을 수립해 추진한 것이 올해 축제와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축제의 꽃 ‘쪽파’와 ‘막걸리’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라며 “축제장을 떠날 때 한 손에는 쪽파김치와 쪽파를 또 한 손에는 막걸리 빚기에서 얻은 막걸리 통을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sbn서해신문 취재진이 바라본 축제장의 모습은 종천면 부녀회원들이 현장에서 버무린 쪽파김치와 종천 막걸리 체험 부스에 방문객들이 긴 줄을 이어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축제장은 온통 북새통을 이뤘다. 또한, 축제 운영되는 중간중간에 진행된 종천산(産) 쪽파 깜짝 경매, 쪽파김치 담그기·막걸리 빚기 체험은 축제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 특히 축제장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성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신 위원장은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현장 동선을 정비하고 먹거리·그늘막을 확충한 것이 아주 큰 효과를 거뒀다”라며 “종천 특산품 쪽파와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돼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는 관광객들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고 쪽파 재배 농가의 생산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시키는 것으로, 다른 마을 축제와 달리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 축제에도 아쉬움이 보였다. 그는 “축제장이 협소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한계치를 보였고 올해 쪽파 가격대가 높고 출하량이 적어 관광객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내년에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더 많은 관광객이 지역특산품인 ‘쪽파’ 이외에 다양한 농산물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천군 종천면의 대표 특산품인 ‘쪽파’는 항산화·피로 회복·감기 예방 등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최근 고기 위주의 식단에서 느끼함을 해소하는 식자재로 식도락으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해마다 농업인 300명 가까이 농작업 중 사망한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농기계 사고나 과수원 가지치기 및 과일 수확 중 추락, 농약 살포 중 중독, 농업창고 화재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농업인 재해 이자만, 이는 산업재해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국회 농해수위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24년 농작업 중 재해로 사망한 농업인은 297명이었다. 사망만인율(1만 명당 1명 비율)은 2.99명이다. 이는 전체 산업재해 사망만인율 0.98명의 3배에 달한다. 농업인의 사망을 연도별로 볼 때 2021년 232명을 비롯해 2022년 253명, 2023년 276명, 2024년 297명이 숨졌고, 2025년 상반기에만 벌써 127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년간 총 1,185명이 농작업 중 사망한 셈이다. 여기에 비사망 재해를 포함한 전체 재해자 규모도 훨씬 크다. 농작업 중 사고로 중경상을 입어 보험금을 받은 농업인이 매년 5만 명을 훌쩍 넘는다. 구체적으로 2021년에 5만 2,774명을 비롯해 2022년 5만 2,386명, 2023년 5만 7,776명, 2024년 만 852명이며, 올 상반기에는 2만 5,737명이었다. 하지만 정부(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는 산재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이어서, 농업인 사망자가 극히 일부만 집계된다. 산재보험은 농업법인이거나 상시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일 경우에만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어있다. 문제는 대부분 자영농인 농업인은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농작업 중 재해로 숨지거나 다친 농업인 통계는 농업인 안전 보험 지급 건수로 확인이 가능하다. 농업인 안전 보험 지급 건수를 2024년 산재 통계상 농업 사망자는 15명에 불과하나, 같은 기간 농업인 안전 보험에 의하면 농업인 사망자 297명이다. 무려 20배 차이다. 그런데도 농업인 안전 보험에서의 재해자 수치 역시 농업인 재해의 일부분만 반영되어 있다. 농업인 안전 보험의 가입률이 지난 4년간 평균 66%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농업인 재해는 더 건수도 많다. 농업인 안전 재해예방 관련 법·제도 강화를 비롯해 농업인 사망재해에 대한 국가 공식통계 생산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구암 구병대 선생은 고향 시초면 신곡리(옛 龜亭里) 마을 공터에서 돌을 던지는 민속놀이의 축제가 있었던 같다. 마을의 노인과 젊은이가 편을 나누어 기구를 이용하여 하늘 높이 날려 멀리 날려버려 승부를 겨루고 즐거운 술잔을 나누고 있다. 팀별로 응원은 대단하여 기세가 천군을 거느린 기세이다. 축제가 끝나고서 티끌진 세상을 잠시 잊고 싶어서 천방산에 계시는 趙東赫(조동혁) 선생을 찾았다. <편집자 주> ◯ 구암 丘秉大(구병대)선생은 그날 마을에서 전통 민속놀이 돌 던지기 경기를 하는 마을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넓은 풀밭에 앉아 동.서로 노인과 젊은이로 편을 나누어서 경기를 하면서 약간의 잔치를 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마침 절친한 친구가 찾아오니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들녘을 가로질러 가득히 흐르는 강은 십리에 달한다. 편을 나눈 상대방의 투석한 돌이 높은 산봉우리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상대방의 팀은 千名(천명)을 거느린 군대와 같은 기세이다. 구암 선생은 축제를 끝내고 千房山(천방산) 白雲洞(백운동-현 문산면 북산리)에 기거하고 계신 감역 趙東赫(조동혁1837-1918)선생을 찾아갔다. 구암 선생은 龜巖遺稿(구암유고)에 선생을 자주 찾아가는 詩(시)가있다. 마침내 꾀꼬리가 찾아와 좋은 친구가 되었는데 또한 선생은 술에 취했는지 누워서 주무시고 계신다. 선비 구암 선생은 詩(시)짓고 노래하는 것 이외 술 취한 기분의 즐거움은 같은 것이니 오늘 같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민속놀이하며 이렇게 즐거워야 하는 세상인데, 당시는 티끌지고 어지러운 세상이라 근심만 쌓여가니 그러한 소식을 들으면 마음편안하지 않으니 차라리 듣지 않아서 천방산에 계시는 趙東赫(조동혁)선생 찾아갔을 것이다. <精選 龜巖遺稿 詩에서>
설날 아침, 갓 지은 밥 냄새 사이로 묵은 기침처럼 침묵이 흘렀지요 어머니는 조용히 나물을 무치고 나는 옆에서 국을 데우며 서로의 손등만 바라보아죠 하고픈 말은 어느새 젖가락 끝에 걸려버리고 웃음은 익은 나물처럼 간을 맞추다 사라졌습니다 아이의 한마디, "할머니랑 엄마는 왜 말 안 해 ?" 그 순간, 깊게 쌓인 눈 위에 햇살이 스며들듯 오래된 울타리 하나가 스르르 무너졌습니다 가족이란 마음에 둘러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참 많은 계절을 견뎌야 한다는 걸 부모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서로 다르되 함께인 것, 그게 가족이라면 울타리란 언젠가 조용히 넘어설 수 있는 마음의 언덕이겠지요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군이 최근 붉어진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처리장 설치와 관련, 정치적 논쟁보다는 군민의 안전 우선시하고 공익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을 표명했다. 군은 최근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처리장 설치와 관련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이나 과도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적 논쟁이 아닌 군민 안전과 공익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법적 의무시설, 시기는 합리적으로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1단계는 분양률 84%이나 실제 공장 가동률은 약 33%에 불과하며, 2단계는 2025년 12월 준공 예정으로 전체 산단 가동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폐기물처리장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업단지 준공 후 3년 이내 설치·운영해야 하는 법정 의무시설로, 2009년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지정·고시 시 이미 포함되어 공개된 사안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법적 의무를 존중하되, 산단의 실제 가동률이 일정 수준(60% 이상)에 도달해 폐기물 처리 수요가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함께 고려해 운영 시기를 합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은 충남도에 지역 상황과 군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합리적 수준에서 추진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충남도·충남개발공사 직접 운영… 공공성 강화 폐기물처리장은 충남도가 국비를 확보해 충남개발공사를 통해 직접 설치·운영하는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민간 위탁에 따른 외부 폐기물 반입, 운영 불투명성, 주민 불안 등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성 강화 방안이다. 군 관계자는 “공공이 운영 주체가 되면 외부 반입 통제, 운영 투명성 확보, 주민 신뢰 강화가 가능하다”라며 “무분별한 외부 폐기물 유입 우려는 사실과 다른 과장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접근 배제… 행정은 군민과 공익 중심 군은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기웅 군수는 “폐기물처리장 문제는 행정적·정책적 판단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며,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민 안전과 공익을 최우선에 두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기준으로 모든 절차를 추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에 군은 산단 내 ‘산폐장’ 설치에 대한 3대 원칙을 밝혔다. 우선 ‘산페장’ 설치 의무는 인정하고 시기는 가동률·수요·경제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두 번째로는 충남도·충남개발공사 직접 운영하되 민간 위탁 배제로 공공성을 강화하며 마지막으로 모든 결정은 군민과 공익 중심, 정치적 논쟁과 단호히 선 긋는다는 것이다. 이에 군은 폐기물처리장 설치와 관련한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군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방침이다. 주민설명회 개최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상 시기 제한이 있을 수 있어 충남도와 협의해 법적 범위 내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지난 10월 초,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교사 A씨의 죽음은 우리에게 또다시 학교 현장의 왜곡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고인은 60학급이나 되는 거대한 학교의 노후한 시청각·방송 업무를 홀로 전담하며, 각종 방송 시설, 방송 송출, 시청각 기기를 관리하였습니다. 정보부장 업무가 공석이 됨에 따라 각 교실의 전자칠판, 전자교탁, 수백 대에 달하는 테블릿 PC와 노트북의 유지·보수 업무를 한 것도 모자라 교권 침해 문제가 있던 학급의 담임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메니에르병(어지럼증, 청력 저하, 이명, 귀 먹먹함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질환)’ 진단받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누적된 피로와 극한의 정신적 압박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이 결코 개인의 잘못된 선택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오래된 학교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빚어낸 참극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교사를 병들게 한다 많은 사람은 교사가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사람’,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는 교사들이 수업 외에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지요.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각종 행정업무, 민원대응 등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특히 방송·정보화 업무 담당 교사들은 본질 업무인 수업 외에 ‘행정 공무원’에 가까운 일을 떠맡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반적으로 학교는 ‘업무분장표’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책임 회피로 인해 이번 사건처럼 한 교사에게 여러 역할이 집중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A교사의 사례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방송, 스마트 기기관리, 정보업무, 교권침해가 발생한 학급 담임까지. 고인이 감당한 일은 결코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헌신적인 교사, 책임감이 강한 교사’일수록 A교사처럼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맡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교사 개인의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교사가 지쳐 쓰러지면 학생의 수업권은 어떻게 될까요. 업무에 지친 교사는 제대로 된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하고,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업무가 불균형하게 분배된 학교일수록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명확한 업무분장’과 ‘학교행정 전문화’가 해법이다 학교가 ‘교사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학교 내 명확한 업무분장과 인력 배치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방송·정보·시설·행정 등의 영역은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기보다, 전문 인력의 확충이나 각 지역교육지원청의 학교지원센터에서 업무를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교사가 본질 업무인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사에게 수업 외 업무가 많아질수록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충남교육청은 ‘교사의 수업권 보장’을 명문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학교에 급속도로 보급된 스마트기기들의 관리 체계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합니다. 전자칠판이 고장 나면 당장 그 교실은 수업할 수 없습니다. 보통 A/S를 부르면 2주가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A교사는 교실에서 수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홀로 야근해가며 전자칠판을 고쳤습니다. 이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각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구입 및 관리하는 스마트기기들을 충남교육청이 입찰을 통해 공동구매하고 일괄 관리하도록 수년 전부터 요구해 왔습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예산 절감과 학교의 행정업무 경감이 모두 가능할 것입니다. 충남교육청은 교육청의 일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교사의 건강권과 정신건강을 위한 관리 체계도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기적인 스트레스 진단과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실행만 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사의 정신건강을 치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교사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곧 학생의 수업권을 지키는 일 고인이 그 힘든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학교와 학생들을 걱정했을 생각을 하면 제 마음이 미어집니다. 학생들의 수업이 멈추지 않도록 선생님께서는 끝까지 헌신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누구보다 학교와 학생을 사랑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맡았다”는 동료 교사들의 증언이 나옵니다. 이 얼마나 원통한 일입니까. 충남교육청과 학교는 교사를 지켜주지 못했고, 교사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시했습니다. 자, 이제 이 죽음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습니까? 고인의 비극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교사 개인의 ‘열정’과 ‘희생’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가 뒷받침되는 교육현장으로 바꿔야 합니다. 교사가 학생 교육보다 다른 업무의 무게 때문에 무너지는 학교는 결코 건강한 교육기관이 아닙니다. 명확하고 적정한 업무 분장, 행정인력의 확충과 전문화, 교사에 대한 배려가 교사를 지키고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수업권을 지키는 진정한 교육혁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선생님께서 순직 인정이 될 수 있도록 충남교육청은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산업화의 고도화를 지나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여유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정치권은 이념적 대립 속에 분열과 갈등을 반복하고, 공동체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묶여 상생보다는 대립과 불신을 키우는 듯 보일 때가 많아, 많이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다시금 되새겨야 할 가치가 바로 선비정신이다. 선비정신이란 단순히 옛 선비들의 학문적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청렴·정직·겸손·책임이라는 덕목이 생활 속에 녹아든 정신이다. ‘의(義)를 앞세우고 이익을 뒤로 한다’는 가치관, 권력과 물질 앞에서도 당당히 지조를 지키는 태도,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자세가 바로 선비정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비록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살았으나, 학문을 통해 스스로를 갈고 닦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실천적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붓을 꺾고 창을 들었으며,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백성의 삶을 살피는 것을 가장 큰 사명으로 여겼다. 이처럼 선비정신은 단순히 개인의 덕목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전체의 올바른 방향을 이끄는 지혜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선비정신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권력 앞에서는 원칙이 아닌 이해득실을 따지고,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공격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쓰고 있다.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돈이 곧 정의라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해 있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왜 그토록 혼란과 불신에 빠져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풍조가 단지 일부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이익 앞에서 양심을 저버리고, 편리함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선비정신이 그리워진다. 우리 모두가 선비정신의 덕목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지금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 정직은 신뢰를 낳고, 청렴은 공동체의 기반을 세우며, 겸손은 화합을 이끌어내고, 책임은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정치권이 선비정신을 본받아 국민 앞에 진정성으로 다가선다면, 지금과 같은 소모적 갈등 대신 대화와 협력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선비정신을 경영의 근간으로 삼는다면,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이 선비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한다면, 이기적 경쟁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선비정신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혜이자 지향점이다. 선조들이 물려준 이 정신은 오늘날의 혼란을 헤쳐 나갈 등불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다시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정의로운 질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비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큰 어른의 지혜, 선비의 정신이다. 이를 되살리는 길만이 시대의 혼돈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물려줄 수 있는 길일 것이다.